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쇳물 쓰지 마라.
광염(狂焰)에 청년이 사그라졌다.
그 쇳물은 쓰지 마라.
자동차를 만들지도 말것이며
철근도 만들지 말것이며
가로등도 만들지 말것이며
못을 만들지도 말것이며
바늘도 만들지 마라.
모두 한이고 눈물인데 어떻게 쓰나?
그 쇳물 쓰지 말고
맘씨 좋은 조각가 불러
살았을적 얼굴 찰흙으로 빚고
쇳물 부어 빗물에 식거든
정성으로 다듬어
정문 앞에 세워 주게.
가끔 엄마 찾아와
내새끼 얼굴 한번 만져 보자. 하게.
https://youtu.be/OXQm3euOMCw
;문제의 사고는 2010년 당진의 환영철강이라는 철강업체에서 일하던 20대 청년이 섭씨 1,600도가 넘는 쇳물이 담긴 전기 용광로에 빠져 흔적도 없이 사라진 끔찍한 사고였다. 매우 충격적인 일이었으나, 그다지 세간의 주목을 받지는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를 다룬 기사에 댓글로 달린 이 시가 그야말로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다.
2016년 8월 22일 출판. 출판사는 수오서재.
유례를 찾기 힘든 '인터넷에 댓글로 달린 시를 모은 시집’이다. 1의 시 이후로도 꾸준히 댓글로 남겨진 시들과 개인 블로그에 쓰인 시들 120여 수 중 84수를 모은 것이 이 시집이다.
“지금은 그저 말 못 하는 짐승처럼 우리가, 우리를 위해 울어야 할 시간”
https://youtu.be/9R5OPHWTBg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