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을 향해 투척된 정치적 수류탄'..다큐멘터리물로 사상 최고 흥행 성적 관객 93% "반드시 추천할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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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씨 9/11의 포스터 | ‘백악관을 향해 투척된 정치적 수류탄’ ‘부시의 사기극을 풍자로 까발린 영화… 미국의 다큐멘터리 영화감독 마이클 무어의 신작 ‘화씨 9.11’이 미 전역에서 폭발적인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25일 개봉한 이 영화는 27일까지 2400만 달러의 흥행 성적을 기록하며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본격 다큐멘터리 영화로는 사상 최고 성적이다. 무어 감독의 전작인 ‘보울링 포 컬럼바인’(Bowling for Columbine)이 상영 아홉 달 동안 거둬들인 2150만달러를 이미 능가한다.
흥행 성적뿐이 아니다. 지난 5월 열린 칸 영화제에서 대상인 황금종려상을 거머쥔 이 영화에 대해 관객들의 찬사도 이어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 영화를 본 응답자의 91%가 이 영화에 ‘최우수’ 평가를 내렸으며, 93%는 이 영화를 ‘반드시 추천할 영화’로 꼽았다.
이 영화는 감독의 의도대로, 영화적이기보다는 정치적인 소용돌이를 몰고 오고 있다. 미 공화당 간부들은 “언급할 가치조차 없는 영화”라고 애써 무시하지만, 오는 11월 예정된 미 대선을 앞두고 어떤 파장을 몰고 올 지에 대해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다. ‘화씨 9.11’이 이번 대선의 가장 큰 쟁점이 될 부시의 이라크 전쟁을 정면으로 비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미국의 주류 언론이 소홀히 다룬 부시와 사우디의 빈 라덴 가문의 관계에 의혹을 제기하는 등 부시 대통령의 치부를 사정없이 공격하고 있다. 특히 이 영화는 미국 사회의 정치적 양극화가 극심한 가운데 대권의 향배를 사실상 가름할 10%가량의 중도파 유권자들에게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7월 중순경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는 이 영화는 고 김선일씨 사망 사건을 계기로 파병 철회 논란이 거세지는 우리 나라에서도 거센 논란을 부를 전망이다. 이 영화를 관통하는 키워드들이 부시의 거짓말, 미국의 이중성 등 위선적인 미국의 모습을 고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의 미국 개봉을 계기로 이 영화의 내용과 파장 등을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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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씨 9/11은 '자유가 불타는 온도'...부시, 9.11테러 보고받고도 7분간 책 읽기 행사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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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씨 9/11을 상영한 미국 덜햄의 한 극장 앞에서 이 영화를 관람하려는 사람들이 길게 늘어서 있다. | -화씨 9.11은 어떤 뜻인가. 작가 제이 브래드버리의 소설 ‘화씨 451’에서 따왔다. 53년 출판된 '화씨 451'은 소방관들이 책을 없애기 위해 집과 도서관에 불을 지르는 암울한 미래 사회를 그리고 있다. '화씨 451'이란 제목은 책이 불타는 온도에서 따온 것. 무어 감독은 9.11테러로 미국 사회의 자유 및 시민권적 가치가 사라졌다며 ‘자유가 불타는 온도’라는 뜻으로 이 같은 영화 제목을 붙였다. 한편 브래드버리는 무어 감독에게 저작권을 침해당했다고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마이클 무어 감독은 어떤 사람인가. 다큐멘터리 감독이자 논픽션 작가다. 언론인 출신으로 반(反) 대기업, 친 노조 성향의 사회운동가적 기질을 보여왔다. 2002년 미 고등학교의 총기 난사 사건을 다룬 ‘보울링 포 콜롬바인’으로 지난 해 아카데미상을 받았다. 그는 아카데미상 시상식장에서 “이라크 전쟁을 불러일으킨 부시는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부시 대통령을 정면으로 공격하기도 했다. 89년 제너럴모터스가 그의 고향인 미시건 플린트에서 자행했던 구조조정의 파괴적인 결과를 묘사한 ‘로저와 나’(1989)는 영화 비평가들로부터 그 해의 10대 영화에 선정되기도 했다.
