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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더운 여름이 다가온다. 여름은 물과 만나는 계절이라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바닷가 길을 따라 걷는 동안 수많은 해변, 항구 그리고 해수욕장, 풍광들을 만났다. 이미 유명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찾는 공간도 많고, 거의 알려지지 않아 그 곳에 사는 사람들만 볼 수 있는 곳도 무척이나 많다.
내가 도보여행을 만났던 우리나라의 3면을 둘러싸고 있는 바닷가 풍광중, 단순히 풍광을 보는 것으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바닷물 속에 들어 갈 수 있는 곳들 중 가장 아름답다고 말하고 싶은 곳중에는 전라북도 고창의 명사십리가 포함된다. 고창의 명사십리 해변은 서해안에서는 보기 드문 약 8.5Km정도 거리의 직선형 해안이다. 해변에서 약 600M의 이상의 넓은 모래사장과 갯벌을 가지고 있어, 단순히 해수욕장만 아니라, 갯벌에서의 여러가지 체험과 다양한 식생을 볼 수 있는 곳이다.
구시포항과 명사십리, 동호해수욕장과 고창 갯벌은 연결되어 있어 다양한 여름 여행지로 그 어느 곳보다 좋은 곳으로 추천하고 싶다. 고창 갯벌을 조금 지나면 우리나라 최초의 여류명창 진채선 생가를 만날 수 있다.
노을이 아름다운 구시포 해수욕장
대개 서해안은 노을이 아름답다는 점을 특징으로 내세우는 곳이 많다. 여기 구시포해수욕장도 '노을이 아름다운' 곳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나는 지인들에게 이곳 구시포해수욕장부터 명사십리를 지난 고창갯벌까지는 가능한 도보로 가기를 강력하게 권한다. 어쩔 수 없이 차를 이용한다면 중간 중간에 차를 세우고 바닷가로 들어가 모래사장과 갯벌도 걸어보고, 더 시간이 된다면 갯벌에 들어가 바지락도 캐어보고, 갯벌의 진흙에 발을 넣어보라고 말한다.
구시포해수욕장에는 캠핑장도 있고, 상가들도 상당히 있는 잘 정비된 곳이라 가족 단위로 가도 좋은 곳이다. 무엇보다 서해안 특유의 갯벌이 넓게 펼쳐져 있어 아이들을 가진 부모라면 동해안보다 휠씬 편안한 마음으로 아이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오후 바닷물이 빠지고 갯벌이 드러나 있는 시간의 구시포항의 모습이다. 항구가 있기 때문에 여러가지 해산물들을 만날 수 있고 오른쪽으로 방파제길이 항구까지 이어져 있어 차로 접근할 수 있다. 아쉬운점은 내가 갔던 지난 달에는 항구쪽은 아직 정비 작업이 한창이라, 화장실 등 편이 시설이 좀 부족한 편이었다. 아마 여름 해수욕장이 개장하기 전에는 전체적으로 정비 작업이 끝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측은 한다.
내가 운이 좋았나 보다. 영광 백수해안도로에서 멋진 풍광들을 즐기면서 기분 좋게 구시포에 도착했는데, 얼마의 시간이 지난 후에 멋진 노을들이 나를 행복하게 해 주었다. 하늘에 구름이 많아 붉은 노을을 제대로 못볼 것 같아 아쉬워했는데, 마치 내 마음을 아는 듯 하늘은 붉은 빛들을 구름사이로 한껏 부어주며 여기에 온 것을 축하해 주었다.
사람들 몇몇이 갯벌로 들어가 갯벌을 뒤지고 있었다. 아마도 바지락들과 숨바꼭질을 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운이 좋으면 세발 낙지와도 조우 할 수 있으려나...
바닷가에서 두 아이가 의자에 앉아 석양을 구경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세월이 지나고 나면 이 시간의 좋았던 기억들을 떠올릴 것이고, 그들 곁에서 같이 했던 바다와 갯벌 그리고 석양을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들의 영원한 보호자인 부모들과의 시간도.
