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차 탄소중립 기본계획 정부안' 주요 내용과 문제점
2018년 대비 배출량 40% down
2021년 나온 기존안과 동일
농업.건축 등 5개부문은 유지
재원조달방안.효과분석 '미흡'
정부가 새롭게 내놓은 '2030 국가 온실가스감축목표(NDC)'에서농업부문의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2021년 10월 나온
기존 NDC와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재원 조달 방안은 빠져 있고, 온실가스 감축 수단도 이전과 비교해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아쉬움의 목소리가 나온다.
대통령 소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는 21일 '제1차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 정부안'(이하 기본계획)을 내놨다.
기본계획은 지난해 3월 시행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에 따라 수립한 탄소중립 관련
최상위 법정계획으로 2030년 NDC 달성을 위한 부문별. 연도별 감축목표와 정책방향 등을 담고 있다.
2030년 까지 7년 밖에 남지 않은 만큼 이번 기본계획 발표를 앞두고 이전 정부에서 내놓은 기존 NDC와 어떤 차별화를 꾀할지
관심이 쏠렸다.
정부는 우선 2030년 NDC는 기존의 목표인 2018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 40% 감축을 그대로 계승한다.
다만 기존 NDC와 비교해 부문별 감축목표치를 일부 조정한다.
산업부문은 기존 NDC보다 온실가스 감축목표치가 줄었다.
기존 NDC에 따르면 산업부문은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14.5%를 감축해야 했는데 이번 기본 계획은 이를 11.4%로 낮췄다.
이 부분은 원전.신재생에너지 활용 등으로 보충할 계획이다.
그동안 산업계에서는 기존 감축목표는 현실적으로 달성하기 어렵다면서 목표치를 낮춰줄 것을 요구해왔다.
김상협 탄녹위 민간위원장은 '산업부문은 원료 수급 제한, 기술 개발 지연 등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감축목표를 향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농업(이하 수산 포함).건축.수송.폐기물.흡수원 등 5개 부문은 기존 NDC 감축목표치가 그대로 유지됐다.
이에 따라 농업부문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2470만t 대비(870만t) 감소한 1800만t으로 줄여야 한다.
기존의 NDC에 따른 농업부문 감축목표와 동일하다.
농업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8년 기준 국가 총배출량의 3.4%를 차지한다.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위한 농업분야 추진과제로는 크게
스마트 친환경 농업 확산
경종.축산 분야 저탄소 생산 기술 개발 보급
시설농업 화석에너지 사용 축소
친환경 농기계 개발 .보급
영농형 태양광 보급 확대 등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자원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온실.축사와 노지 스마트농업을 육성한다.
이에 따라 스마트 온실.축사를 2022년 7076ha((6002가구)에서 2027년 1만ha(1만1000가구)로 늘린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친환경농업 확산을 위해 친환경 농지 비중이 높고 연접된 지역을 집적지구로 지정하고 시설.장비.유통 컨설팅 등을
집중 지원한다.
저탄소 생산 기술로는 경종분야에선 논물관리(중간 물떼기, 얕게 걸러대기) 기술을 개발한다.
화학비료 사용 감축법을 위해 친환경농업직불제 지원 면적을 확대하고 유기농업 자재 지원을 강화한다.
탄소 격리 기능이 있는 토양개량제 '바이오차' 구입에 따른 추가 비용을 보전한다.
축산분야에선 저메탄사료 사용에 대한 인센티브 방안을 마련해 메탄저감사료 보급률을 2022년 0%에서 2030년 30%로 높인다.
농업분야 화석에너지 사용 축소에도 나선다.
화석에너지 사용이 많은 시설원예분야의 에너지 이용 실태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고 에너지 절감시설을 보급한다.
발전소 폐열을 활용할 수 있는 곳으로 온실단지 입지 선정을 유도한다.
내연기관 농기계를 전기.수소용으로 전환하기 위해 친환경 농기계 연구개발을 추진한다.
영농형 태양광을 통해 농촌지역 재생에너지 공급도 확대한다.
연내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내년까지 실증 연구를 거쳐 도입 기반을 구축한다.
농업.농촌에서 소비하는 전력량만큼 재생에너지로 생산하는 '농촌마을 RE100(재생에너지 100%)을 추진한다.
정부는 기본계획 정책과제 추진을 위해 5년(2023~2027년)간 89조9000억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한다.
