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 우파 집권당 총산 압승
접전 예상 깨도 급진 좌파 눌러
퍼주기 복지 끝내고 게혁.긴축
작년 3월 IMF 구제금융 졸업
21일 그리스 총산에서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56) 총리가 이끄는 우파 집권당 신민주주의당(신민당)이 예상을 깨고 압승을 거뒀다.
그리스 내무부에 따르면 이날 선거에서 신민당은 41%를 득표하며 알렉시스 치프라스(49) 전 총리가 이끄는 급진좌파연합
(시리자.20% 득표)을 두 배 이상 차이로 따돌렸다.
시리자는 최저임금을 즉각 14% 인상하고, 근로시간을 주당 35시간(현재 40시간)으로 줄이고, 전 국민의 연금 수령액을 7.5%
올리는 등 포퓰리즘(대중 영합주의) 공약을 내세웠지만 외면을 받았다.
영국 가디언은 '1974년 민주화 이후 제1당과 2당의 격차가 가장 컸다'고 전했다.
선거 전 여론조사에서 신민당은 시리자를 5~7%포인트 정도 앞서며 아슬아슬한 승부를 펼칠 것으로 예상했다.
이런 전망을 뒤엎으며 집권당이 대승을 거둔 것은 치프라스라는 포퓰리스트가 재집권했다가는 과거와 같은 경제위기를 다시
겪을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리스는 2010년 IMF(국제통화기금) 등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았고 작년 3월에야 이를 '졸업' 했다.
가디언은 '다시 과거와 같은 일을 겪을 수는 없다는 생각이유권자들의 선택을 이끌었다'고 전했다.
다만 신민당은 이 같은 압승에도 불구하고 집권당이 되기 위한 의석 과반은확보하지 못해 오는 7월2일 2차 총선 후 연장을 치를
전망이다.
1차 총선 후 연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치러지는 2차 총선은 제1당이 현재 수준의 득표만 해도 추가 의석을 최대 50석 받을 수 있어 단일 정당으로 집권할 수 있다.
유권자들이 치프라스를 '위험인물'로 인식하는 이유는 한때 포풀리즘으로 나라가 거덜 났던 기억이 아직 선명하기 떄문이다.
그리스는 '국민이 원하면 뭐든지 다 준다'는 말로 유명한 안드레아스 파판드레우 총리가 1981~1996년 두 차례에 걸쳐 집권하며 수렁에 빠졌다.
2008년 2887억유로(약 410조원)에 달하는 구제 금융을 받고서야 국가 부도를 막을 수 있었다.
좌파가 거덜낸 그리스...12년간 구제금융 빚 갚으며 '고통의 세월'
경제 되살린 우파, 총선 압승
우파 집군후 연금.무상의료 대수술
의료보험 석달 안 내면 혜택 중단
최저임금 2009년보다 28% 낮아
국민도 하리띠 졸라매며 개혁 동참
수출 90% 늘고 작년 6% 경제성장
법인세 낮추고 기업 규제도 풀어
외국인 투자 20년 만에 가장 많아
이런 위기 가운데 2015년 집권한 치프라스는 나라가 빛더미에 앉았는데도 구조 조정과 긴축을 거부했다.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선언하고 유권자의 환심을 얻으려고 독일.프랑스 등 채권국들을 '약탈자'라고 비난하며 편 가르기를 했다.
결국 그리스는 본전도 못 찾고 IMF 등으로부터 더 가혹한 구제안을 받아들여야 했다.
반면 미초타키스 총리는 국가 체질을 바꿀 신자유주의자로서 그리스를 세계 무대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감세 정책을 펼치되 일반 시민을 향한 퍼주기식 감세가 아닌, 법인세 인하 등 친기업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쳤다.
그의 취임 직후 그리스 법인세율은 28%에서 254%로 낮춰졌고, 배당 소득세는 10%에서 5%로 줄었다.
외국인이 그리스를 거주지로 택하면 세금을 깎아주는 방식으로 해외 자본 유치애도 나섰다.
규제룰 줄이고 경쟁력 있는 공기업은 민영화하는 등 시장 원리에 충실한 친기업 나라를 만들겠다는 것이 그의 정책 방향이었다.
한편으론 IMF 및 유럽중앙은행이 그리스에 강요한 신축안을 충실히 수행해 나갔다.
