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구멍처럼 보이는, 보랏빛 머리카락을 가진 소년 하나와 동일한 색깔의 긴 머리카락을 가진 청년 하나...
-저주이구나. 네게는.-
청년이 소년의 손목을 쥐고 말했다. 청년의 손에 잡힌 소년의 손에는 붉게 물든 검이 들려 있었다. 소년의 붉은 검이 피에 물들어 붉게 된 것이라는 것 정도는 안 봐도 짐작할 수 있었다.
공허한 눈으로 눈물을 떨어뜨리는 소년.
그 소년과 눈높이를 맞추며,
-너에게 있어서 나는 어쩌면..... 네가 가지고 태어난 선천적인 저주와도 같은 존재가 될 수도 있을 거다... 그래도 좋다면....-
청년이 말했다.
-나를 스승으로 받아들여라.-
-.......-
소년의 투명한 보랏빛 눈동자가 청년을 보았다.
순간, 파멸밖에 없는 듯 보이는 사막에 바람이 불었다. 소년의 눈앞에 있는 청년의 보랏빛 머리카락이 바람에 살짝 날렸다. 그리고 소년의 눈앞에, 긴 앞머리에 가려진 청년의 눈동자가 보였다. 붉디붉은, 맑고 선명한 핏빛의 눈동자가.
'....신'의 눈동자가...
-당신은.....?-
소년의 입이 드디어 열렸다.
-....이름을 묻는 것이라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해주지. 하지만.... 이렇게들 부르더군.-
청년이 묻지 않은 것까지 대답해준다.
-스트라본...... '현자'라고......-
다시 한 번 바람이 불었다. 바람이 빛이 섞여 와 시야를 하얗게 물들였다.
온통 하얀 눈 앞. 그리고....
-이제 그만 일어나시지.-
현실이 부르는 목소리.
그리고 떠도는 공기 같았던 몸에 돌아오는... 감각.
번쩍.
눈을 뜬 스팅.
그의 눈앞에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초록 머리카락을 가진 키스케. 금색 머리카락을 가진 셰릴. 검은 머리카락을 가진 인디언 형제들. 그리고... 그레이.
"언제까지 멍하게 있을 거야?" 셰릴
셰릴이 물었다. 보아하니 그쪽도 금방 일어난 것 같은데...
"일어났으면 서둘러 떠날 준비들 하라구. 여긴 곧 시끄러워 질 것 같으니까." 포베어스
포베어스의 말에, 스팅은 벌떡 일어나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제의 난장판이 사실이었구나....
적색을 띈 갈색 머리카락을 가진 인디언들......
..........붉은 늑대 부족.......
"저... 미첼 씨, 저 사람들... 어떻게 되는 거야?" 스팅
'그들'을 가리키며 묻는 스팅의 물음에, 미첼이 드물게 어두운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대 부족회의에 넘어가겠지. 그리고 아마도... 살아남기는 힘들 거야..."
'배신자'들이니까.
"아니, 그 반대야. 오히려 죽기 힘들 거야." 레드
먼 하늘을 보면서, 레드가 말했다.
"...........'엘리게이터족'이 그들을 옹호해. 그리고..." 레드
'아즈레카 네이아프'....... 그도 그들을 옹호한다.
아즈레카... 도대체... 어떻게 되먹은 성격이라야 '모순' 이라는 것을 당연한 듯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냐... 그에 대해서는 정말 할 말이 없는 레드였다. 나름대로는 잘 알고 있었다고 자부했었는데...
"........"
그레이는 말 없이 스팅의 바이크에 올라타 있었다. 이거... 생각보다 귀찮게 됐는걸... 로페즈 쪽은 괜찮을지... 도대체...
'무슨 일을 꾸미는 거지? 아즈레카 네이아프...... 고대의 현자 씨....'
**
톰 모렐로. 치안의 도시로 유명한 곳.
"이거이거... 엄청난 수확이 될 지도 모르겠는걸..." 크렘벨
크렘벨이 안경을 고쳐 쓰며 중얼거렸다. 톰 모렐로의 중앙 전시관. 그리고 그 안에 도착되어 보관되고 있는 것은... 그 이름하여 유명한 '에우이의 붉은 눈' 이라는 보석이었다.
에우이의 붉은 눈.
RED EYE'S OF EUI.
