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전국집회로 모이다
몇일 동안 궂은 날씨가 계속되어 걱정했는데 11월 1일, 집회날은 아주 청명한 날씨가 되었다. 홍성의 문당리는 벌써 추수가 끝나 들판이 쓸쓸했다. 그러나 아직 나무들은 초록을 머금어 늦가을 정취를 보여주고 있었다.
집회장소인 환경농업교육관으로 멀리서 가까이서 모여든 사람들은 오랜만의 만남이 반가워 서로 손을 맞잡고, 얼싸안으며 사랑을 나누었다. 믿음의 식구들은 언제 만나도 반갑고 든든하다. 모이기를 폐하지 말라 했던 히브리서의 말씀이 이런 정경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하였다.
2. 성서 강의(11월 1-2일)
1) 하갈과 이스마엘 이야기(김철웅)
김 선생님은 구약의 여성 이야기를 연속 강의하고 계신다. 이번에는 하갈이다. 하갈은 아브라함의 첫아들 이스마엘을 낳아준 사라의 여종이다. 임신을 하자 주인인 사라를 멸시한 하갈을 쫓아낸 사라. 그리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게 한 하나님의 손길, 그리고 다시 집에서 쫓겨난 하갈과 이스마엘의 이야기를 자세히 풀어 이야기해주셨다. 그럼에도 이삭은 이스마엘을 형제로 받아들여 아버지 아브라함의 장례를 같이 치렀다는 부분을 강조하였다.
이삭은 사실 '온유'의 사람이다. 이방인과 우물을 두고 싸우게 되면 양보하고 물러나는 일을 반복할 정도로 평화로운 사람이다. 이복형 이스마엘에 대해서도 당연히 포용의 태도를 취했을 것이다. 사라, 하갈 두 여성의 이야기를 새롭게 해석해주신 강의였다.
2) 바울의 '달려갈 길'(김복례)
바울 사도가 세 번의 전도여행을 마치고, 예루살렘으로 복귀하는 여정을 따라가는 강의였다. 고린도에서 출발하여 살해음모를 피해 육로를 취하여 멀리 돌아가는 길이었다. 들르는 곳마다 제자들이 예루살렘행을 만류하였고, 사도 바울 자신도 다시는 그들을 보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았다. 그럼에도 묵묵히 예루살렘을 향하여 나아가는 모습은 예수님의 예루살렘 입성과도 흡사한 광경이었다.
그것이 바울 사도의 '달려갈 길'이었다. 바울 사도가 데살로니가후서에 썼듯이, 우리도 '달려갈 길을 잘 마치고, 믿음을 지켰다'고 말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하였다. 지도를 PPT로 보여주며 또박또박 알려주어 귀가 안 들리는 분도 이해하기 좋았다고 말씀하는 분이 많았다.
3) 신구약 중간사 개요(조득환)
구약과 신약의 사이, 약 400년간은 하나님의 예언적 말씀이 드러나지 않았던 '침묵의 시간'이었다. 페르시아 통치기, 헬레니즘 시대, 마카비 혁명기, 하스모니안 왕조기, 로마지배 초기에 해당하는 시기이다. 침묵기라 하나 이 중간사 약 400년은 하나님의 구원 역사에 있어 준비 기간이었다. 선지자도 없고, 하나님의 새 계시도 없었지만 그 기간에 세계사의 무대가 정비되고, 메시아 출현의 환경이 조성되었다.
사도 바울이 갈라디아서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오심을 가리켜 '때가 찼을 때(갈 4:4)'라고 표현하였는데, 이 중간사의 시기가 '때의 충만함'을 기다리는 시기였던 것이다. 모든 때가 하나님의 경륜 아래 있었음을 확인해주는 강의였는데, 이번 강의를 위해 수많은 참고자료를 보았다고 하여 우리는 감사천만이었다.
4) 요한복음 공부 서론 : 1장 6-8절(손문일)
사도 요한이 말한 '믿는다'는 무엇인가, 더 나아가 우리가 '믿음, 하나님을 믿는다'라고 흔히 사용하는 말이 얼마나 은혜로운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원어(헬라어)의 단어 하나하나를 풀이하며 강의해 주었다. 앞부분에서 나온 로고스론과 연결되는 6-8절은 뒤이어 나올 세례요한의 증언에 대한 소개부분이며, 각각의 구절들이 가지는 가치와 그리스도인으로서 지금도 진행되고 있는 빛과 어두움의 싸움에 대하여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기록자 요한은 예수그리스도가 곧 하나님이며, 예수의 신적인 부분과 영적인 부분을 상세히 조명함으로써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을 얻는 길은 예수를 믿는 길 뿐임을 알려주고 있다.