그리스는 좌파 정권과 국민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의료.연금 제도 개혁을 단행해 국민 불만이 쌓였지만 이런 정책에서 후퇴하지 않았다.
한때 무상 의료에 연금 소득 대체율은 90%에 달해던 그리스는 현재 직장인이 의료보험료를 석 달만 안 내도 바로 보험 혜택이
끊기게 됐다.
구제금융 직전인 2009년과 비교하면 올해 최저 임금은 28% 낮아져 있따.
불편하고 힘들지만, 체질 개선을 하지 않으면 한때의 위기국에서 유럽의 영원한 '낙재생'으로 남아야 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국민을 움직였다.
결국 그리스의 경제성장률은 2021년 8.1%, 지난해 6.1%를 기록하며 코로나 팬데믹 이후 유럽에서 가장 강력하게 반등했다.
2017년 45.6%까지 치솟았던 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은 2021년 9.2% 까지 줄어들었다.
2010년 이후 유럽 지역 전체의 수출액이 42% 늘어나는 동안 그리스는 90%의 성장세를 보였다.
딤트리스 말리아로폴로스 그리스 중앙은행 수석경제학자는 '지난 10년간 그리스 경제를 견인한 것은 수출이었다'라며
'최저 임금 삭감, 기업 감세 등으로 그리스 기업의 경쟁력이 올라갔다'고 분석했다.
외국인 직접 투자도 급증했다.
지난해만 50% 늘어 2002년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온라인 전용 은행인비바월렛이 그리스 최초의 유니콘(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 스타트업)으로 성장하는 성과도
나왔다.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2010년 투기등급인 BB+로 내린 이후 한때 잠재적디폴트(SD)까지 내여갔던 그리스의 신용등급은 현재 투자적격 (BBB-) 진입을 앞ㄷ고 있다.
서울에서 영어 교사로 일하는 그리스인 아르테리스 드로올리아(28)씨는 '미초타키스가 이렇게 큰 격차로 1등을해서 놀랐다'며
'해고 유연화 등 미초타키스의 정책은 떄로 너무 '미국스럽다'고 느껴지지만 어쩄거나 그리스 경제는 확실히 나아지고 있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미초타키스는 이번 선거에서도 경제를 최우선에 두겠다는 공약을 앞세웠다.
30%까지 치솟았던 실업률은 11%까지 낮추고, 외국인 투자를 더 많이 유치해 경제를 활성화하겠다고 했다.
자영업자 면세, 평균 임금 인상 등 유권자를 겨냥한 공약도 없지는 않았지만, 2027년까지의 장기 정책 과제로 설정했다.
반면 치프라스는 포퓰리즘 공약을 내 걸었다.
공공 부문 임금을 인상하고 해고를 어렵게 하겠다고 밝혔고, 연금.최저임금 등은 7우러부터 바로 크게 인상하겠다고 했다.
식재료에 대한 부가가치세 삭감, 에너지 부문 수익 상한제, 에너지 회사 부분 국유화에서 나아가 일부 은행 국유화까지 내걸었다.
푸퓰리스트 정권의 폐해를 경험했던 그리스 유권자들은 그런 그의 공약에 넘어가지 않고, 미초타키스의 실리적 경제 정책에
표를 몰아 주었다. 조성호.김나영 기자
하버드 출신 경제전문가
컨설턴트 일하다 정계로
그리스 바꾼 미초타키스 총리는
21일 그리스 총선에서 신민주주의당(신한당)이 승리하면서 , 신민당을 이끄는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55) 총리가 주목받고 있다.
그는 정치인 가문 출신 미구구 유학파다.
아버지는 콘스탄티노스 ㅁ;초타키스(2017년 작고) 전 총리, 누나는 도라 비코야니스(69) 전 외무부 장관이다.
1968년 아테네에서 태어났지만, 가택연금 등 군부 정권 견제를 받던 아버지를 따라 생후 6개월 때 튀르키예로 떠났다.
이후 프랑스 망명 생활을 하다가 6살이던 1974년 군부 정권이 끝나면서 고국으로 돌아왔다.
아테네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스텐퍼드대와 하버드대 비즈니스 스쿨에서 각각 국제관계 석사, 경영학 석사(MBA)를 땄다.
