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게 하나로 먹고 살 수 있었던 곳, 가난한 사람들의 마지막 기항지 묵호 중앙시장과 묵호항이었다.
묵호 중앙시장 뒷 골목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노가리 시장’이 있었고 밤낮 전국에서 몰려든 노가리 도매 장삿꾼들이 넘쳤다.
묵호에 살려고 온 사람들 중에는 어느 해 어느 철에 왔느냐에 따라 첫 이미지가 달랐다.
오징어가 발에 차일 정도로 많다는 소문을 듣고 왔는데, 정작 눈에 보이는 것은 냄새나는 노가리 뿐이었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지게질이었다. 당시 리어카는 시내 음식점이나 신작로 가까이 있는 젓갈 공장이나 건조 가공공장으로만 다녔다.
덕장이 있었던 논골이나 산제골은 전부 지게로만 운반했다.
부두에는 늘 지게꾼들이 줄을 서서 순서를 기다렸다. 선임들은 덕장 주인들 얼굴만 봐도 어디로 가야할지 알지만, 신참들은 바수쿠리를 싣고도 한참을 어디로 가야할지 두리번 거려야 했다.
물건 주인들도 도대체 자기 짐이 어디 있는지 몰라 한참을 찾아야 했다. 이래저래 신참들은 죽을 맛이었다.
아직 남아있는 덕장은 빨랫줄이 되거나 새치나 양미리 몇 두름이 널려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크게 확장하여 러시아 명태를 말리는 ‘먹태’ 덕장이 되었다.
‘먹태’는 황태와는 다르다. 황태는 추운 곳에서 눈을 맞춰서 육수가 다 빠져서 맛이 없지만, 먹태는 눈을 맞추지 않아 육수가 그대로 남아 있어 명태 고유의 맛을 볼 수 있다. 그래서 먹태가 더 비싼 값으로 팔린다.
한시대를 풍미하던 ‘노가리시장’이 이렇게 사라졌다.
노가리 냄새와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던 곳은, 주차장과 공연장이 되고, 독도로 가는 바다 길목, ‘동쪽 바다 중앙시장’으로 거듭나 야시장과 논골담길 바람의 언덕과 연계한 프로그램으로 다시 태어나고, 최근에는 칼국수를 테마로 축제가 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