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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3월, 그린피스가
삼성 유럽 본사
건물에
올라가 "약속을 파기한 삼성"을 규탄하며 벌인 고공 시위가 외신을 탔다.
(☞관련 기사 : 그린피스 "삼성은 약속을 깼다"…삼성 유럽 본사 시위)사연은 이러했다. 그린피스는 비정기적으로
전자 산업 기업의
친환경 평가 지수를
발표하는데, 2009년 3월에는 삼성이 노키아에 이어 2위까지 올라서 주목을 받았다. 암
직업병 유발 물질로 알려진
폴리염화비닐(
PVC)과 브롬계난연제(BFRs)를 모든 작업장에서 폐기하겠다는 삼성의 약속이 높은 점수를 받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삼성의 약속 이행은 계속 미루어졌고, 그린피스는 삼성의 행태에
화가 났던 것이다.
외국의 단체와
기구들이
한국의 상황을 단편적인 보고서나 자료에만 의지하여 오판하는 일은 드물지 않다. 한국 정부가 녹색
투자를 국내 총생산(GDP)의 2퍼센트로 잡은 것을 국제적인 모범 사례로 칭송한 유엔환경계획(UNEP)의 사례도 그랬다. 여기에는 22조 원의 4대강 개발
사업을 포함하여 허울뿐인 녹색
성장 정책 예산이 다수 포함되어 있는 것이지만, UNEP는 한국 정부의 수치만을 그대로 받아들였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그린피스는 부실
심사를 한 꼴이 되었다. 그러나 애초에
친환경 기업과 제품 평가 방식이 종합적이지 못했던 것이
문제의 원인이었을 것이다. 이후 삼성의 순위는 지속적으로 하락해서 13위까지 밀려났다. 삼성으로서는 약속을 파기한 것이 아니라
기술적인 문제로 시행을
연기한 것뿐인데 너무 억울한 결과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번에는 삼성이 제대로 높은 순위를 차지할 기회를 잡았다.
스위스 그린피스와 시민 단체 '베른 선언'이 주관하여 '나쁜 기업'에게 주는 "우리가 보고 있다 민중 대상(Public Eye People's Awards)"의 2012년 후보 여섯 개 기업 중
하나로 선정되었기 때문이다.
이 상은 인간과 환경에 파괴적인 영향을 미치는 세계 주요
대기업한테 수여하는 것으로, 매년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 행사 기간에
수상 이벤트를 갖게 된다. 전 세계 NGO로부터 40개 기업을 추천받아 그 중 여섯 개 기업이 추려졌으니, 이들의 이력은 하나같이 쟁쟁하다.
삼성보다 더 사악한 기업들?첫 번째 후보는
영국의 바클레이(Barclays) 은행으로, 국제
식품 시장에서 투기로 해마다 엄청난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 이로 인해 2010년에만 4400만 명이 기아선상으로 내몰렸고, 유럽연합(EU)에서 관련 규제를 도입하려 하지만 바클레이가 영국 정부와 함께 이를 가로막고 있다.
두 번째 후보는
미국 애리조나에
소재한 프리포트(Freeport McMoran)로,
인도네시아 서파푸아에서 세계 최대의 금과 구리 광산을 45년간
운영하면서 환경을 오염시키고 노동자들을 고문하고 살해하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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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ceye.ch |
"우리가 보고 있다"
사이트에서 세 번째 후보인 삼성은 노동자들의 등골 위에 세워진
하이테크 기업으로 설명된다. 사이트의 설명을 그대로 옮기면 이렇다.
삼성은 한국의 가장 돈 많은 계열사로, 공장에서 금지된 매우 유독한 물질을 노동자들에게 알리거나 보호 수단 없이 사용해왔다. 그 결과 최소한 140명이 암 진단을 받았고, 50명의 젊은 노동자들이 사망했다. 하지만 뚜렷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삼성은 연관성을 부인하고 책임도 지지 않고 있다. 게다가 삼성의 50년 역사는 환경오염, 노동조합 금지, 부패와 조세 회피로 점철되어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삼성의 권력은 너무도 커서 시민들은 '삼성 공화국'으로 부른다.네 번째 후보 신젠타(Syngenta)는 스위스의
농약 제조 회사로, 유럽에서 금지된 제초제(그라목손)를 남반구에 여전히 판매하여 수천 명의 농민을 죽게 했다. 다섯 번째 후보는 후쿠시마 사고의 주인공 도쿄전력(Tepco)이고, 여섯 번째 후보는 벨루몬테 댐을 지으면서 4만 명을 쫓아낸
브라질의 악덕
건설회사 발레(Vale)다.
이야기를 듣고 보면, 다른 사악한 기업보다 삼성이 나쁘다고
말하기 어려울 정도다. 1월 10일 현재 온라인
투표 집계를 보면 근소한
차이로 도쿄전력이 1위, 삼성이 2위를 다투고 있다. 한국 누리꾼의 반응도 쿨한 편이다.
국내에서도 따져보면 삼성보다 악랄하고 더러운 기업이 꽤 된다거나, 올해는 도쿄전력이 무조건 1위를 먹어야 하는 것 아니냐, 또 네슬레나
코카콜라 같은 회사들에 비하면 삼성은 양반이라거나 하는 의견들이 많다. 그렇다면 삼성이 이토록 국제적으로 나쁜 기업으로 몰려 여론 재판을 당하는 것 역시 억울한 일일까?
자본은 국경이 없다지만서울
행정법원은 지난해 6월에야 삼성전자에서 근무했던 황유미(사망 당시 22세), 이숙영(사망 당시 30세) 씨 두 명에 한해
산업 재해로 인정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세계적으로
반도체 공장에서 첫 직업병 인정
판정이다. 이러한 결과조차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반올림)'의 치열한 노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에 대해
근로복지공단은 삼성을 앞세워 항소를 제기했다. 뿐만 아니라
지금도 삼성
일반노조 위원장 김성환, 삼성
수원공장 해고자 박종태는 노동조합이라는
헌법상의 권리를 찾고자 외롭게 싸우고 있다. 그러나 한국
사회는 이들이 존재하는지조차 거의 알지 못한다.
어떤 기업이 상대적으로 더 나쁜지를 확정하기도 어렵거니와 이 후보에서 빠지거나 등위가 낮다고 해서 이들의 책임이 면해질 리는 없다. 그러나 자본의 착취에 국경이 없다지만, 우리는 이 땅에서 벌어지는 일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이들로서 삼성의 행위를 폭로하고 규탄하는 의무를 다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가 보고있다" 온라인 투표는 1월 26일까지 실시된다. 사이트에 들어가서 투표하기(VOTE NOW)를 꾹 누르기만 하면 된다.
제주를 세계 7대 자연
경관으로 선정한 한국 누리꾼의 저력을 다시 모아, 이 이벤트를 널리 알려보자. 반올림과 동료 노동자들, 김성환과 박종태에게 큰 힘이 될 것이다.
(☞바로 가기)
/김현우 진보신당 녹색위원장·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상임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