구시포항으로 들어가는 방파제길이다. 오른쪽에 바다를 볼 수 있는 데크가 설치되어 있으나, 방파제 위에는 사람이 다닐 수 있는 길은 없다. 다만, 방파제 위로 올라갈 수 있도록 중간 중간에 작업용 사다리가 설치되어 있어 낚시하는 사람들이 오르내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너무 황홀해서 꿈길 같았던 명사십리
구시포해수욕장에서 차박을 한 후 이른 시간에 다시 길을 나섰다. 구시포항을 벗어나 조금 지나면 본격적으로 명사십리로 진입하게 된다. 바닷물이 아직 들어오지 않은 상태라 가능하면 해변길을 걸어보기로 마음에 작정했다. 이른 시간의 명사십리를 보고 싶어 방파제 위로 올라갔다. 너무도 황홀한 풍광이 눈에 들어왔다.
그냥 막막하게 펼쳐진 갯벌과 바다를 보면서 몸에 전율이 온다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명사십리의 앞바다의 풍경은 무척이나 단순하다. 섬하나 보이지 않고 커다란 배 한척 지나가지 않는다. 아직은 사람들도 없다고 하는 편이 맞을 정도로 사람들도 없다. 그 흔한 갈매기도 많지 않다.
어쩌다가 작은 어선 같은 배가 지나갈 정도의 풍경이 보여질 뿐, 비슷한 느낌이 여전히 버티고 서 있다. 마치 적적한 무인도에 와 있는 느낌이 이런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갯벌과 바다는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느낌이 다른 빛을 보여준다. 보라빛이 많이 섟인 듯한 어두운 색이 점차 새벽빛 같은 텡스턴 색을 보이더니 어느덧 초록빛의 농도가 진해지고 있었다.
이러한 느낌의 바닷가 풍경은 장호리 마을을 지날때에도 변함이 없고, 다만 이제는 뒷쪽에서 비치는 아침 햇살로 인해 밝은 푸른색이 더 진해질뿐이다. 어느 남자분 한명이 오토바이를 타고 바닷가로 오더니, 여행중이냐고 물었다. 본인은 장호리 앞 바닷가를 청소하러 왔다고 했다. 마을 사람들이 돌아가면서 매일 청소를 한다고 말씀하셨다.
잠시 후에 그분은 마을로 돌아갔고 바다는 여전히 같은 모습으로 내 앞에 펼쳐져 있었다. 워낙 해변의 길이가 길어서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와도 다 수용 할 수 있을 듯 했다. 여기는 파라솔을 펼치기에는 알맞지는 않고 마무르면서 시간과 갯벌 그리고 노을을 즐기기에 적당하다. 요즘같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필요한 시기에는 오히려 좋은 여행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조금씩 바닷물이 들어오고 있었다. 갯벌이 아까보다 휠씬 바닷물에 젖어 들었다. 물기가 없었던 갯벌에 바닷물이 길을 따라 조금씩 들어오면서 갯벌은 또 다른 미묘한 아름다운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바다가 갯벌이 살아 있는 또 하나의 모습을 보고 있었다. 그 모습을 한참동안 바라다 보았다. 이런 풍경을 보고 있는 시간은 아무리 길어도 지겹지가 않다. 내가 다시 바닷가 길을 걷게 된다면 이 곳은 다시 한번, 아니 몇번이라도 더 걷고 싶고, 몇번이라도 다시 오고 싶어지는 풍경이다,
갯벌 중간 중간에 나무를 세워놓은 모습이 눈에 띄었다. 무엇을 의미하는 지는 모르겠지만, 워낙 해안선이 길어서 뭔가 표식을 하고 있는 것 아닌가 싶다. 마땅히 등대를 세울만한 곳도 없고, 그렇다고 부표를 띄우자니 갯벌의 길이가 워낙 길어 적당하지 않을 듯 싶다.