듣기로는 고대 인디언의 보물이란다. 자세한 정보는 모르겠지만... 이것을 이 전시관에 빌려 준 사람은 그녀... '이그너스 칼라시니코프'.... 이름과 직업을 제외한 거의 모든 정보가 불명인 고고학자다. 그녀와 관계가 되어 있다면 이것은 아마도 고대의 보물...
그런데...
'이상하게 요즘은 이런 고대 유물들이 많이 돌아다니는군. 마치... 꽉 잡고 있던 누군가가 일부터 풀어놓는 느낌.....'
그래...
'누군가를 혹은 무언가를 잡기 위해 미끼를 놓는 것처럼.....'
순간, 크렘벨의 눈이 번쩍 하고 띄었다. 그녀의 머릿속을 스치는 정보들.
고고학자. 고대. 인디언............
...........디오 렉시안............
전무후무할 듯한 세기의 마술사 '유리 디스루아'를 살해했다는 그...
"....지나친 생각인가?"
공식적인(?) 죄질로 따지자면 '디오 렉시안'보다 더했던 '마릴린 멘슨'도 이렇게 요란(?)을 떨며 잡으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정보를 수집할 가치는 있겠지."
그냥 넘기기에는 께름직하거든.
"이거........"
갑자기 옆에서 들리는 떨리는 목소리.
"....언니?"
크렘벨 옆에, 아미타가 놀란 눈으로 그것을... '에우이의 붉은 눈'을 보고 있었다.
"본 적이 있어..... 나.... 이게 뭔지 알아....." 아미타
"언니?" 크렘벨
-이거? 몰래 가져온 거야. 너무 예뻐서. '아버지' 알면 혼날지도 몰라.- 유리 디스루아
-.........예쁘긴 한데...- 어릴 적의 아미타
-예쁘지? 예쁘지? 근데 이거... 보기와는 다르게 살벌한 전설을 가지고 있어. 사악한 전쟁의 신이 부리던 붉은 눈을 가진 하얀 늑대를 봉인했다나?- 유리 디스루아
-.............(그런 건 설명 안 해도 괜찮은데....)- 아미타
-....근데....., 그 불길한 전설이 되살아나 버렸어... 어긋나는 바람에..... 무언가가... 무언가 하나가 어긋나는 바람에....- 유리 디스루아
"언니?" 크렘벨
크렘벨의 부름에 다시 현실로 돌아온 아미타. 그녀는 자신의 눈앞에 놓인 보석을 보았다. 손바닥 보다 작은 길이의 지름을 가진 동그란 구체. 그리고 그 안에 들어가 있는 검은 무언가. 그것 때문에 '눈'이라는 이름이 붙었을 것이다.
"크렘벨." 아미타
아미타가 조용히, 크렘벨을 불렀다.
"이거.... 우리가 가져갈 수 있을까?" 아미타
"...............최대한 정보를 모아볼게." 크렘벨
지금까지와는 틀린 반응을 보이는 아미타. 뭐라고 설명을 해야 할지......
"...........크렘벨....." 아미타
아미타가 보석에서 눈을 떼지 않고 크렘벨을 불렀다.
"응?" 크렘벨
"그녀는..... 유리....는..... 예상하고 있었어...." 아미타
"뭐?" 크렘벨
크렘벨이 되물었지만, 아미타는 말없이 보석을 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 뒤로, 아미타는 아무 말 하지 않았지만, 그녀는 그때 이 말을 삼켰었다.
-전쟁을.-
**
"우아아~ 도대체 이거 얼마 만이냐아~" 셰릴
셰릴이 키스케의 바이크에서 내려 기지개를 켜면서 말했다. 멧소드를 떠난 지 보름. 노숙에 노숙을 거듭하고 노숙에 익숙해지고 노숙에 찌들어 노숙에 진저리를 칠 즈음..... 해서, 드디어 도시로 들어섰다.
보름을 밖에서 잤지만, 어쩐지 기운이 넘쳐나는 셰릴이었다. 사막이라면 학을 떼던 그녀... 하지만 그 사막으로 몰아 넣은 그 인디언들을 손보면서 있는 스트레스 다 풀고 앞으로 쌓일 스트레스까지 풀어댄 그녀였으니 쌓인 스트레스가 있을 리 만무했다.
그러나......
