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개막전 베테랑 선수들의 경쟁 못지않게 관심을 끌었던 신인왕 레이스가 시즌 초부터 형성되지 않고 있다. 매년 최소 2~3명의 루키가 신인왕 타이틀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며 페넌트레이스의 재미를 더했지만 올해는 그런 열기가 없다.
올 시즌 총 74명의 신인이 꿈을 품고 프로에 입단했지만 뛰어난 신인이 없다. 한국야구위원회가 매 경기 끝난 뒤 집계하는 순위표에서 신인 선수의 이름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타자 랭킹에서는 단 한명의 선수도 발견할 수 없고 투수 중에서는 SK 송은범, 롯데 양성제 등이 간신히 이름을 걸고 있다.
송은범은 구원부문 8위(8세이브포인트), 홀드부문 10위(5홀드)에 올라 있고, 양성제는 홀드부문 7위(6홀드)에 올라 있다. 선발승, 탈삼진 등 주요 지표에서는 아예 이름이 없다.
타자들은 시즌 초부터 선배들을 제치고 선발출장하지 못했고, 투수들은 대부분 중간계투로 활용되는 데 그치고 있다.
당초 LG 박경수(내야수·계약금 4억3000만원), SK 송은범(계약금 4억원), 현대 이택근(포수·2억5000만원)의 삼파전이 예상됐다. 여기에 기아 고우석, 두산 노경은 등도 합류할 듯보였다.
그러나 ‘전천후 내야수’라는 박경수는 선배들의 그늘에 가려 2루수 이종열의 백업선수로 뛰고 있다. 송은범이 그나마 신인들의 체면을 세워주고는 있지만 내세울 만한 성적을 거둔 것은 아니다. 시즌 초반 반짝했지만 지난달 말에 다쳐 이달 중순 이후에나 나올 예정이다. 이택근도 부상으로 고전하며 뚜렷한 인상을 주지 못하고 있다.
고우석은 1구원승(1패)에 그치고 있고, 노경은은 기초 수업부터 다시 받고 있는 상황이다.
예상을 뒤집고 불쑥 튀는 선수도 없다. LG 신인 이대형이 선배들의 부상을 틈타 깜짝 톱타자로 기용되고 있지만 현재보다는 앞을 내다봐야 하는 선수다.
올 시즌 신인왕 레이스 실종은 어느 정도 예견됐던 상황이다. 그러나 한 야구인은 “상황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심각하다”고 밝혔다. 후보들이 많아 행복한 고민을 했던 예년과 달리 올 시즌 신인왕 투표는 후보를 찾아내는 것 자체가 힘들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