무어는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논픽션 작가이기도 하다. 지난 해 쓴 ‘바보, 나의 조국은 어디에’는 6주 동안 미국 베스트셀러자리를 지켰고 ‘올해의 독일 도서상’을 수상했다. 2001년 펴낸 ‘멍청한 백인’은 1년 이상 뉴욕 타임즈 베스트 셀러 목록에 올랐다. 그는 TV와 뮤직비디오 연출에도 나서 ‘TV 국가’로 에미상을 받았고 ‘R.E.M’, ‘기계에 대한 분노’, ‘시스템 오브 다운’ 등의 뮤직비디오도 제작했다.
-무어 감독은 이 영화를 어떻게 제작했나. 영화에 등장하는 내용은 처음 알려진 것인가. 영화에 등장한 내용은 이미 미국 언론에 단편적으로 보도된 내용들이다. 하지만 무어 감독은 이 같은 내용들을 끈질기게 파고 들어 영상을 통해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또 제작 스탭들이 이라크전에서 직접 찍은 화면과 감독 자신이 정치인들을 인터뷰하는 장면 등이 영화의 생동감을 더한다. 언론에서 단편적으로 소개된 내용이지만 대형 화면으로 적나라하게 드러난 사실이 갖는 힘은 매우 막강하다. 예를 들어, 무어 감독은 부시가 9.11테러 당시 방문한 플로리다의 한 초등학교에서 참모로부터 테러 보고를 받고도 계속해서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준다. 무어는 부시가 책을 읽는 동안 화면에 넣어둔 시계가 7분이나 지나고 있음을 ‘냉혹하게’ 보여준다.
칼라일 그룹 통한 부시가와 빈 라덴가의 끈끈한 커넥션 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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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한 장면. 이라크전을 앞두고 모병관들이 흑인 할렘지역의 고등학생들에게 입대를 권유하고 있다. | -영화가 다루고 있는 내용은 뭔가. 무어 감독은 냉소적인 유머와 고집스러운 추적으로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정책의 문제점을 116분 동안 신랄하게 꼬집는다. 영화는 9.11테러와 오사마 빈 라덴의 출신지인 사우디 아라비아의 연관성은 의도적으로 무시하면서 이라크 침공을 감행한 부시 행정부의 결정이 얼마나 엉터리였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영화는 먼저 치열했던 2000년 대선부터 시작한다. 부시의 승리가 순전히 요행수였다는 게 무어의 암시다. 이어 영화는 부시 대통령이 실패한 텍사스 석유재벌에서 미국 대통령이 되기까지 과정을 보여준다. 무어는 부시 대통령 일가 및 측근들과 사우디 왕가와 빈 라덴 일가 사이의 교분과 사업적 거래의 역사를 보여주며 이들이 사우디의 테러 세력을 키워왔다고 주장한다. 특히 이러한 커넥션 때문에 빈 라덴 일가가 9.11테러 직후 FBI의 조사 과정 없이 사우디를 벗어 날수 있게 된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한다. 영화는 빈 라덴 일가의 탈출을 방조한 부시 행정부가 미국 내 무고한 시민들의 기본적인 인권을 침해하는 모습을 대비시키기도 한다. 일단 이라크에서 전쟁이 시작되자 영화는 미국 본토에서 전쟁으로 가족을 잃고 고통 받는 가족들의 시들어가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이라크 전선에 파견된 미군들이 직면하는 끔찍한 현실과 환멸감을 대비시킨다. 반면, 이런 끔찍한 현실 앞에서 부시 행정부는 전쟁 승리를 선포하며 참전 군인들의 보너스와 건강보험 공제 삭감을 제안한다. 대통령이 국가를 위한 장렬한 죽음의 영예를 말하는 동안 국군 모집대원들은 미국에서 가장 빈곤한 지역의 고등학생들에게 입대를 종용하고 있다. 기업 경영진들은 이러한 비인간적 비극 앞에서도 ‘이라크 석유와 미국민의 피를 섞어 어떻게 하면 이윤을 창출할까’에 골몰한다. 반테러전선에서 똘똘 뭉친 정치인들 가운데 자신의 아들들을 전쟁터로 보낸 사람은 거의 없다. 정치권의 애국은 번지르르한 미사여구일 뿐임을 보여준다.
