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바쁘게 해야할 일이 있으므로 수업 땡땡이는 기본.
뭐~ 나중에 교장이나 교감한테 한소리 듣겠지만, 그쯤이야 가볍게 씹어주면 장땡이다.
옷도 편하게 막일을 할수있을만한 옷으로 갈아입은 상태이다.
의욕 100% 패션 100% 모든게 완벽하건만, 정작 일할곳을 찾지 못한 나이기에
어디서 일을 해야할지 고민중인 나다.
패스트 푸드점에서 일을 해볼까 하다가, 괜시리 수리비만 날릴것 같아서
그것은 일찌감치 포기하고 제일 만만하게 몸으로 때울수 있는 막일을 하기로 결정했다.
공사장 마다 돌아다니며 때를 아무리 써봤자, 여자라서 안된다며
무참히 씹히길 수차례.
도저히 못참겠다. 이러다가는 괜히 도와준다고 나섰던게 후회될지도 몰라서
마지막이다 생각하고 찾아들어간 공사장에서 깽판부렸다.
˝아. 글쎄 내가 여자라서 못한다는게 이유가 돼? 왜 차별하는거냐고
사람 기분나쁘게 아씨. 알았수다. 댁들이 원하는 대로 나의 퍼펙트한 힘을 약간만
보여주면 될꺼 아니냐고˝
말로는 안되겠다싶어 한 아저씨가 짊어진 시멘트포대 두개를 어깨위에 척- 얹어서
나르는 일을 시작했다. 조금 무겁기는 했지만, 하다보면 적응 되겠지.
세번정도 지어날랐을까? 나에게 두손 두발 다드신 아저씨들이 결국은
나와 함께 작업하는걸로 합의를 보았고, 이제는 나의 몫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어떤 씨댕할 새끼한테서, 전화왔어. 전화받아라 주인아.
아, 누가 아침부터 전화질이야. 짊어졌던 포대자루를 옆에 쿵소리나게 내려놓고는
아무생각없이 전화를 받아버렸다.
˝여보세요˝
[신수현씨 핸드폰입니까?]
˝그런데?˝
[저기, 수현씨?]
˝누구야˝
[아, 나 청조고 교장이오만, 수현씨 도대체 뭐하는겁니까?]
아, 맞다. 잊고있었다. 젠장맞을 교장시끼. 요즘 꽤나 한가한가보지?
하긴 요즘에는 사고치는 애새끼들도 없더구만.
그래도 그렇지, 선생으로서 땡땡이 한번 친거가지고 되게 쫑알거리네.
˝작업중이에요˝
틱-
일이나 해야지, 내려놓았던 짐을 다시 짊어지고 일을 하기 시작하는 나였다.
피부가 약간 까졌는지 쓰라렸지만, 그래도 이정도면 움직이는데 지장은 없으니까 문제없다.
한번 더 나르고, 조금 지쳤는것 같아서 휴식겸.. 내 사랑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피유~ 오래살기는 다 틀렸어˝
괜시리 신세한탄을 하고 있는데 내 귀에 박히는 청량한 목소리.
˝선생님?˝
˝어?˝
갑자기 들려오는 목소리에 누군지 살펴보니, 이상한 복장의 반진월이었다.
너무 놀랬나 보다. 이래서 사기치는것도 아무나 하는게 아니라니..
˝아~아 뜨거˝
담배불이 타들어가다가 내 손까지 태워먹으려는 바람에 길길히 날뛰는 나를보며
딱 굳어서 나를 쳐다보는 진월이. 자, 이걸 어떻게 변명해야 한다?
˝아하하하. 저기~ 그러니까 이게˝
˝선생님 담배도 피세요?˝
˝응? 아니, 오늘 처음으로 그냥~ 재미삼아˝
전혀 믿는듯한 눈치는 아니였지만, 진월이가 정작 궁금했던것은 따로 있었나보다.
˝여기서 뭐하시는거에요? 선생님 원래 직업이 이거에요?˝
˝아니, 재미삼아˝
˝재미삼아 하는일도 참 많네요? 게다가 지금은 학교에 있어야할 시간이 아닌가요?˝
˝앗! 그러는 너는 지금 학교에 있어야 할 시간에 뭐하는건데˝
˝부담임선생님께 조퇴 허락 받았는데요˝
쩝. 할말없게 만드네 짜식. 그냥좀 대충 넘어가주지 뭘 그렇게 꼬장꼬장 물어보고..
근데.. 조퇴라기에는 니 의상이 좀 심하게 화려하다고 생각 되지 않나보지?
˝패션 죽인다?˝
˝아아, 친구놈이 기분전환 시켜준다고 나이트 가재요˝
˝그래? 그런데 말이야, 나이트보다 기분전환에 더 확실한게 있는데...
어때, 해볼 생각 없어?˝
˝없는데요˝
˝에이~ 짜식. 빼지말고..이리와바 자! 이거 지고 저기까지 나르면 되는거야
쉽지! 쉽지!! 아주 간단한 일인데다가 힘도 적게들고, 스트레스 해소에는 직빵이니까
나이트보다 이게 더 나아. 같이하자˝
˝말도안돼, 이게 무슨 횡포에요˝
˝좋은말로 할때 들어먹어라˝
강제로 포대를 등에다가 올려놓자 기겁하는 놈이었다.
살기띤 웃음을 지으며 협박을 해대자 더이상 저항없이 잘 따라주는 고마운 놈.
뒤늦게 진월이 친구놈까지 합세해서 내일을 도와야 했다.
˝아씨, 이게 얼마짜리 옷인데...˝
˝사소한것에 목숨걸지마, 인생은 즐기는 자의 것이야.˝
˝이게 즐기는 거에요?˝
투덜대든 말든 아이들의 도움으로 더 확실하게 일을 마무리 지어버린 우리일당.
덕분에 열심히 한다는 칭찬까지 받고, 맛있는 점심과 저녁까지 얻어먹고서..
가불좀 해달라는 말에, 선뜻 50만원을 내놓는 좋은 아저씨들이었다.
˝좋았어, 완벽해˝
˝뭐가 완벽해요? 도대체 무슨 꿍꿍이에요?˝
˝그런게 있다, 임마˝
˝도대체 그돈은 어디다 쓸건가요? 우리들까지 이용해서 착취하다니..˝
˝옆집사람 한테 돈꿨거든. 안갚으면 죽인다고 협박하길래 몸으로 뛰었다.
다행이 너희들 때문에 일이 잘풀렸어. 고맙다˝
˝저희의 인력을 마구 쓴 보답은요?˝
˝내가 너희들한테 받아야지, 무슨 보답? 그 나이에 이런일 경험하는게 어디
쉬운일인줄 알아? 하지만, 고맙긴 고마운 일이니까 내가 밥한끼 사마˝
˝그거 말고, 선생님집에 놀러가면 안되요?˝
˝우리집?˝
˝네, 어떤집에서 태어나야 선생님같은 두뇌의 소유자가 나올수 있는지
정말로 궁금하거든요˝
˝뭐 어려울건 없지, 그래 알았어. 내일 우리집에 모셔가주마˝
엄마아빠한테 선생질 잘하고 있다는 핑계로 이것들을 데리고 한번 같이 가주는것도
괜찮은 일이겠지 뭐, 아직까지도 애들이나 패면서 횡포를 부리지 않을까
괜한 걱정중인 엄마아빠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