"도...... 도시... 도시다아......" 스팅
"밥...... 바압~ 바아아아압~" 레드
눈앞에 보이는 환상(스팅의 경우는 아니지만)을 보며 손을 뻗는 두 남자와,
"...................................(풀썩)." 키스케
말없이 본인의 바이크에 엎어지는 남자 하나,
"도... 도시인가...." 미첼
쓰고 있던 모포 밖으로 얼굴을 내밀어 주위를 둘러보며 눈물짓는 인디언 여인 하나,
"..........................(......까딱)...." 포베어스
머리만 뒤로 넘어가는 거구의 인디언 하나,
"보름... 길었군." 그레이
......여유 있게 차를 따라 마시면서 솔직한 감상을 말하는 남자 하나.
툭 털어놓고 말해 멀쩡한 사람은 셰릴과 스녀의 스승 그레이 정도였다.
역시 그들은 사제지간. 그 스승에 그 제자. 위대하다 그레이 학파(?)!
그리고 그들은.....
"저 사람들 뭐예요?"
"보지 말아요. 안 좋으니까."
별로 좋지 못한 구경거리가 되고있었다.......
솔직히 그러하리라. 어지간해서는 보기 힘든 것이 제법 멋있는 인디언인데, 그 제법 멋있는 인디언이 셋 있고 그 중에 예쁘장한 인디언이 둘(레드가 예쁘장하던가?)씩 이나 된다. 거기다 더해 톡 튀는 외모를 가진 백인 남자 셋과 백인 여자 하나. 일단 외모에서 튀는 그들인데.... 하는 행동마저도 튀게 되 있으니... 구경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구경거리가 되는 본인들이었다.
그들은..... 보름이나 되는 노숙, 거기다 연이은 전투(?)에 지쳐 본인들이 현재 얼마나 튀고 있는지 전혀 감지하지를 못하고 있었다.
불행 중 다행이라면..... 사람이 많지 않은 도시의 외곽이라는 것 정도....
**
외곽에서 상당히 가까운 여관을 겸한 식당(밤이면 펍이 되기는 하지만 어쨌든).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고개를 든 INN 마스터는 들어오는 손님들을 보는 순간 닦고 있던 컵을 떨어뜨릴 뻔했다. 어.... 어째서.... 오늘은....
"방 셋. 인원은 알아서 나눠."
보기 드문 초록 빛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는 청년이 들어오자마자 말했다. 싸가지 없어 보이는 저 말투하며 살벌한 저 분위기.... 헌터구만...
"살벌하네...... 조금은 친절한 말투로 말하면 안 되겠어?"
"넵둬버려. 천성인데 고쳐지겠어?"
"사람의 성격은 스물 두 살이 넘어 가면 고칠 수 없다."
......저 튀어 보이는 피부색들.... 요즘 보기 힘들어진 인디언들이군. 인디언 인 것도 튀는데 예쁘장한 것들이 둘 섞여 있다. 이거.... 오늘 좀 시끄러워 지겠군.
"알겠나. 차라는 것은........"
"........집어 쳐 그딴 거."
...........긴 머리카락을 가진 남자 하나와 금발에 붉은 브릿지를 넣은 소녀 하나. 오누이 인가? 귀여운 얼굴하고 기생오래비같은 얼굴.... 저 두 사람도 꽤 시끄럽겠어....
그리고.........
".............."
딴 곳을 보고 있는 보기 드문 보랏빛 머리카락을 가진 청년 하나.....
...............뭐, 뭐냐...? 저 놈은....... 뭐 하는 놈이지? 보이는 작태하며 뭔지 모르지만 짐작을 할 수 없어...... INN마스터 25년 동안 저런 감 잡을 수 없는 놈은 첨이다.....
마스터가 종잡을 수 없는 놈을 빤히 보고, 종잡을 수 없는 놈의 일행이 이상한(?)오해를 하며 마스터를 경계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바....보! 멍....청이! 멍게! 해삼! 말미잘! 해파리~!!!!"
"히드라. 짚신벌레. 단세포 생물."
스팅이 보고 있는 방향에서 두 소녀가 티격태격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찌나 큰 목소리인지 식당이 다 쩌렁쩌렁했다. 마지막에 들려온 목소리는 조용했지만..... 특이한 울림이 있어 앞선 목소리와 마찬가지로 식당을 다 울렸다.
"도마뱀!"
"마녀."
"이 장사치가!!!!"
"도굴꾼은 입 다물어."
"지금 누구 더러 도굴꾼이라는 거냐 이 고리대금업자야!!!!!!!"
