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자유평화 건설하기 위하여 세상에 모든 영예 다 물이(리)치고 대한남아이(의) 본분을 이어 대대로 나(내)려오는 민족혼으로 빛내고 지키려고 싸우는 동익. 뒷일은 우리가 마탔으니(맡았으니) 의무신념에 용기를 내라. 용진(勇進) 용진 동익군아(형 양제성의 친필 태극기).’
‘최후의 승리는 장병양견(兩肩)에 있다(여자 해병 김예순씨의 친구들의 친필 태극기).’
푸른 청춘의 나이로 1950년 한국전쟁에 참가, 혁혁한 전공을 세웠던 해병 3.4기. 전장에서의 무운장구를 빌면서 가족과 여자해병대의 친우들이 만들어준 친필 태극기의 글귀들이다.
해병 3.4기는 한국전쟁 후 1950년 8월 5일과 30일 제주농업중과 모슬포, 제주북교에서 1500명씩 입대한다. 대부분 교사, 청년, 학도병으로 구국의 피가 들끓었던 열혈청년들이었다.
해병대 4기엔 대한민국 최초의 여자군인인 ‘여자해병대’ 126명도 포함돼 있었다.
이해 9월 1일 제주항을 출항한 이들은 한국전쟁 동안 인천상륙작전, 서울탄환작전.도솔산 전투 등 수많은 전투에서 빛나는 전공을 세웠다.
반백년이 흐른 지금 그 청년들의 육신은 사라졌지만, 아직 500여 명의 노장(老將)들의 붉은 투혼은 건장하다.
제주도민속자연사박물관(관장 이영배)이 해병3.4기의 소장품 250여 점을 대여, 그 시절 청년해병대들의 기개와 투혼을 살필 수 있는 특별전시회를 개최한다. 박물관의 제81회 특별전 ‘다시 보는 그날의 영광-해병 3.4기생을 중심으로’를 다음달 1~20일 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연다. 마침 54년 전 9월 1일은 구국의 일념으로 전장으로 향하던 해병대의 출항일이다.
전시장에는 입대 당시 무운장구를 염원하며 만들어준 ‘태극기’와 ‘천인침(千人針)’을 비롯해 당시 개인장비, 일기첩과 사진첩, 무공훈장, 증명서와 상장 등이 나온다. 어깨나 배에 둘러 방탄역할을 했던 ‘천인침’은 청년 해병대의 무운장구를 빌었던 수많은 도민들의 정성이 밴 손수뜨게다. 한땀 한땀 ‘무운장구’, ‘화랑도정신’, ‘필승정신’을 외쳤던 그 당시 도민들의 절박한 심경이 읽힌다.
개인장비로는 당시 KMC 마크가 찍힌 최초의 전투복, 미제 방한복과 행낭 배낭, 담요, 야전침대와 매트리스, 군번줄, 계급장 등이 전시된다.
박물관은 제주해병대의 6.25참전 이야기를 듣고, 영화 ‘돌아오지 않는 해병’을 감상하는 기회도 마련한다. 6.25참전 이야기 듣기 행사엔 해병대 4기 문창해씨와 여자해병 4기 김예순씨가 나와 ‘제주 출신 해병 3.4기생들의 자취’, ‘여자해병대의 입대 배경과 전쟁중의 활동’에 대해 체험담을 털어놓는다. 두 행사 모두 개막식(9월 1일 오후 3시) 후 행사로, 당일 오후 4시, 오후 5시 박물관 시청각실에서 각각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