하지만 이 재원을 부문별로 얼마나 투입할지에 대한 내용은 빠져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른 부문은
탄소중립 산업 핵심 기술 개발(산업)
제로에너지.그린리모델링(건물)
전기차.수소차 차량 보조금(수송) 등의 사업에 예산을 반영하겠다고 했지만 농업부문은 이마저도 없다.
아울러 2021년에도 제시된 논물관리, 비료 사용 저감 등 농업부문의 감축 수단별 감축 효과에 대한 분석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도 있다.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부소장은 '농업부문의 여러 정책과제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재원과 그 재원을 조달할 방안은 안급되지
않았다'며 '기존에 제시된 탄소 감축 수단을 단순히 나열할 게 아니라 여러 감축 수단의 효과성을 검초하고 예산도 그에 맞게
책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기본계획은 공정회.토론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한 후 보완을 거쳐 다음달 최종안이 확정.발표된다. 오은정 기자
농업계 희생 바라나...'일방적 규제 아닌 유인책 마련을'
네델란드.뉴질랜드.독일 등서
정부.농가 환경정책 갈등 심각
소통 통한 이행계획 수립 필요
최근 해외에선 탄소중립을 위한 농업 규제가 사회적 갈등을 낳고 있다.
우리 정부도 새로운 탄소중립 이행 로드맵을 세우고 있는 지금 농업계와 소통을 통한 이행계획과 유인책 마련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농업 관련 환경 정책이 논란을 빚는 대표적인 나라는 네델란드다.
최근 치러진 지방선거에선 일대 파란이 일었다.
정부의 환경 정책에 반대하는 신생 정당인 '농민-시민운동당'이 선거에서 입승을 거뒀기 때문이다.
네델란드에선 지방선거가 상원의원을 선출한다.
이번 지방선거로 농민-시민운동당이 전체 상원 의석 75석 가운데 15석 네외를 차지하며 네델란드 최대 정당에 등극할 것으로
전망된다.
네딜란드 정부 입장에선 환경 겨정책 추진에 빨간불이 커졌다.
2019년 출범한 농민-시민운동당은 정부의 질소 배출 감축 정책에 반발하며 농민들의 호응을 얻고 성장했기 떄문이다.
네델란드 정부는 유럽연합(EU) 규정에 따라 2030년까지 암모니아-아산화질소 등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는 것을
목표를 세우고, 이를 위해 전체 가축수를 3분의 1가량 감축하겠다는 방침을 2021년 내놨다.
축산 강국인 네델란드 농가가 사육하는 소.돼지.닭은 1억마리 이상으로 인구의 6배가 넘는다.
이런 상황에서 하루 아침에 퇴출위기에 놓인 축산농가들은 트랙터를 몰고 의회로 달려가는 등 시위를 발였다.
그럼에도 네델란드 정부가 지난해 농장을 사들여 폐쇄하는 방침을 내놓으면서 농민의반발을 등에 업은 농민-시민운동당은
급성장했다.
뉴질랜드 역시 정부가 2025년부터 가축의 트림 등 농축산업에서 베출되는 온실가스에 세계 최초로 세금을 매기기로 하면서
현지 농가들이 들썩이고 있다.
독일.프랑스.벨기에에서도 녹색 전환 정책으로 생계를에 위협을 느낀 농가들이 기후변화 대응책에 반대하는 시위에 나섰다.
이같은 해외 사례는 농업계만의 희생을 수반하는 환경 정책의 실패 가능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특히나 농업계는 농업분야가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인식되는 데 줄곧 반기를 들어온 만큼 일방적인 규제에 반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우리 정부는 농민들에 대한 직접적인 규제보다 저탄소농업구조로 전환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지만, 충분한 예산
확보와 농가의 실익을 높여줄 획기적인 저탄소농업 기술 개발 등 과제가 남아 있다.
아울러 농가가 탄소중립 이행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기 위해선 탄소중립직부제 등 유인책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꾸준히 제기된다.
정부가 탄소중립 이행 정책으로 추진 중인 농촌지역 재생에너지 공급 확대 역시 농업계와 소통을 통해 풀어가야 할 숙제다.
특히 최근 국회에서 태양광 발전설비 이격거리를 완화하는 내용의 법안이 잇따라 발의되면서 농업계 반발이 커지고 있다.
하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