이후 국제 컨설턴트, 그리스 알파뱅크 자회사인 알파벤처투자책임자로 일했다.
하버드대 동문인 이집트 출신 마레바 그래버우스키 미초타키스(56)와 결혼해 세 자녀가 있다.
2004년 총선 때 아테네 B 선거구에서 당선되면서 정치에 입문했다.
디지털거버넌스 장관을 거쳐 2016년 야당인 신민당 대표가 됐다.
2019년 신민당이 급진좌파연합을 제치고 총선에서 승리해 빚더미 그리스의 총리를 맡았다.
공기업 민영화와 노동 유연화, 세율 인하 등 조치로 경제 구원투수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리스는 국제통화기금(IMF)등에서 받은 27억 유로(약3조8500억원) 규모 국제금융을 지난해 조기 상환했다.
백신 패스를 통한 코로나 대처 엄격한 이민 통제도 성과로 꼽힌다.
언론 자유 침해 논란, 사망자가 57명 나온 열차 사고는 위기로 작용했다.
미초타키스 총리와 함께 최근 주목 받은 하버드 출신 정치인으로는 지난 14일 태국 총선 승리의 주역인 피타림짜른랏(43) 전진당 대표, 몰도바 첫 여성 대통령인 마이아 산두(51)대통령이 있다.
둘은 하버드 케네디 스쿨을 졸업했다. 유재인 기자
'유럽의 돼지' 조롱벋던 PIGS(포루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의 변신...이어 스페인도 우파가 집권 가능성
스페인도 포퓰리즘 부작용 커져
12월 총선 앞두고 우파정당이 1위
그리스가 좌파 정권의 포퓰리즘 정책으로 국가재정이 악화되던 시기 남유럽의 포루투갈, 이탈리아, 스페인도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었다.
이들 나라 이름의 앞 글자를 따 'PIGS(돼지들)'라는 멸칭까지 등장할 정도였다.
이들 지역에서도 좌파 포퓰리즘 정책이 부작용을 낳으면서 친시장 기조와 우파 경제 정책 노선이 힘을 얻고 있다.
올해 12월 총선을 앞둔 스페인에서는 5년 만에 좌파에서 우파로 정권이 교체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여론조사에서 우파 제1 야당 국민당이 30%, 내외의 지지율로, 20%대에 불과한 집권 사회노동당을 앞서고 있다.
2018년 국민당 소속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가 의회 불신임으로 퇴진한 뒤 집권한 사회노동당의 패드로 산체스 정권은 급진
좌파 정당 간 연합인 '포데모스 연합'과 함께 연정을 꾸몄다.
사회노동당은 원래 중도 좌파 노선이었지만 이 연정으로 인해 고소득자 소득세 인상, 최저임금 인상, 노동시장 유연화 방안 철회 등 포퓰리즘적 색채가 짙은 정책들이 등장했다.
강력한 긴축 정책을 펼쳐야 할 시점에 되레 돈을 푸는가 하면, 저소득층의 코로나 지원 패키지 재원을 마련한다며 은행과
전력회사로부터 이른바 '횡재세'를 걷기도 했다.
이런 정책들은 코로나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촉발된 인플레이션 등 경제 위기를 타개하기는 커녕 더욱 악화시켰고, 국민들의 외면을 받았다.
지난해 10월 우파 연정을 통해 집권한 이탈리아의 조르자 멜로니 총리는 강력한 노동 개혁을 추진하며 주목받고 있다.
2019년부터 시행한 기본 소득 제도인 '시민 소득'을 '포괄 수당이라는 이름으로 바꾸고 수급액을 3분의 1가량 삭감했다.
노동계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계약 기간 1~2년에 해당하는 단기 일자리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의 '노동 개혁 시행령'도
의결해 발표했다.
포루투갈에선 중도 좌파 사회당 소속 안토니우 코스타 총리가 2015년부터 8년째 집권하고 있는데,
그의 경제 노선은 오히려 중도 우파쪽에 가깝다.
돈을 푸는 확장적 재정 정첵을펼치라는 좌파 정당들릐 압박에 '포퓰리즘으로 나라를 망칠 수 없다'고 반박하며
재정건전성을 중시하는 긴축정책을 고수해 왔다. 류재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