-‘화씨 9.11’이 조지 부시 가문과 9.11테러의 주범으로 알려진 오사마 빈 라덴 가문의 관계에 대해 주장하는 구체적 내용은 뭔가. 76년 빈 라덴가의 텍사스 자금 관리자가 된 제임스 배쓰와 부시 대통령은 친구였다. 둘은 텍사스주 공군방위대에서 함께 근무했다. 타임지 보도에 따르면 배쓰는 부시 대통령과 친분이 있다고 인정했다. 배쓰는 80년대 초반 부시의 에너지 사업에 5만달러를 투자했고 부시 대통령이 이 회사를 86년 매각할 때까지 주주로 남아있었다. 90년대 초 부시 대통령은 항공식품 납품업체인 케이터에어의 이사로 94년까지 일했다. 케이터에어는 칼라일 그룹의 소유였다. 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은 재선에 실패한 뒤인 90년대 중반 칼라일 그룹에 합류, 이 그룹의 아시아 자문단 수석 고문으로 일했다. 빈 라덴 가문은 94년 칼라일 그룹에 처음 투자했고 부시 전 대통령은 칼라일 그룹의 아시아 자문단을 대표해 사우디 아라비아의 제다에 있는 빈라덴가를 방문하기도 했다. 9.11이후 빈 라덴가가 칼라일 그룹에 투자한 사실이 논란이 되자 빈 라덴가도 칼라일 그룹에 투자한 자산을 정리했다. 부시 전 대통령도 2003년 10월 칼라일 그룹에서 사직했다.
영화는 특히 빈 라덴 가문과 아버지 부시가 9.11테러가 발생하던 시점에 함께 있었음을 부각시키고 있다. 2001년 9월 11일 아침 칼라일 그룹은 워싱턴의 리츠칼튼 호텔에서 연례 국제투자자 회의를 진행하고 있었고 그 자리에 오사마 빈 라덴의 이복동생인 샤피크 빈 라덴이 참석했다. 아버지 부시도 그 자리에 있었음은 물론이다. 칼라일 그룹측은 아버지 부시가 테러 직전 그 자리를 떠났다고 밝혔지만 9.11테러가 발생한 날 두 사람이 함께 있었다는 사실은 너무나도 기묘한 우연이다.
9.11테러 직후 빈 라덴가는 어떻게 미국을 떠날 수 있었나? 골프치며 이라크전 독려하는 부시 모습 등장하는 TV광고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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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어 감독이 한 정치인을 인터뷰하는 장면. “국회 의원 중에 자신의 자녀를 이라크에 보낸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사실상 딱 한 명 뿐이죠. 의원들이 먼저 모범을 보여야 하지 않겠습니까? 어떻게 생각하세요?” | -9.11테러 주범들이 대부분 사우디 출신인 것이 밝혀졌는데도 빈 라덴 가문 등 사우디 인사들이 테러 며칠 뒤 미국을 빠져나갈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영화는 뭐라고 주장하나. 9.11위원회 초안 보고서에 따르면 항공 운항이 재개되자 142명의 사우디 국적자들이 6대의 비행기에 나눠타고 9월 14~24일 사이 미국을 떠났다. 대부분이 오사마 빈 라덴의 친척들인 빈 라덴 가문 사람들 26명도 9월 20일 자가용 비행기로 떠났다. 9.11테러의 심각성에 비춰볼 때 이들이 아무런 공식적 조사도 받지 않고 미국을 떠날 수 있었던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 때 떠난 142명 가운데 미 연방수사국(FBI)에 의해 짧은 면담 조사라도 받은 이는 30명에 불과했다. 96년 오클라호마 폭탄 테러 뒤 테러범인 티모시 맥베이의 친척들이 미국을 떠나는 것을 당시 빌 클린턴 대통령이 허락했다고 생각해보라. 또 9.11테러 이후 아무런 혐의도 없고 오사마 빈 라덴과 무관한 사람들이 구금돼 있었던 사실과 비교해보라. 왜 그토록 부시 행정부는 빈 라덴가 사람들을 떠나보내는 데 조급했나. 또 거의 3년동안 백악관은 항공 당국 등은 그 같은 사실이 없었다고 주장했고 관련된 보도와 인터넷상의 소문을 부인해왔다.
