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망 재편 후폭풍
글로벌 반도체.차업계
현지공장 앞다퉈 증설
인건비.자재비 치솟아
건설비 최대 50% 폭증
한국 대표 그룹들이 글로벌 공급망 재편 흐름에 올라타기 위해 속속 미숫 현지에 공장을 짓고 있지만 치솟는 비용에 난감해하고
있다.
건설업 근로자가 부족해 미국 현지 근로자 월급이 800만원에 육박할 정도로 오른 데다 물가 상승으로 자재비용까지 불어난
탓이다.
이러다 보니 당초 예상했던 건설비용보다 많게는 50%이상 부담이 늘어난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미국 현지 공장이 완공돼 생산을 시작해도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 염려하는 목소리 역시 커지고 있다.
16일 매일경제가 최근 북미 진출을 발표한 국개 대기업 현황을 분석해보니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SK온 등
8개 기업 투자금액이 92조원(18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한국 명목 국내총생산(GDP2150조원)의 약 4.3%에 이른다.
투자 규모를 키우거나 협력사가 함께 진풀하는 사례를 포함하면 투자금액은 총 1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 기업뿐만 아니라 미국 기업 인텔.제너럴모터스(GM).포드와 대만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 TSMC 등 전 세계 제조기업이
미국에 앞다퉈 공장을 짓는 상황이다.
미국의 공격적인 자국 중심 공급망 재편으로 전 세계 반도체.배터리.완성차 업체가 미국에 공장을 건설하게 되면서
일손 부족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데이터 업체 코어로직에 따르면 이달 기준 미국 전역의 건설 인건비는 작년 같은 시기보다 약 20% 높아졌다.
미국 노동부조사에서도 평균 건설업 임금은 주당 1544달러로 월급(4주)으로 환산하면 6176달러(약 786만원)에 이른다.
올해 미국은 건설부문에서 근로자50만명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건자재 비용도 크게 올랐다.
미국 전국건설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5월말 기준 건설에 필요한 자재 비용은 220년 1월과 비교해 약 36% 상승했다.
콘크리트 가격은 1년 사이 12% 올랐다.
텍시스주 테일러시에 반도체공장을 짓는 삼성전자는 발표 당시 170억달러(약21조7000억원)면 충분하다고 봤지만
이제는 80억달러(약10조2000억원)를 더 들여 약 250억달러(약 31조9000억원)가 소요될 것으로 추정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인건비와 원자재 가격이 예상보다 크게 오른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송민근 이새하 기자
세혜택 보려고 미 갔는데...삼성 공장 완공까지 10조 더 들판
'돈 먹는 하마' 미현지공장
인건비.자재비 인플레 공습에
IRA 수혜 전 예산초과 속앓이
완공 후반도체공장 운영비도
미국이 한.대만보다 29% 비싸
기업 현금 흐름에 악영향 우려
현대 자동차.기아.현대모터스.LG에너지솔루션.SK온.한화큐셀...
이들 기업은 미국 조지아주에 생산시설을, 짓기로하고 투자를 시작했다.
대부분 이르면 올해, 늦어도 2025년이면 공장을 가동할 계획이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수혜를 입기 위해 미국 진출을 선택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현대차그룹은 조지아주에서 2조300억원이 넘는 혜택을 약속받았다.
현대차그룹과 배터리 합작공장을 짓는 SK온도 9000억원 규모의 지원을 역속받았다.
IRA로 인한 세제혜택에 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지원까지 더해지자 미국 진출은 곧 성공이 보장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실제 미국에 동장 건설을 시작해보니 비용 부담이 발목을 잡고 있다.
한동안 5%를 훌쩍 넘었던 물가상승률 여파로 부쩍 올라 있는 임금이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한국 기업들이 다수의 공장을 건설하고 있는 조지아주는 특히 임금이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조지아주 건설 근로자의 평균 주급은 1569달러에 달했다.