저명한 교수님의 고퀄리티 강의를 듣는 것 같았다, 이번 집회의 수준을 훅 올려주는 강의였다고 입을 모았다. 한 가지 아쉬운 건 원고의 요약본만 있어 다시 되새길 수 없다는 점이다.
5) 하나님 선민과 선지자들에 얽힌 종교와 정치의 기록에 관한 소고(진영선)
우리 사회는 놀라운 사회 변혁 역사를 간직해 왔다. 일제치하, 한국 동란, 남북 분단이 있었음에도 이제는 세계 유수의 국가가 되었다. 하나님 은혜가 아닐 수 없다. 우리가 받은 사랑의 빚을 이제는 세계의 힘든 나라에 갚으며 살아야 할 책임이 있다.
신명기와 민수기, 사무엘서, 열왕기서 등 역사서는 말한다. 하나님께서는 반드시 사악한 왕과 선민에게는 예고한대로 무서운 응징을 하셨다고. 그 역사의 흐름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는 생각이다. 소예언서 공부를 하고 계시므로, 말하고 싶은 내용은 수없이 많으나 시간 제한(40분)으로 다 담아낼 수 없어 아쉬움이 컸다고 하셨다.
6) 제3복-온유한자(반영운)
김교신 선생의 산상수훈 강의와 노평구 선생의 마태복음 연구에서 '온유한 자의 복, 즉 땅을 기업으로 받는다'에 관하여 놀라울 정도로 샅샅이 뒤져 소개해 주는 강의였다.
온유한 자는 '하나님을 믿기 때문에 바보가 되기로 한 사람'이다. 크리스천은 결국 주께서 주시는 구원의 힘을 생명으로, 현재의 악의 세력과 대항하여 가장 미련한 방법인 하나님을 신뢰하고 오래 참아내는 것을 선택하게 될 때, 현세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주께서 재림하실 날에 회복될 '땅'의 주인이 될 수 있다.
강의하시는 중에 인용글을 읽다가 울컥하시기도 하여, 이 강의를 얼마나 마음 기울여 준비하였는지 숙연해졌다.
3. 감화회(11월 2일)
나이를 먹어 잘 들리지 않지만, 여러분이 보고싶어 올 수밖에 없었노라는 김영웅 선생님의 일성으로 시작한 감화회는 '인생나그네 전준덕입니다'로 인사한 전 선생님 말씀으로 끝났습니다. 적은 수여서였는지 모두 시간 압박 없이 애창곡 찬송도 하고, 그리스도인으로 살아온 이야기를 편안하게 하였습니다.
멀리 전주에서 20년(?)만에 드디어 오신 황호석, 민나미, 황혜지 가족이 참 반가웠습니다. 그동안도 무교회인으로서 살아왔다는 말씀에 모두 감사의 박수를 쳤습니다. 특히 민나미 선생님은 전공을 살려 앞으로 집회마다 찬송가 반주를 맡아 해주시기로 하였습니다.
모두 건강하게 내년봄 다시 만나기를!
4. 이런 일 저런 일
1) 식사 : 두 번은 배달 도시락으로 해결하였습니다. 간편하기는 했지만, 음식쓰레기도 많고, 1회용 플라스틱 그릇이 쌓이는 것을 보자니,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다른 방법을 찾아보아야 할 것 같았습니다. 그래도 아침의 카페 브런치는 홍동에서 생산한 식재료로 정성스럽게 준비해 주어 감사하며 먹었습니다.
2) 풀무집회에서는 뜨끈뜨끈한 찰시루떡과 새콤사과와 맛있는(진짜로) 요구르트도 준비해 주셨지요. (메나리네는 열흘이 지난 지금까지도 야금야금 그 시루떡을 먹고 있습니다. 무한 감사!) 풀무집회원의 사랑에 무한 감사드립니다.
3) 이번 집회에서는 그 동안 적립되어오던 잔금을 0으로 만들자 하여 회비 2만원씩을 할인하였습니다. 그런데 이은겸 선생님이 연보금을 주시면서 잘 써달라고 하여, 전원에게 고소한 쿠키까지 선물할 수 있었습니다. 아름다운 이야기가 가득한 집회였습니다.
첫댓글 모두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나는 봄 가을 집회를 할 때마다 진정 하나님이 원하시는 에클레시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너무나 소중하고 귀한 신앙의 동지들이 곳곳에서 같은 생각을 하고 서로를 위해 기도하고 이렇게 또 귀한 시간을 내서 멀리서 또는 가까이서 달려와 얼굴을 마주하는 것 만으로도 즐겁고 기쁩니다. 내년 봄 집회에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