"고대 어 하나 재대로 해석 못 하면서 할 말이야 그게!!!!"
"역사상 최고의 문화 번성 기라고! 100년을 멀다하고 언어가 고쳐지고 어휘가 새로워 졌어! 거기다 그 상태가 무려 1000년 동안 지속됐단 말이다! 공교롭게 아직 손도 안 댄 시기의 언어를 이 정도로 해석하는 나한테 뭐가 어쩌고 어째?! 고대사 하나 줄줄 꿰지 못한 바보가!"
"지나가는 사람 붙잡고 고대사를 말하라고 말해봐! 말 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나! 전문 분야가 아닌 이상은 그건 알 수 없다고! 각 대륙에 나라가 몇 개 있고 어느 나라를 중심으로 경제적인 블록을 형성하고 연맹을 결성하는지 모르는 순 자기 세계 밖에 모르는 단세포 마녀주제에 뭐가 어째?!!!"
이후로도 끝없이 나아가는 그녀들의 말싸움. 그녀들의 말싸움의 핀트는 시장의 미래와 고고학의 미래, 더 나아가서는 과학의 미래까지 번져가고 있었다. 처음 시작이 무엇이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 와서 다시 되돌리는 것은 어려울 것처럼 보인다.
"....여전하군." 그레이
차를 후루룩 마시면서 그레이가 중얼거렸다.
"아는 사람들인가?" 포베어스
"...지금은 모르는 사람이야." 그레이
"현명하군." 포베어스
"......(삐질)" 스팅
같이 차를 마시며 말하는 그들을 보며 땀을 삐질 거리는 스팅. 스팅의 기억 속에서 저 카랑카랑한 목소리의 주인공이 누구였는지 기억해 내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거기다 고고학이라는 것까지 거론했다면 확실했다.
"칼라시니코프 씨?" 셰릴
셰릴이 물었다. 하지만 문법만 의문형이었지 사실 확인에 불과한 것이었다.
"...어라? 혹시..." 이그너스
그 작은 셰릴의 목소리를 들었단 말이냐... 어찌 되었든 귀를 쫑긋 세우고 주위를 둘러보는 이그너스의 눈에 스팅 일행이 보였다.
"야아~ 오랜만~!" 이그너스
"안녕하세요, 이그너스 씨..." 셰릴
"음... 한 사람이 바뀌었네... 어라?" 이그너스
바뀐 사람(?)이었던 스팅에게서 눈을 뗀 이그너의 시선이 그레이를 향하고 있었다.
"거기다 한사람 더 들어왔네... 그런데 어디서 많이 본 면상이다...?" 이그너스
"그레이 인가?" 루피아
그레이를 알아본 것은 뒤늦게 눈을 돌려 일행을 본 루피아 메그넘이었다.
"....오랜만이군." 그레이
"반기는 표정이 왜 그 모양이야?" 루피아
"...반기는 것으로 보였나보지?" 그레이
"...너무 소란을 피웠나?" 이그너스
이그너스의 말에 주위가 살짝 내려앉았다.
아마도 긍정의 침묵이리라.
**
치안의 도시로 악명(?)과 위명(?)을 떨치고 있는 톰 모렐로 시티.
로미는 언니들의 심부름으로 식료품을 구하러 가고 있었다. 톰 모렐로 시티... 로미에게 있어서는 조금은 특별한 기억이 있는 곳이었다. 그것은 아마 겨우 떼어놓고 나온 스테파니 언니에게도 마찬가지겠지...
해는 아직 중천에 걸려 있었다. 지금 시간이라면 아마 그리 위험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미타와 크렘벨은 목표 물색으로 전시관에 가 있고 테미는 보는 사람이 다 무서울 정도로 살벌하게 훈련 중이었다. 그 언니에게 잡혀 훈련의 탈을 뒤집어쓰고 거의 과녁 비슷한 존재가 되어 있는 스테파니... 갑자기 스테파니를 떼어놓고 온 것이 무척이나 미안해지는 로미였다. 좀 있다 들어 갈 때 코코아나 사 가야겠다. 구급상자가 비었으니 비상약도 좀 사 가야 하나?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도 용케 사람을 잘 피해 다니는 로미의 귀로, 많이 들어본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무것도 없는 손에... 비둘기입니다!"