52주를 일한다고 가정해 연봉으로 환산하면 노동자 1명당 8만1588달러(약 1억400만원)에 달하는 임금을 받고 있는 꼴이다.
한국 기업들이 진출 중인 텍사스(주급 1580달러), 테네시(1570달러), 미시간(1578달러), 오하이오(1503달러) 등도 주급이 일제히 1500달러를 넘었다.
조지아주 대표 대도시인 애틀랜타시의 평균 주급이 1140달러임을 감안하면 건설업 임금은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조지아주에 공장을 짓고 있는 한 기업 관계자는 '몇 년 전 처음 공장을 추진할 때보다 공장 건설 인건비가 체감상 20%는 뛴 것
같다'며 '물가 상승과 공급망 문제로 코로나19 기간 자재비가 더 크게 올랐던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조지아주에는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생산기지 '메타플랜트'가 지어지고 있다.
이곳에 배터리를 납품하기 위한 LG에너지솔루션-현대차그룹,SK온-현대차그룹의 합작공장도 각각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SK온은 단독 배터리 공장도 추가로 건설하고 있다.
전기차 업계 고위관계자는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 SK온이 건설하는 공장들만 합해도 투자 규모가 수십조 원에 달한'며 '단기간에 많은 건설 수요가 몰리면 일손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처음 건설을 추진하던 때보다 임금이 오른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자재비도 크게 올랐다.
미국 전국건설협회에 따르면 올 4월 건설 자재 비용은 지난해 4우러보다 0.3% 상승했다.
상승폭이 주춤한 것처럼 보이지만, 2022년 4월 전년 동가 댜바 10,2%, 2021년 4월 전년 동기 대비 4.9% 상승한 점을 고려하면
3년 새 상승폭은 15%를 웃돈다.
추광호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산업본부장은 '올해 하반기가 되면 미국의 금리인상 기조가 완화될 것이라 기대했지만
하반기에도 금리 인상이 가능한 상황'이라며 '비용 부담이 커진 데다 기업들의 자금 조달 부담마저 커질 전망'이라고 했다.
치솟는 자금 조달 비용은 한국 기업들의 운영 안정성마저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배터리 기업들은 높아야 한 자릿수대 렬업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인건비와 건설비용 상승으로 인해 공장 가동이 늦어지게 되면 현금 흐름이 악화돼 기업 재무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 배터리를 생산하면 통상 전기차 한 대 분량에 360만원 수준의 보조금을 받는다'며
'건설이 지연되고 생산이 늦어지면 이 보조금도 늦게 받기 때문에 터격이 클 수 있다'고 했다.
360만원은 1킬로와트시(kwh)당 배터리 셀 생산에 지급되는 보조금 35달러(약 4만5000원)에 한 대당 탑재량인 80kwh를 곱한
값이다.
공장 완공 뒤에도 비용 지출은 이어진다.
업계는현지의 반도체 생산 원가가 국내보다 약 20% 더 든다고 본다.
미국반도체 산업협회(SIA)에 따르면 미국에서 첨단 반도체 공장을 10년간 운영했을 때 드는 총비용(TCO)을 100으로 봤을 때
한국.대만의 TCO는 78 정도 수준이다.
미국에서 반도체 팹을 10년간 운영하는 비용이 한국보다 약 29% 비싸다는 의미다.
미국에 공장을 건설 중인 국내 대기업 관계자는 '미국이 건설부터 운영까지 모든 면에서 비용이 비싸지만 미국 진출을 결정한
이유는 보조금'이라면서도 '당초 예상한 것보다 건설비.인전비 등이 올라가면 톡표한 수익률을 못 낼 우려도 있다'고 했다.
