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소영의 문화가 암시하는 사회]
호남 반도체·무섭노 논란…
정치가 역사
갈등 부추겨서야
“호남에 대한 보상” 대통령 발언
“우리는 민주화 기여 없었나”
대구·부산과 전북 반발 불러
무섭노 논쟁도 정치인이 키워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논란,
스타벅스 5·18 조롱 의혹 파문,
최근 걸그룹 리센느의 ‘무섭노’ 논란.
언뜻 무관해 보이는 세 사건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경제적 타당성과 공익을 따질 사업
결정이나 작은 해프닝으로 끝날
사안에 정치권이 역사적 상처를
끌어들여 도덕의 문제로 치환
함으로써 사회적 갈등을 키웠다는
점이다.
정치가 한 집단에
‘특별한 피해자’의 지위를 부여하는
순간, 다른 집단도 곧바로
"그렇다면 우리의 피해는 왜
무시하느냐"
며 각자의 억울함을 꺼내 들고
갈등은 증폭된다.
사회심리학에서는 이를
‘경쟁적 피해자의식
(competitive victimhood)’
이라고 부른다.
갈등 관계에 있는 집단들이 서로
자신이 더 부당하게 고통받았다고
주장하며 피해자 지위를 겨루는
현상이다.
영국의 사회심리학자 마시 누어
등이 2000년대 후반 체계화한
이 이론에 따르면,
"내가 더 피해자"
로 인정받는 것은 도덕적 우위를
확보해 자신들이 행하는 공격을
‘약자의 정당한 방어권 행사’
로 포장하고, 나아가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재정적 보상까지 얻어내는
통로가 된다.
피해자 의식 경쟁하는 꼴
----지난달 29일 이재명 대통령이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를 포함한 ‘3대
메가프로젝트’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오른쪽)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이 동석했다.
< 뉴스1 >
지난달 30일 이재명 대통령은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를 두고
“차별의 고통과 설움을 견뎌내며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만들고
지켜온 호남에 대한 역사적·
국민적 보상”
이라고 했다.
산업 경쟁력과 전력·용수,
지역균형발전 등을 골고루 따져야
할 복잡한 산업정책을 역사적
피해에 대한 보상으로 규정하는
순간, 논점은
‘어디가 가장 적합한가’
에서
‘누가 더 희생했고 보상받을 자격이
있는가’
로 전환됐다.
그러자
“2·28운동과 3·15의거로
4·19혁명의 불을 댕기고
부마항쟁으로 유신을 흔든
대구·마산·부산은 민주주의에
기여하지 않았단 말인가.
지금 지역경제가 쇠퇴한 우리는
피해자가 아닌가”
라는 영남 주민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같은 호남권인 전북에서도 여당
전북도당까지 나서서
‘광주·전남 몰빵’
에 대한 소외론을 제기했다.
역사적 공로와 피해를 경제적
보상의 근거로 내세우는 순간,
다른 지역도 각자의 공로와 피해를
꺼내 경쟁할 수밖에 없다.
피해자 경쟁은 지역에 머물지 않는다.
삼성전자 초기업노조는 정부와
회사의 일방적 결정에 노동자가
피해를 입을 수 있다며 노사정
협의체를 구성해 인력 배치와 처우를
자신들과 논의하라고 요구했다.
소액주주 단체도 가만있지 않았다.
대한민국주주운동본부는
“회사의 명운을 가르는 이 결정의
자리에, 정작 그 회사의 주인인 주주는
어디에 있었는가”
라며 이 사안을 주주총회에 부치라고
촉구했다.
배제된 지역, 기업 노동자, 소액주주
등이 저마다 ‘소외당한 피해자’
서사를 앞세우는 무대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처럼 이해관계가 복잡한 문제일수록
정치의 역할은 권리와 비용을 조정해
갈등을 줄이는 데 있어야 한다.
그런데 오히려 정치인이 과거의
상처와 집단적 억울함을 자원 배분의
근거로 삼으면서, 각 집단은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피해를 더 크게 부풀리고
있다.
경쟁적 피해자의식 위에 올라탄
정치의 언어가 갈등을 키우는
꼴이다.
이런 정치의 언어는 낯설지 않다.
5·18 민주화운동에 큰 부채의식을
품은 운동권 세대는 호남의
희생자 서사를 그들 자신의 서사로
여겨왔다.
사회학·역사학에서 다루는
‘대리적 피해자의식’ 혹은
‘세습적 피해자의식’이다.
이들이 상속받은 피해자 지위는
강력한 도덕적 권위를 수반했다.
문제는 운동권 엘리트가 정치·
문화의 명백한 기득권 강자가 된
지금도 여전히 자신들을 약자로
착각한다는 점이다.
소비자의 질책과 기업의 사과로
끝났어야 할 스타벅스 마케팅에
대해 대통령이 직접 질타하고
정부가 불매운동까지 벌인 배경이
여기에 있다.
세습된 피해자 감수성에 갇혀
이것이 도리어 강자 횡포,
즉 정치권력의 검열과 시장 간섭으로
비칠 것을 예상하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2030세대를 주축으로
한 거센 역풍을 맞은 것이다.
역사적 피해자라고
검열 권한 있나
----영남 사투리 ‘노’를 쓰다가
‘일베 논란’에 휩싸였던 걸그룹 리센느----
< 뉴스1 >
‘무섭노 논쟁’
역시 피해자 보호라는 명분이
타인의 언행을 검열할 수 있다는
착각으로 변질되고, 정치인이
이를 부추긴 사례다.