푸드드드드드득~
비둘기... 손에서 나타나면 거의 단수 아닌가? 그런데 어떻게 수십 마리가 한꺼번에 비상하는 소리가...
소리가 나는 쪽으로 눈을 돌린 로미 앞. 살짝 멀리 떨어진 어두운 골목에, 세 명의 아이들을 앞에 놓고 마술쇼를 벌리고 있는 그 녀석이 보였다.
유리 디스루아의 혈육이라는 엘 디스루아...
로미가 보고 있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관객이 단 셋, 로미까지 합한다면 넷인 엘의 마술쇼는 계속 되고 있었다.
"그리고... 분명히 비어있는 모자 속에서...(모자를 공중으로 던진다)떨어지는 사탕과 초코렛의 비!!!"
저 작은 모자 어디에 저 많은 사탕과 초코렛이 들어 있었던 것일까? 공중으로 솟구친 모자에서 (작은 규모나마)정말 비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만큼의 사탕과 초코렛이 떨어지고 있었다.
"챙길 만큼 챙겼어요? 그럼... 이제 이 마술사 견습의 마지막 마술선물이 이어집니다, 기대 해 주세요...(커다란 보자기로 자신의 몸을 가린다. 그리고 잠시 후 보자기를 걷는다.) 여러분이 잃어버린 엄마와 아빠에게로 안전하게 데려다 줄 늠름한 보안대 아저씨입니다~!"
커다란 보자기에서 엘과 함께 나온 사람은 엘의 말대로 세 명의 보안대였다. 얼떨떨한 표정을 짓고 있는 보안대의 얼굴을 보며, 엘은 한숨을 폭 쉬었다. 아무리 예고 없이 이렇게 불려 왔다지만 눈치 정도는 있어야 할 거 아니냐...
'댁들을 늠름하다고 한 내 사정을 좀 생각해달란 말이다...'
생각을 하기 무섭게, 엘은 얼떨떨한 표정을 짓고 있는 보안대 세 사람의 등을 퍽퍽 치면서 웃는 얼굴로 말했다. 그러나 그 웃는 얼굴에 칼에 베어 있는 것을... 로미와 세 명의 보안대는 볼 수 있었다.
"당신들은 저 손님(미아)들의 부모님을 찾을 때까지 저 손님들의 선물이 되었답니다. 뭐 하세요? 손님들을 기다리게 할건가요? 그것만큼 큰 실례가 없답니다~."
이렇게까지 말했는데도 못 알아듣는다면 치안의 도시 톰 모렐로의 보안대의 이름이 운다. 사정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재빨리 알아차린 보안대는 정말 보안대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손님 접대용 마스크로 돌변시키고 아이들과 함께 보안대로 돌아갔다.
"와..."
로미는 난데없는 마술쇼를 보고 자신도 모르게 감탄사를 터뜨렸다. 정신 없다면 정신 없고, 놀랍다면 놀라운 엘의 마술쇼를 보고 잠시 멍해진 로미의 눈앞에, 갑자기 사라진 엘의 초록빛 눈동자가 나타났다.
"꺅!" 로미
"우음... 부끄럽게... 보고 있었어요?" 엘
"아... 미, 미안해요..." 로미
"음... 이렇게 되면 관람료를 받아야겠는데..." 엘
잠시 생각하는 포즈를 취한 엘. 그러다 빙긋 웃으면서 로미에게 말했다.
"잠시의 시간을 제게 주실 수 있겠습니까? 레이디?" 엘
이건 명백한 데이트 신청이다...
**
"단면도야. 솔직하게 말해서 언니... 난 말리고 싶어..." 크렘벨
크렘베이 넓은 책상에 단면도 한 장을 펼치면서 말했다. 크렘벨의 표정에는 걱정이 가득했다. 톰 모렐로... 치안의 도시. 아마도 이곳을 급습해서 '에우이의 붉은 눈'을 빼 오는 것은, 지금까지 그녀들이 해 왔던 일 중에서 가장 어려웠던 일 중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으로 꼽아야 할 정도로 힘든 일이 될지도 모란다.
"고마워 크렘벨. 하지만 단면도를 분석하면..." 아미타
"...개인기... 개인기 건수는 자신 있다고 해도..." 크렘벨
"헌터들 때문에 그래?" 테미
잠자코 듣고 있던 테미가 물었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멍하니 창문만 보고 있었던 테미. 기운 차려서 다행이지만 그러기 위해서 스테파니가 얼마나 희생을 해 줬던가...
