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11월4일
잠을 안 자면 생기는 일
잠을 안 자면 다음 날 생기는 일이 수학 문제를 못 푸는 것도 아니고 국어 문제를 못 푸는 것도 아니고 자기의 나쁜 습관을 사람들 앞에서 보여주는 가장 위험한 상태가 된다고 한다.
나의 잠을 알아내야 한다. 많은 학자와 심리학자들이 잠을 제3의 인격과 성격이라고 한다.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이다.
오늘 내 마음에 담아놓고 싶은 말이다. 일정한 시간에 잠을 잔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갖고 있다. 어려서 아버지로부터 배운 습관이다. 군인이셨던 아버지는 겨울이면 깜깜한 시간에 일어나서 아무리 추운 날씨에도 구보를 하셨다. 운동을 나가실 때 언제나 큰딸인 나를 데리고 나가셨다, 내가 자란 곳은 최전방 김화였다. 철원군 김화읍이다. 한탄강을 따라서 새벽에 달리다 보면 입김이 얼어서 눈썹이 하얗게 되었다. 마스크를 써도 입김에 마스크가 얼어서 뻣뻣했다. 볼도 얼고 발도 얼어서 운동을 마치고 돌아오면 머리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었다. 옷을 벗으면 뻣뻣해서 마치 마네킹이 서 있는 것 같았다. 벽에 걸어놓고 아랫목에서 손발을 녹이면 얼마나 간지러운지 몰랐다.
부지런함을 부모님께 배웠다. 군인 정신으로 살아가는 것도 아버지 덕분이다. 지금도 태극기를 사랑한다. 손수건처럼 생긴 것을 가방에 넣고 다닌다. 태극기만 보면 가슴이 벅차오르고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가장 아름다운 국기라고 생각한다.
처음 시를 배우고 쓸 때는 잠을 자지 않고 컴퓨터 앞에서 글을 썼다. 어떤 제목을 갖고 쓰기 시작하면 새벽일 때가 많았다. 아이들이 어려서 일찍 밥을 해서 먹이고 학교를 보내고 나면 잠이 쏟아졌다. 오전에는 잠을 잤다. 그리고 일어나서 점심을 먹고 학교에서 아이들이 돌아오면 학원 보내고 간식 챙겨서 주었다. 그렇게 10년 가까이 지내다 보니 건강이 나빠졌다. 빈혈 수치가 너무 낮아서 응급실에 실려 가는 사태까지 일어났다. 며칠 병원에 입원해서 쉬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우선 건강부터 회복하자고 결심했다. 그때부터 갓바위를 매주 올라갔다. 아침마다 걷고 잠을 오후 10시면 어떤 일이 있어도 침대로 가서 누웠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이른 아침에 글을 쓰니 머리가 맑아서 그런지 글도 더 잘 써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 후로 지금까지 아무리 늦어도 11시 전에는 잠을 잔다. 아침에 6시 정도에 일어나면 하루가 편안하고 기분이 좋다.
나는 행복이란 강도가 아니라 빈도라는 말에 완전히 공감한다. 누군가가 나에게 그렇게 웃고 행복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신기하다고 했다. 사소한 일에 감사하고 기대치를 낮추면서 어깨에 힘을 빼고 살다 보면 순간순간 행복을 맛본다. 너무 크고 높은 행복은 자주 접할 수 없다. 아침에 일어나서 해가 뜨는 모습에 눈이 시릴 때 나의 가슴으로 들어오는 햇살이 너무 포근해서 눈물이 날 때가 많다. 새롭게 나도 태어난 것 같아서다.
11월의 거리는 온통 붉고 노랗고 떨어진 잎새들이 심장을 아프게 한다. 부지런히 옷을 챙겨 입고 나간다. 아까워서 너무 아름다운 풍경을 그냥 허투루 보내기에는 아쉬움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