걸그룹 리센느의 리더 원이
(정원이)가 한 유튜브 영상에서
“무섭노”
라고 하자 김현지 경남MBC PD가
일베 말투라고 불편함을 표했다.
그러자 경남 거제 출신인 원이가
평소 쓰던 사투리일 뿐이라는
반박 댓글들이 달렸다.
여기까지였다면 흔한 소셜미디어
논쟁으로 끝났을 일이다.
그러나 지난 5일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가 영남 사투리와 일베 말투는
다르다며 김 PD에 동조하는 듯한
글을 올리자 사안이 폭발했다.
‘일베 말투’
라고 주장하는 측은 고 노무현
대통령과 그 지지자들이 과거
일베 집단으로부터 어미에
‘노’를 붙이는 조롱을 당한 역사적
피해자라는 서사를 바탕으로 공적
제재를 요구한다.
이에 반박하는 측은
‘중소 기획사 소속으로 고생 끝에
이제 막 뜨기 시작한 걸그룹의 어린
여성이 단지 고향 말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검열과 낙인찍기를 당했다’
는 피해자 서사를 내세운다.
여기에
‘영남 사람은 다 일베 취급을 당해야
하느냐’
라는 지역적 피해자 서사까지 더해진다.
피해자 서사가 대항적 피해자
서사를 불러낸 예다.
이번에는 리센느를 옹호하는
대항적 피해자 서사가 워낙 강했기에,
결국 조국 전 대표는 12일
“리센느가 일베라고 말한 적도
전혀 없다. (…)
제 글이 리센느와 팬 여러분께 상처를
주는 계기로 활용되어 매우 유감이며
안타깝다”
라는 사과인지 변명인지 모를 모호한
글을 남겼다.
애초에 유명 정치인이 함부로
가세하지 않았으면 이토록 사회적
갈등이 커지지 않았을 사안이었다.
한국 사회는 이미 엄청난 갈등
비용을 치르는 중이다.
국무조정실이 의뢰한 연구에
따르면, 2013~2022년 공공갈등의
경제적 비용은 연평균 약 233조원에
달했다.
누어 등 사회심리학자들은 피해자
지위 경쟁이 사회적 갈등을
부추긴다며,
“우리가 피해자라는 믿음이 강할수록
집단 간 용서와 화해 의지가 약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 경고한다.
이럴 때일수록 필요한 것이 정치
본연의 역할이다.
정치의 임무는 어느 한쪽에
‘진짜 피해자’
라는 훈장을 달아주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권리와 비용을 냉정하게
조정하고 사회적 갈등을 줄이는 데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문소영 논설위원
[출처 : 중앙일보]
[댓글]
byou****
쿠데타로 정권잡고 민주주의 해친 영남권에
그동안 국가 산업 몰아준 것은 모두 안다.
박정희 전까지 해도 호남이 풍부한 농업
생산성으로 앞서갔었다.
그동안 반역도들을 키원준 영남에 부를
채워줘 왔고 지역 균형 발전으로 당연히
부족한 곳에 국가가 몰아주는 것도 균형
발전에 맞지 않은가?
그럼 민주주의의 반역의 땅 영남에다
더 몰아줘야 정당한가?
pigg****
'경쟁적 피해자 의식' 과 '대리적 피해자의식',
모두 절실하게 피부에 와 닿고 지금의
한국 사회를 설명할 수 있는 키위드다.
좋은 글 감사~
ly74****
호남이 민주주의를 만들고 지켜 왔다 지나가는 개.
소가 웃겠다
hall****
그들의 의도는 갈등을 부추겨 권력을 잡고,
오랫동안 잘먹고 잘 살겠다는 이야기.
달리 말하면 정치할 인성이 못 된다는 것인데,
문제는그들에 현혹당하는 국민이라는
생각입니다.
crki****
통찰력이 돋보이는 글이다.
4.3, 518 모두 사실은 안드로메다로 가버리고,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인간들만 득실댄다.
대체 역사의 관점에서, 4.3 난동을 군경이
제대로 막지 못했다면, 518 광주사태가
아무런 저항 없이 그대로 진행되었다면 그후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제주 인민공화국 혹은 광주 자치공화국?
시간이 흘렀음에도 모든 문제를 내재적으로만
접근하려는 무리들은 피해 심리와 보상심리라는
시대착오적인 옷을 입고 오늘도 활갯짓 한다.
우리는 모든 비판에서 예외라는 선민의식(?)으로
NHK 룸싸롱에서 추태를 보이면서도 스벅 가야지
라고 한 배재고 학생들을 앞장서 두들겨 패는
정치 모사꾼들이 활개를 치고, 군대 안갔다는
이유로 유승준의 입국은 절대 반대하고,
자식들은 미국 국적을 취득케 하거나, 장기간
출근을 하지 않으면서 엉터리로 방위를 하는
행위들을 쉽게 찾아 몰 수 있다.
youn****
나주시민인데 토지거래 중단 발표했다고 들었다
정치 쑈 인지 실행 될것인지 아리송하다
alsa****
문소영 기자, 바른 척, 중립인 척 하면서 쓴
글이지만, 편파적인 논조다.——
개발이 본격화된 박정희 정권 (60년대 초반)
부터 지금까지 영남과 호남에 투자한
규모와 금액을 비교해보라—
정치가 갈등을 부추긴다고 했으나, 그러한
갈등이 나올만한 투자의 불균형이 이루어진
것이 사실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