"단면도를 구해 올 때 보았던 헌터만도 상당했거든... 거기다 더해서 어떻게 알았는지 모르겠지만 '로마니가 이곳에 왔다'는 정보가 보안대 사이에 있는 것 같아." 크렘벨
"...그 말은..." 테미
"헌터는 더 모일 거야. 예정일엔 판 만으로는 따돌리기 힘들 정도의 숫자가 모이겠지. 그리고 아직 알 수 없지만... 스팅 일행이 이 도시에 와 있다면..." 크렘벨
"...힘들어 지겠군..." 아미타
아미타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이때, 그들이 묵고 있는 방문이 열리며 로미가 들어왔다. 하지만 나갔을 때와는 틀리게, 로미의 표정이 밝지 않았다. 로미의 손에는 한 다발의 후리지아가 들려져 있었다. 축 처진 어깨와 날리는 후리지아의 꽃잎. 그리고 흐린 눈, 멍하게 보이는 로미의 흐린 눈.
로미가 아미타와 크렘벨을 향해 말했다.
"나도 가." 로미
"뭐?" 아미타
"고양이 손이라도 빌려야 하지 않아? 나도 갈 거야." 로미
"로미!" 스테파니
로미의 말에 스테파니가 벌떡 일어났다. 로미를 말리려고 한 스테파니 그러나...
"귀찮은 헌터랑 레인저랑 보안대, 내가 허수아비로 만들 수 있어." 로미
잠시 말을 끊고 눈을 감은 로미. 로미가 다시눈을 떴을 때, 흐릿했던 눈동자를 없었다.
"그리고 또 한 녀석... 그 녀석... 내가.... 아니, 나라면 따돌릴 수 있을 거야..." 로미
"로미?" 스테파니
오히려 로미의 말에 말문이 막혀버리고 말았다.
"설마..." 크렘벨
"엘 디스루아... 아미타 언니가 말한 적 있는 유리 디스루아의 마지막 혈육이 이 도시에 있었어..." 로미
말을 하고 로미는 몸을 돌려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방문을 닫고 눈을 감자, 엘이 한 말이 귀를 괴롭혔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당신을 사랑하는 것 정도는... 내 마음대로 해도 괜찮죠?-
남자와 여자 사이에는... 친구란 없는 거야?
그런 거야?
**
이그너스는 술을 넘기고 있었고, 루피아는 누군가가 전해 준 쪽지를 읽고 있었다. 지금까지 잘 마시고 떠들었던 두 여자가 갑자기 조용해지자, 전체적인 분위기까지 덩달아 썰렁해졌다.
"아아... 이런. 결국 일이 터지고 마는군." 루피아
루피아가 조용히 말했다.
"...무슨 일인데?" 이그너스
이그너스의 물음에, 루피아는 조용하게 쪽지를 내밀었다.
"...결국 이렇게 되나?" 루피아
"녀석이 움직일 수밖에 없어. 그것 자체가 원래 '그들'의 것이니까." 이그너스
"그렇게 따지자면 '녀석'도 움직이겠군." 루피아
스팅 일행은 보지 못하고 있지만, 두 사람이 본 쪽지에는 '그가 움직인다'라고 적혀 있었다. 그리고 솔직히 쪽지를 볼 수 있다고 해도, 적혀 있는 말의 뜻은 알지 못한다. 쪽지는 이미 사라진 언어로 적혀 있으니까. 읽을 수 있는 사람은 이그너스와 관련된 사람 중에서도 극소수였다.
"...'녀석'에게는 필요 없어. '그것'이 아니더라도 '불러 낼 수 있는' 천재적인 녀석이니까. 문제는..." 이그너스
이그너스가 앞을 보았다.
영문을 몰라하며 그들을 보는 스팅 일행이 보였다.
그들을 보며 한숨을 폭 쉰 이그너스가 머리를 긁적였다. 그리고 진지한 얼굴로 조용하게 물었다.
"스팅.. 이라고 했지? 스팅 우드맥jr... '아즈칸의 검'을 이어받은 자." 이그너스
"그...런 데요?" 스팅
"너, '디오'라는 녀석을 알지?" 이그너스
"...지금까지는 들어는 본 이름이에요... 만난 적이 있는 것도 같지만..." 스팅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녀석이 '에우이의 붉은 눈'을 가지러 올 거야. 그것은 원래 '붉은 늑대부족'의 것이었거든." 이그너스
"......!" 스팅
긴장하는 스팅과 스팅 일행. 그들에게, 루피아는 가장 바람직한 결론을 말했다.
