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스 어폰 어 타임(외 2편) 박순원 황소가 공화당 상징이었다 흑백 TV 화면 속에서 프로레슬러 천규덕(탤런트 천호진 아버지)이 맨손으로 당수로 황소 뿔 사이를 내리쳐 쓰러뜨리는 퍼포먼스를 했다 했다가 군관민 일체 군경 합동작전 군인 정신 유신 정신 일사불란 총화 단결 만장일치 군인 출신 부장이 군인 출신 대통령을 군인 출신 경호실장 군인 출신 비서실장이 있는 자리에서 군인답게 리볼버로 엠식스틴으로 그리고 박사 위에 육사 육사 위에 여사의 시대 한참 지나 고졸 출신 상고 출신이 연거퍼 대통령이 되었다우선 서울대가 대극노 자존심도 없냐 어떻게 고졸 출신 상고 출신 밑에서 그럴 거면 미쳤다고 열쳤다고 또 한참 있다 경희대 출신 변호사 중앙대 출신 변호사 이번에는 검사들이 서울대 출신 검사들이 판사들이 검사 출신 변호사들이 부들부들 떨었다 서울대 출신 기자들이 논설위원들이 세상의 질서가 무너졌다고 나라가 거꾸로 섰다고 강상의 법도가 위아래가 * 연거퍼: ‘연거푸’의 비표준어. * 강상: 삼강과 오상
하늘과 바람과 별과 저녁 약속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쯤이야 두 점쯤이야 석 점쯤이야 하늘을 우러러 온통 부끄러움 죽어 가신 모든 분들을 일일이 조문하고 조의금을 보내기가 너무 벅차지만 건너뛰고 모른 척 지날 때도 많지만 그래도 정성껏 힘닿는 대로 마음 전하실 곳으로 마음을 또는 마음만 별을 노래하는 마음 잎새에 이는 바람 별을 노래하는 마음 잎새에 이는 바람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이 스치운다 스치면서
깅아지
내가 깅아지라고 하면 사람들은 언뜻 내가 ‘ㅏ’ 발음을 못하는 줄 알았다가 가운데 ‘아’를 듣고는 아, 자음 앞 또는 뒤에서 ‘ㅏ’ 발음을 못 하는구나라고 추측할 것이다. 그렇지만 나의 혀는 나의 뇌의 지시를 정확하게 따른 것이다 내가 말한 깅아지는 깅아지이다 나는 깅아지를 부른 것이다 그렇다고 실제로 깅아지가 있다는 것이 아니라 있을 수도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용이 있듯이 봉황 해태가 있듯이 기린이 그 기린은 아니지만 어느 날 우리 눈앞에 터무니없이 긴 목을 휘청거리며 나타났듯이 어쩌면 강아지보다 약간 모자라는 덜 떨어진 어쩌면 강아지를 뛰어넘는 어쩌면 강아지와는 전혀 상관없는 깅아지가 있을 수도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덮어놓고 내 발음상의 문제를 논리적 체계적 과학적으로 지적하기에 앞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