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팔리에 빈집이 2개 있답니다.”
뜬금없는 말이었지만, 문득 이민철 씨가 홧김에 했던 말들이 떠올랐다.
함께 사는 사람이 누구든, 나와 다른 사람이기에 의견 차이가 생기고 다툴 때가 있다.
이민철 씨도 마찬가지이다. 가끔 그럴 때면 이사 가고 싶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일단 구경만 하는 거예요.”
직원이 이사를 물으면 손사래를 치던 이민철 씨가 이번에는 먼저 집을 구경하러 가자 말한다.
당장 이사 가겠다는 건 아니지만 구경만 하는 것이라도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해
지인이 알려준 집을 구경하러 가기로 한다.
먼저 이민철 씨 아는 형님 집에 도착했다.
형님도 장팔리에 살기에 읍에서 차를 타니 금세 도착한다.
간단히 인사 나누고 알려주신 곳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형님 집과 멀지 않은 곳 같은데 갈림길이 많아 찾기가 쉽지 않다.
“혹시 여기 주변에 나온 집 없습니까? 빈집이요. 빈집.”
마침 가는 길에 국수 그림이 그려진 식당처럼 생긴 건물이 있다.
이민철 씨가 들어가 길을 묻는다.
“빈집? 음…. 여기 앞에 말하는 건가?”
“내놓은 집입니까?”
“하하하. 정확히는 모르겠는데 내놓은 집일 거예요.”
“감사합니다.”
국수 공장이었는지 위생모를 쓴 부부 두 분이 나와 이민철 씨 이야기를 들어주셨다.
그리고 곰곰이 생각하시더니 길 안쪽 집을 알려주셨다.
몇 걸음 가니 작은 회색 주택 뒷모습이 보인다.
골목 앞집 마당에 할아버지가 계셔 이민철 씨가 빈집이 맞는지 여쭤보고
집으로 들어가는 길도 물었다.
친절한 할아버지 설명 덕에 헤매지 않고 집으로 들어선다.
집 뒷길을 돌아 앞으로 돌아가니 집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다.
집으로 들어서니 작은 마당에 신발 몇 켤레,
오래된 연탄보일러와 그 옆에 쌓인 연탄 몇 장이 보인다.
깨끗하지만 사람의 발길이 끊긴 지 오래되어 보이는 집을 이민철 씨가 천천히 둘러본다.
“이 집이 맞나? 이 앞에 집 아닌가?”
“이 집이 맞는 것 같아요. 앞집은 차도 있고 빈집이 아닌 것 같은데요.”
“다른 집 차 아니야?”
“이 집이 마음에 안 드시는 거 아닙니까?”
“그래. 마음에 안 드네.”
“집은 또 새로 찾으면 되죠.”
“그래. 새로 찾아봐야겠다.”
오늘 본 집은 이민철 씨 마음에 들지 않았나 보다.
그래도 구경만 하러 왔다기에는 아쉬움도 크고 괜찮은 집을 찾고 싶다는 의지도 생겨 보였다.
이민철 씨와 다음에 또 찾기로 하고 마을을 걸어 나온다.
몇 걸음 앞에 걸어가는 이민철 씨 뒤로 들릴 듯 말 듯 혼잣말이 들린다.
“사려면 1억 7천은 할 텐데. 다음에 보지 뭐. 다음 주에 또 찾아보지.”
2023년 6월 28일 수요일, 박효진
① 이날, 이민철 씨와 동행했다 돌아온 박효진 선생님이 사진을 찍었다며 휴대전화를 꺼내 바로 보여 주었지요. 마을을 걷는 이민철 씨 뒷모습이 마음에 오래 남았습니다. 한 사람의 역사를 보는 것 같았거든요. 자취를 꿈꾸었다 번복하기를 몇 번, 이사하고 이런저런 갈등을 겪고, 사고 배우고 망치고, 어느새 혼자 사는 그림을 그려 보기까지…. 그 여정을 글로 함께하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언제나 새 희망과 구상, 궁리, 목표는 좋은 거죠. 응원합니다. ② 함께 살면서 생기는 여러 갈등은 언젠가 따로 살게 되면 자연스레 해결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중요한 건 당사자에게 그러려는 뜻이 있어야 하는 것일 텐데, 서서히 변화가 싹트고 있으니 걱정이 없습니다. 다만, 함께 살며 얻은 것, 감사할 일은 오래 기억해야겠지요. 어찌되든 당사자 이민철 씨의 때를 기다리고 싶습니다. 정진호
이사할 생각까지 하고 민철 씨가 많이 속상했나 봅니다. 신아름
빈집을 향하는 이민철 씨 마음을 헤아립니다. 민철 씨 가는 길을 선하게 인도해 주시기 빕니다. 월평
이민철, 주거 지원 23-1, 집들이
이민철, 주거 지원 23-2, 계약하는 날
이민철, 주거 지원 23-3, 아플 땐 119
이민철, 주거 지원 23-4, 배워야지
이민철, 주거 지원 23-5, 김태준 장로님, 감사합니다
이민철, 주거 지원 23-6, 김현중 집사님, 감사합니다
이민철, 주거 지원 23-7, 이제 살 수 있겠다
이민철, 주거 지원 23-8, 이제 내가 할게요
이민철, 주거 지원 23-9, 냉장고
이민철, 주거 지원 23-10, 죽밥과 과자밥
이민철, 주거 지원 23-11, 사니까 친해지지
첫댓글 동네 이곳 저곳, 묻고 걸었네요. 맘에 드는 집을 구하는 과정과 고민이 이민철 씨에게 좋은 추억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