해변에는 바닷물이 만들어 놓은 자국들이 선명하게 남겨져 있다. '바닷물이 이쪽에서 저쪽으로 나갔구나'. 나는 혼자 중얼거리면서 조그만 돌멩이를 만져보고,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조개 껍질을 주워 보았다. 이 순간 나는 내 생에 가장 순수한 상태로 변해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철 지난 바닷가> 노래도 흥얼거려 보고,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이것 저것 만져보고 들여다 보았다.
누가 이렇게 아름다운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 그 화가가 자그마한 조개일수도, 따개비 일수도, 갯지렁이 일수도... 뭐가 되든 중요하지 않다. 거기에는 수많은 화가들이 있고, 그들은 각자의 방법으로 이렇게 멋진 부드러운 선들로 이루어진 그림을 명사십리라는 화푹에 잔쯕 그려 놓았다. 어떤 인위적인 그림보다 몇배나 더 신비롭고 아름답고 감동을 불러 일으키는 풍경이다. 이 그림은 직접 볼때 더 감동스럽다.
바닷가 길이 해변에서 조금 멀어지는 지점에 등대가 하나 설치되어 있고 갯벌 중간에는 시멘트로 만든 전봇대로 뭔가 표시를 해놓았다.
갯벌에서 채취한 바지락 등을 실어나르는 듯하는 트렉터가 한대 모래사장 위에 세워져 있었다. 해풍에 가운데마저 많이 해진 깃발들이 조그마한 배 위에 누워서 바닷물이 들어 오기를 기다리는 모습으로 바람에 펄럭이면서 먼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해송 군락이 아름다운 동호해수욕장
어느덧 발걸음은 동호해수욕장에 닿았다. 동호해수욕장 주변에는 식당과 여름 한철 장사를 위한 것으로 보이는 아직 정리가 안되어 보이는 민박들이 몇채 있다. 갯벌체험 등 해양생태 체험을 할 수 있는 시설들도 조금 보였지만 아직은 사람들이 없다. 좀 더 계절이 여름으로 다가가야 사람들이 올 것 같다.
해수욕장 끝부분에는 멋진 아름드리 해송 군락지가 있다. 얼핏 보아도 꽤 수령이 되어 보이고, 해송 아래에서 바라보이는 해변이 해송과 어울려 무척 아름답게 보이고 있었다. 마침 아침 해살이 강하게 내려쬐면서, 해변의 색들이 붉게 물들어 보였다.
멀리서 어떤 사람이 뭔가를 하고 있어, 가까이 들여다 보니 갯벌에서 뭔가를 채취하고 있었다. 보통 체험을 하는 경우에는 호미나 두발 갈쿠리를 빌려준다. 이 시간에 선채로 작업을 하는 것을 보니 전문으로 바지락 채취를 하는 사람인 듯 했다. 갈쿠리가 두군데 달린 기구를 당겨 일단 갯벌을 파헤쳐 놓은 다음 드러난 바지락을 주워 담는 식으로 작업을 하고 있는 듯 했다.
오른쪽으로 멀리 변산반도가 눈에 들어왔다. 갯벌의 색이 이렇게 아름답다니... 한쪽은 붉은 빛으로 다른 한쪽은 푸른 빛을 띄고 있었고, 저만치 해송군락이 수평선과 머리를 맞대고 있다. 갯벌의 색 그 자체가 보석처럼 아름다웠다.
고창CC 인근에는 해송군락이 길게 펼쳐져 있고, 소나무 숲 사이로는 데크가 끝까지 조성되어 있다. 산책하기 정말 좋은 곳이다. 바람도 좋고, 간간히 바닷가 쪽에 벤치나 전망대가 있어 바다도 즐길 수 있다.
이정표를 인근에 서식하는 새들과 바닷게를 형상화하여 만들었다. 마침 해당화도 제법 피어 있어 이정표와 어울러진 풍광이 바닷가 정취를 마음껏 즐길 수 있게 해주었다.
