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기술의 발전
나는 ‘행복’이야말로 인간의 최대 관심사이자 궁극적인 목표라고 생각한다. 과학과 기술의 발달은 인류의 생활 방식을 계속 변화시켜 왔다. 그것은 과거로부터 지금까지 이어져왔으며 앞으로도 끝없이 진행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삶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행복이란 언제나 인간이 근본적으로 추구하는 중요한 가치이다. 행복은, 욕구가 만족되어, 부족함이나 불안감을 느끼지 않고 안심해하는 심리적인 상태를 의미한다. 행복은 어디까지나 정신적이고, 주관적인 것임으로 개개인의 행복을 어떠한 잣대나 조건으로 판단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인간이 행복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은 물론 있으리라.
매슬로우는 인간의 욕구를 5단계로 나타내었다. 이들 욕구는 생리적 욕구(physiological needs), 안전의 욕구(safety needs), 애정과 소속의 욕구(love and belongingness needs), 자기 존중의 욕구(self-esteem needs), 그리고 자아실현의 욕구(self-actualization needs) 등이다. 인간의 욕구는 타고난 것이며 이들은 강도와 중요성에 따라 계층적으로 배열되어 있는 것으로 가정했다. 인간의 욕구는 하위 단계에서 상위 단계를 향해 계층적으로 배열되어 있어서, 그 하위 단계의 욕구가 충족되어야 그 다음 단계의 욕구가 발생한다는 소위 욕구 단계설(needs hierarchy)을 추구하였다. 앞에 행복의 정의에서 언급했듯이 욕구란 행복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지닌다. 과학과 기술의 발전은 인류에게 풍요로움을 안겨주었다. 그로인해 먹고 자는 문제라는 가장 기본적인 인류의 고민을 해결시켜주었다. 이제 더 이상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있어서 생리적 욕구와 안전의 욕구는 고민거리가 아니다. 매슬로우의 인간욕구 5단계설에서도 알 수 있듯, 인간은 물질적인 것으로 부터 정신적인 것으로 지향하고자 한다. 그렇다면 앞으로 인류가 고민해야 할 것은 바로 이런 정신적인 부분이다.
과학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과연 그것이 ‘올바른 발전’이라고 할 수 있을까. 과학과 기술의 신속한 변화에 발맞춰서 인류의 생각과 사고도 그에 어울리게 발전된 것인지는 의문이다. 마치 하드웨어는 엄청나게 발전했지만, 그것을 사용하는 소프트웨어가 그에 대응하지 못하는 것처럼 어쩌면 기술과 사고의 갭이 벌어졌을지도 모른다. 이처럼 급속하게 발전하는 기술과 그에 부응하지 못하는 인간의 문화적 격차를 두고 미국의 사회학자 W.F.오그번은 '문화지체(Culture Lag)'이라고 지칭했다. 바로 빠르게 발전하는 물질문화와 비교적 완만하게 변하는 비물질 문화 간의 변동속도의 차이에서 생겨나는 부조화를 말하는 것이다. 예컨대 차량의 수와 에너지의 소비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교통질서에 대한 의식이 약하다면 사회는 혼란스럽기 마련이다. 또 환경오염에 대한 경각심이 부족하고 생태계 보전을 위한 노력이 결여된 소비문화가 여전히 도시사람들의 의식을 지배하는 등 전통사회에서의 의식수준에 머물러 있다면 정상적인 사회의 기능을 기대하기란 어렵다. 이러한 경우 우리 사회는 심각한 사회적 부조화를 겪게 되고, 이에서 파생되는 다양한 문제들을 안게 된다.
유비쿼터스의 발달로 인간생활은 극도로 편리해졌다. 하지만 해킹으로 인한 개인정보유출, 도청·감시 등의 사생활침해 문제 등 심각한 부작용들도 함께 야기되었다. 비단 사생활보호차원의 문제뿐만 아니라, 무분별한 악플, 안티활동, 사이버테러 및 불법 다운로드 등 그밖에도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있다. 이러한 것들 모두다 21세기의 사이버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윤리의식의 부재가 낳은 부작용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기술은 가치중립적인 것이고 그것을 어떻게 활용할 것 인지는 결국 인간의 몫이다. 과학 기술은 잘만 사용하면 인류에게 약이 될 수 있지만, 만일 자칫 잘못하면 치명적인 독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항상 명심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한 잘못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인류는 사고와 기술의 균형 있는 조화와 발전을 추구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궁극적으로 인류의 행복추구를 위한 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