"피해. 지금의 너희로 맞선다는 건 어림도 없어." 루피아
"그럴 수 없는 것이 유감이군."
루피아의 차가운 말을 받아친 것은 키스케였다.
"난 녀석에게 진 빚이 있다. 그리고 물어볼 것도 있어.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피하는 건 천성에 안 맞아." 키스케
"그건 네 사정이야. 솔직히 이쪽은 '에우이의 붉은 눈'이 디오의 손에 들어가건 말건 별로 신경 안 써. 원래 '그들'의 물건이니까. 하지만 '아즈칸의 검'은 틀려. 그게 '지금의 디오'의 손에 들어가게 되면 골치 아파져." 이그너스
"그렇게 말하신다면 그 자식의 손에 '아즈칸의 검'이 들어가건 '에우이의 붉은 눈'이 들어가건 나하고 무슨 상관이지? 그건 당신의 사정, 피할 생각 없는 것은 내 사정이다." 키스케
"어린것이 말 한번 징하게 잘 하는군..." 루피아
"미안하게 됐어요 칼라시니코프 씨." 스팅
스팅의 말에, 이그너스, 루피아, 그리고 스팅의 일행들까지 스팅을 보았다.
"알지도 못하는 사람을 언제까지 피해 다닐 수 없어요. 그리고... 저 역시 그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스팅
스팅의 말에, 이그너스가 한숨을 섞은 푸념조의 목소리로 말했다.
"...결국은 이렇게 되나?" 이그너스
그리고 시리도록 파란 눈으로 스팅의 눈을 응시하면서 말했다.
"똑바로 들어. 이 웨스턴에서 그 검을 잡을 수 있는 사람은 '아즈레카 네이아프'와 '스팅 우드맥jr' 이렇게 단 두 사람이다. 그 이외의 다른 사람이 잡는다면 심한 경우 웨스턴 자체가 날아가." 이그너스
조용하지만 패기 있는 이그너스의 말에, 스팅은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안주머니에 있는 검에 손을 가져갔다. 땀이 다 삐질 거린다. 이 작은 검이?
"안 믿는 것 같아서 참고적으로 말하는데... 그 작은 검이 깨어나는 바람에 아스테크 문명은 '아즈칸 황제'와 '이스필레카 왕조'를 끝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졌어. 웨스턴 최고의 고고학자 '이그너스 칼라시니 네이아프'의 이름을 걸고 맹세한다. 거짓말 아냐." 이그너스
"뭐?" 스팅
"!!"
"..."
금방 뭐라고?
날아가? 멸망? 아니... 그런 것보다 이그너스 칼라니시... '네이아프'?
놀란 것은 스팅뿐만이 아니었다. 셰릴, 키스케, 미첼, 레드, 포베어스도 놀라고 있었다. 놀라지 않는 사람은 그레이와 루피아 메그넘 정도였다.
일행이 놀란 것도 신경 쓰지 않고, 이그너스는 스팅의 어깨를 강하게 잡고 살짝 흔들었다. 경악으로 가득 찬 보라색 눈동자가 보였다.
"정신 차려. 이 검이 어떤 것인지 잘 알았다면, 그리고 꼭 '디오 렉시안'을 만나야 한다면... 명심해. 그 검은 네 거다. 아즈가 선택하고 검이 선택한 이상, '아즈칸의 검'은 네 거다. 절대로, 빼앗기지 마. 넘겨주지 마." 이그너스
**그녀의 인터뷰
이그너스(E): 안녕하세요~!!! 아아... 얼마만인가요... 정말 감개가 무량해요... 정말 못 만나는 줄 알았어요... 음... 이 말 안 할 날이 언젠간 있을까?
(D양: 그거 참 미안하게 됐군요~!!!)
E: 음... 아무래도 D양이 분량조절을 또 실패한 듯... 저 사람 성격 건드렸다가 또 은근하게 잘려 먹을 것 같으니까 빨리 진행하겠습니다. D양의 네 번째 자작 캐릭...
루피아 메그넘입니다. 루아 안녕~!!!
루피아(L): 안녕 이그.
E: 써... 썰렁한 것... 할 말이 그거 밖에 없냐?