송민근.이세하.문광민 기자
'저 공장이 돈 더준대' 이직 또 이직...월 800만원에도 구인난
'잡' 호평 만연한 미고용시장
공장 가동 초기에 잦은 이탈
상시채용하고 시급4만3천원
미서 일할 저숙련자 확보위해
기업들, 한고교서 취업홍보도
미국 오하이오주에서 배터리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은 이달로 양산 7개월쨰를 맞았지만 여전히 인력을 채용
중이다.
상시화된 인력 이직이 원인으로, 특히 새 공장 가동을 앞두고 고민이 크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생산직 근로자들이 임금이나 복리후생 등이 조금만 더 좋은 곳이 나타나면 금방 해당 업체로
이직해 버린다'며 '특히 공장 초기 안정화 과정에서 이직이 많아 건설 중인 테네시, 미시간, 조지아 등 공장 가동을 앞두고
대책을 수립 중'이라고 말했다.
잦은 이적LG에나지솔루션 공장은 1년 내내 상시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오하이오 공장에서 일할 생산관리 엔지니어를 구하는 한 공고는 경력 1~3년을 갖춘 공대 졸업생이면 13만1300달러(약 1억7000만원)의 임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요구사항은
배터리 생산 관련 지식
MS오피스 이용 능력 등에 불과하다.
이런 이직 사례는 미국에서 '잡 호핑(Job Hopping)'이라고 불린다.
한 일자리에 정착하기보다는 쉴 새 없이 더 나은 조건을 찾아 이직하는 것을 일컫는다.
국내 기업들은 미국 진출을 한 뒤에도 '잡 호핑'으로 골치를 썪고 있다.
특히 이직이 쉬운 미국 고용시장은 제조업 일자리가 늘면서 '메뚜기족'처럼 이직을 반복하는 사례가 많다.
사정은 다른 기업도마찬가지다.
조지아주에서 배터리 공장을 가동 중인 SK온은 지난해 9월부터 올 6월까지 꾸준히 생산직 인력을 채용하고 있다.
생산,품질.물류 같은 단순 노동도 교대근무 시 23달러(약 3만원)의 시급을 보장하고, 유틸리티나 안전대기반, 유지보수 등 업무에 투입되면 최대 시급 34달러(약 4만3000원)를 지급한다.
하루 8시간, 23일을 일한다고 가정하면 세잔 800만원의 월급을 손에 쥘 수 있다.
한화로 치면 세전 억대 연봉에 가까운 수준이다.
SK온 관계자는 '당장 공장 가동 인력 충원에는 문제가 없다'면서도 '일부 인원이 다른 공장으로 이직하는 사례는 발생 중'이라고 했다.
이러다 보니 미국 진출을 앞둔 기업들은 대학은 물론 중고등학교를 찾아 미리부터 인력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공장 완공 이후에 이를 가동할 인력을 재때 구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삼성전자 오스틴 반도체 공장은 사회관계망 서비스(SNS) 트위터 계정을 통해 취업 정보와 지원 프로그램을 홍보하고 있다.
해당 계정은 졸업을 앞둔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취업 세미나를 홍보하고 있다.
20여 명의 고등학생을 테일러 공장 건설 현장에 초청하는가 하면, 장학금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기부를 통해 조성한 자금으로 '오스틴ED펀드'를 만들어 최대 1만달러의 장학금 지원도 발이고 있다.
국내 대기업 관계자는 '공장을 제때 가동하기 위해서는 숙련된 엔지니어나 개발자뿐 아니라 현지 생산 인력도 필수'라며
'일찍부터 생산직 인력을 구해야 한다는 위기감이 미국 진출 기업에 공통적으로 형성돼 있다'고 했다.
삼성 오스틴 계정은 근무할 인력 흐보군에 멕시코나 라틴계 인구가 많은 점을 감안해 스페인어로 작성한 게시글도 꼬박꼬박 챙겨 올릴 정도다.
현대차그룹은 생산직 외에도 생산 동정 관리 등을 말을 인력을 선점하기 위해 조지아남부대, 조지아텍대 등과도 협력 관계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송민근.성승훈.윤광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