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는 이단/사이비 관련 문제가 주로 한 종교 내부의 문제로 여겨졌었다. 그러나 <나는 신이다>와 관련된 시민들과 언론들의 반응에서 보듯이, 이제는 단순히 종교 내적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이러한 비상식적이고 반사회적인 종교집단에 사람들이 계속해서 빠져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답을 찾기 위해서 이단/사이비의 종교적, 교리적 문제를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들이 놓인 사회적 환경과 그 관계성을 살피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시작: 급격한 사회변동과 공동체 와해 속에서
이단 관련 문제는 기독교가 처음 시작된 시기부터 있어왔다. 2세기만 되어도 우리에게 익숙한 영지주의, 성경의 정경화에 영향을 끼친 마르키온주의, 성령의 역사와 임박한 종말론을 강조한 몬타누스주의 등 여러 이단들이 활동했고, 교회의 전통은 이러한 이단 사상들과의 싸움 가운데 형성되었다고 할 수 있다. 탁지일(부산장신대학교, 월간 현대종교)에 따르면, 특히 기독교의 부흥 및 성장기에 새로운 이단이 많이 나타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20세기 초 부흥운동의 시작이었던 서북지역의 영향권에서 다양한 신비주의 종파와 함께 문선명, 박태선 등을 따르는 이단이 등장했다.1
사회학에서는 이러한 이단/사이비 현상을 “신흥종교”라는 범주로 묶어서 연구하는데, 주로 복잡한 사회변화와 이에 따른 위기 상황에서 신흥종교들이 발생한다고 본다. 즉, 사회변동에 따른 기존 가치체계의 변화, 이에 따른 개인의 인생 목표와 방향성 상실, 지지와 연대의 공동체 와해와 관련하여, 이단/사이비는 이에 대한 대안과 해결책으로 등장한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통해 급격한 사회변동과 공동체 와해를 겪게 되었고, 이러한 상황은 이단/사이비가 발생하고 성장할 수 있는 사회적 조건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개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사회적 변화 속에서, 이단/사이비는 하나의 사회적 ‘대안 공동체’로 등장한다.2
사회적 변화와 개인적 불안정 위에서 태어난 이단/사이비는 대부분 카리스마적 지도자를 중심으로 모이게 된다. 이러한 카리스마는 개인의 특질일 수도 있고 집단적이고 구조적으로 만들어질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개인이 경험하는 변화와 불안정성을 뛰어넘는 무언가를 교주와 공동체에서 발견하고, 그와 그의 공동체를 따르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 대한 심리적 메커니즘을 종교중독과 관련하여 설명하기도 하는데, 이에 대하여는 뒤에서 다시 살펴보기로 한다.
성장: 정치적·사회적 변화에 대한 적응
한국전쟁 직후 생겨난 많은 이단/사이비들은 군사독재 시절을 겪으면서 정치권력과의 유착을 기반으로 하여 생존하고 성장하였다. 문선명의 통일교나 최태민의 구국선교단 같은 경우에 반공을 넘어 승공(勝共, 공산주의 세력을 무찔러 이김), 멸공 등을 주장하며 당시의 군사정권을 지지하고 자신들의 입지를 다지고자 했다. 그리고 많은 신도들의 헌금과 기업활동을 통해서 경제력을 만들어나갔다. 그러나 민주화 시대가 오자 이단/사이비들은 시대적 변화에 발맞추어 자신들의 이념적 지향을 바꾸어나갔고, 평화적인 남북관계 지지와 사회봉사활동을 통해 자신들의 사회적 공신력을 높이기 위해 힘써왔다.3
공산주의에 대한 통일교의 입장 변화를 살펴보면 이러한 흐름을 잘 확인할 수 있는데, 통일교는 1960년대 초 미국의 버클리대학교 앞에서 미국의 베트남 참전을 지지하는 반공 시위를 진행했고, 이를 통해 미국 정권으로부터 감사의 인사도 받는다. 이어서 국내에서도 승공운동을 펼쳤고, 통일교는 박정희 정권 하에서 급성장하게 된다. 그러나 군사정권이 끝나고 민주화 시대가 시작되자 통일교는 반공·승공 운동을 통한 정권친화적 행보를 줄여나갔고, 1991년에는 놀랍게도 문선명과 김일성의 단독회담을 만들어냈다. 이어 다양한 대북사업을 추진하며 변화된 시대에 맞는 사회적 활동을 이어나갔다.4
사실, 일반적인 여러 교회들도 이러한 측면에서 완전히 자유롭기는 어렵다. 1980년 조찬기도회에서 나타난 것처럼, 개신교 역시 군사독재 정권을 지지하며 그 생존을 이어나갔던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이단/사이비 현상을 줄이고 보다 건강한 교회를 만들어가기 위해서,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에 나타났던 우리의 모습을 지속적으로 성찰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글. 김용준 (문화선교연구원)
1 탁지일, “한국교회의 병리현상과 신흥종교운동,” 『한국기독교와 역사』 제48호(2018.3), 135-136.
2 정재영, “신흥종교에 대한 사회학적 의미와 진단,” 『기독교사상』 제674호(2012.11), 24-25.
3 탁지일, “한국교회의 병리현상과 신흥종교운동,” 125-132.
4 장인희, “반공, 승공, 멸공을 이용한 이단들,” <현대종교> [2020. 4.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