L: 빨리 진행한다고 하지 않았어? 사족 붙일 시간은 있나봐?
E: ...언젠 간 거꾸로 매달아 놓을 거다 이 도마뱀!!!
첫 번째 질문입니다. 본명이 어떻게 되나요?
D양의 말로는 여기서 아니면 밝혀질 일이 없으니 밑천 그냥 뱉으랍니다.
L: 밑천이랄 것까지는 없는데... 루피아 메그니므 네이아프입니다.
이름에 대한 세세한 것까지 물으면 화내겠습니다.
E: 내, 냉혈동물 같으니...
두 번째 질문 들어갑니다. 나이가 어떻게 되나요?
L: 실례되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겠습니다.
E: ......재미없어...
L: D양은 페이지 없어서 울어.
(D양: 헉!)
E: ....다음 질문 들어갑니다. 여자치고는 키가 상당히 큰데... 얼마나 되는지?
L: (패턴이 변하지를 않는군.)여기 있는 단세포 마녀 보다 약간 작습니다.
E: 누구더러 마녀라는 거냐!!!!
L: 너.
E: 이 냉혈 파충류가 어쩌고 어째!!!!
L: 진행 안 할 꺼야? 빨리 한다고 하지 않았어?
E: (필사적으로 성질 폭발 시간을 늘려놓는다.)네, 다음 질문. 동방 무역 대 상인이라고 하는데... 그런데 바빠야 할 사람이 여기저기 놀러 다닌다는 생각이 많~이 드는 데요... 일은 언제 해요?
L: 그거 질문 내용 맞기는 맞아? 누구야 대체? 왜 대 놓고 사람을 매도하는 거지? 누가 놀러 다닌다는 거야? 난...(이밖에도 할 말이 더 있는 듯.)
E: 네, 페이지가 없는 관계로 이 답변은 넘어가구요...
다음 질문입니다. 가족관계가 어떻게 되는지요.
L: 일단 웨스턴에....
E:음... 웨스턴, 동양 대륙, 중동, 아프리카... 상당히 많은데 이걸 언제 다 읊으려구요? 그냥 넘어 가고....
다음 질문입니다. 원작에 대고 하고 싶은 말은?
L: ...그곳만큼은 독점 상인 없기를 바랍니다. 그보다 이그... 너 아까부터...
E: (독점 상인이 없기를 바란다... 독점 상인이신 주제에 하는 말하고는...)
넹~! 다음 질문입니다. 원작 작가이신 민서 님께 하고 싶은 말은?
L: 차이나타운을 보고 싶군요. 기회가 된다면 속표지로라도 그려주세요... 그리고 이그, 잠깐만...
E: 마지막 질문! 정체가 뭡니까? 여기서 아니면 못 밝히니까 그냥 속 시원하게 밝혀요.
L: ............(뽀작!)니가 알아서 다 불었잖아!
그리고! 이 마녀 할멈이 아까부터 사람의 뒷말을 무시하네... 페이지가 없어도 말 한 두 마디 정도는 할 수 있잖아!
E: 마녀... 할멈....! 너 지금 누구더러 마녀 할멈이라는 거냐!!!
L: 그만큼 살았는데 소녀라고 말해주기를 바라는 거냐! 할멈인 대다가 단세포씩이나 되는 인간이 감히 이 지고하고 위대한 존재인 나한테 시비를 걸어? 간이 배 밖으로 나왔구나!!
E: 그 밑천까지는 밝힐 필요 있을까...? 게다가, 지고하신 존재 주제에 어떻게 이렇게 쪼금 건드니까 알아서 다 부니... 과연 현명하다고 정평난 그 최강의 존재가 맞기나 맞으려나...?
L: 캬아아아아앗!!!!!!!!
---------삐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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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많은 글이 올라와 있구료 ㅋ 감동입니다~~ 원츄~~
어.엄청난 양이네요, 그.. 재밌었다는..(퍼억!) 다.담편을...!
디아린님 무서운 능력을...;;...조..존경할거에요.
으..으허억..ㅡ,.ㅡ;; 아즈칸 또 간만에 올라오는군요+_+ 4연참씩이나..; 분량이...대략 압박이오..-_-b
이..이걸..무섭다고 해야할지..아지만..너무 재미있어요~!이, 이제 대체 다 생각이 난답니까~?!
와아아아아아아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