람사르 세계자연유산 고창 갯벌, 바람공원
세계자연유산으로 등록되어 있는 고창갯벌에 있는 전망대 시설이다. 멀리로 보이는 산들은 부안 변산의 모습들이고, 이 곳과 변산사이의 바다는 곰소만 또는 줄포만이라고 부른다. 부안과 고창은 원래 엄청난(?) 갯벌 지역으로 해양 자원의 보고였으나, 오래전부터 진행되어온 새만금 간척공사로 인하여 부안쪽부터 갯벌이 없어지고 있다. 그때문에 이쪽 고창 갯벌은 그 해양적 가치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 한다. 오랫동안 진행되는 갯벌의 해양자원적 가치와 간척사업의 결과가 주는 것들에 대한 논쟁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이 곳은 '바람공원'이라고도 부른다. 지리적 위치는 전라북도 고창군 심원면 만돌리이고, 만돌의 갯벌체험장이 위치한 곳이다. 부근에 계명산이라는 작은 산이 있는데, 그 이름을 본따 이렇게 닭의 조형물을 세워 놓았다. 상당이 생동감이 있어 보인다.
전망대에 올라 바라본 갯벌의 아름다운 모습이다. 물길이 변산까지 이어져 있다. 저 길을 따라 갈 수 있드면 곰소만을 따라 긴 거리를 가야만 하는 수고가 덜어질텐데... 이 또한 급하고 참을성 없는 생각이렸다.
만돌마을 앞 갯벌임을 자랑스럽게 말하고 있다. 충분히 그럴만한 곳이다.
풍차가 있는 건물이 있고 거기에는 관리 사무실이 있다. 아직은 사람들이 근무하고 있지 않았다.
계명산은 마을 앞을 가려주고 있는 작은 산이고, 데크길로 연결되어 있어 잠시 올라보았다. 이쁜 꽃들도 피어 있고 눈아래로 넓은 들판과 마을이 함께 펼쳐져 있다. 뒤로는 아름다운 고창갯벌이, 앞쪽으로는 아름다운 유채꽃들이 피어 있는 넓은 벌판이 자리하고 있다.
이제 거의 삶의 막바지를 향해가고 있는 유채꽃들이 작별 준비를 하고 있었다.
갯벌을 벗어 날 즈음, 부안 줄포로 들어 서기 직전에 갯벌관리센터가 있다. 아쉽게도 covid 19로 인하여 건물이 폐쇄되어 있어 내부는 방문하지 못했고, 그늘에서 피곤한 발바닥만 어루만지면서 휴식을 취하였다.
갯벌센터를 지나면 길은 갯벌과 줄포만 그리고 마을로 이어지는 수로들이 얽힌 곳으로 들어서면서 갯벌의 모습은 희미해져 간다. 이런 형태는 부안의 줄포 갯벌단지에 이를때까지 이어진다.
한참 그런 마을길을 걷다 보면 진채선 생가를 지나게 된다. 진채선은 신재효의 제자로, 고종때 경회루 낙성연에서 뛰어난 기예를 보여 대원군의 총애를 받았다고 한다. 한국 최초의 여성 판소리 명창으로 불리웠고, 특히 <춘향가>와 <심청가>를 잘 불렀다고 한다.
생가는 터만 남아 있다. 생가로 들어서는 골목에는 벽화가 그려져 있으나, 뭔가 허전하고 허망한 느낌마저 들었다.
구시포항, 명사십리를 포함하는 고창 갯벌은 보는 관점에 따라 여행지에 대한 생각을 많이 달리하게 하는 곳이다. 보통 여행지를 볼거리나 먹거리에 치중하는 경우가 많으나, 이 곳은 해양자원으로서의 가치에 있어서 소중히 관리하고 지켜야 하는 자연 유산으로서의 의미가 높은 곳이다. 그리고 체험을 통하여 그런 해양 자원에 대한 직접적인 경험을 가질 수 있어, 자녀나 부모들과 같이 즐기는 여행지로서 최적의 장소라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