-이 영화가 왜 이처럼 화제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나. 미 대통령 부자 일가와 오사마 빈 라덴 가문간의 뿌리깊은 유착관계를 다룬다는 소식 때문에 제작 단계에서부터 화제가 됐다. 이 영화는 이 같은 사실을 끈질기게 추적, ‘사실의 기록을 통한 진실의 재구성’이라는 다큐멘터리의 속성을 최대치로 구현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미 5월 열린 제 57회 칸 영화제에서 대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아 작품성을 한껏 인정받기도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영화가 화제가 된 이유는 이 영화의 명확한 반 부시 메시지 때문에 빚어진 갈등과 논란 때문이었다. 이 영화는 제작 및 배급 단계에서 공화당 및 공화당 성향 단체의 집중적 표적이 되기도 했다. 골수 공화당원인 영화배우 멜 깁슨이 ‘화씨 9.11’의 제작을 지원하려 했다가 영화의 자세한 내용을 알고 난 뒤 계획을 철회했다. 또 지난 달 5일에는 이 영화를 배급하기로 했던 미라맥스를 소유한 디즈니가 ‘9.11’의 배급을 취소해 ‘정치적 압력’ 논란을 빚기도 했다. 5월 6일자 뉴욕타임스는 이와 관련, “이 영화가 부시 대통령의 동생으로 프로리다 젭 부시 주지사의 심기를 건드려 플로리다주에서 받는 세금 공제 혜택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무어 감독의 악전고투 끝에 영화는 라이온게이트 필름, IFC필름과 팰로십 어드벤처그룹 등 3개사에 의해 배급됐다. 일반적인 할리우드 개봉작의 상영관 수인 2000~3000개보다 훨씬 적은 868개 극장에서만이다. 그런데도 이 영화를 상영한 극장들에는 개봉 당일부터 인산인해를 이뤄 다큐멘터리 영화사상 최고의 흥행성적을 기록한 것이다. 마이클 무어가 부시에게 멋지게 한 방 먹인 셈이다.
-영화뿐만 아니라 이 영화의 TV광고가 정치적 논란을 빚고 있다고 하던데. “우리는 살인을 저지르는 테러리스트들을 저지해야 합니다. 자, 이제 제 드라이브 샷을 구경하세요.” 이 대사는 ‘화씨 9.11’의 TV광고에 등장하는 내용이다. 부시 대통령이 테러리스트들을 막아야 한다고 기자들에게 강조한 뒤 돌아서서 티샷을 날리는 장면이다. 골프장에서 노닐면서 대 테러전쟁을 독려하는 전쟁 사령관의 모습이라니. 대 테러 전쟁을 이끄는 부시 대통령이 진지하지 않다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한 광고다.
이 같은 광고가 각 가정에 방영되자 공화당 당직자들은 이 영화가 가져올 악영향을 우려해 서둘러 연방 선거관리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 TV광고를 정치광고로 분류해 방영을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 관련 규정이 적용될 경우 이 TV광고는 공화당 전당대회가 열리는 8월30일 이전 30일 동안 방영이 중지된다. 이에 대해 미 국내 배급사들은 “우리는 전적으로 비당파적인 자세로 영화를 배급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무어 감독은 “나는 미국내 우익집단들이 ‘화씨 9.11’의 상영을 막으려고 했던 것과 그들이 연방선거위원회에 ‘화씨 9.11’의 TV광고를 없애달라고 요청한 점 등에 대해 모두 감사한다”며 이런 사실은 더 많은 사람들이 ‘화씨 9.11’을 보게 하는 자극제가 됐다”고 여유롭게 비꼬았다. 이런 가운데 설상가상으로 연방선관위의 대변인은 이 TV광고가 정치광고로 간주되더라도 규제대상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견해를 내비쳐 공화당측의 애간장을 녹이고 있다.
대선 향배 좌우할 중도파에 영향..."부시 낙선"을 외치는 무어감독의 목표 실현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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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덴버의 한 영화관에서 화씨 9/11을 홍보하기 위해 만든 전시물. | -이 영화와 부시 대통령의 재선간의 상관 관계는. 이 영화가 11월 대선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리라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온다. 물론 부시의 재선에 불리하게 작용하리라는 전망이 대세다. 미 언론은 “멜 깁슨의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가 미국인들에게 커다란 종교적 충격을 줬지만 ‘화씨 9.11’은 그 이상의 정치적 충격파를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마이클무어 닷컴’에는 이 영화를 보고 부시를 저주하게 됐다는 류의 반응이 밀려들고 있다. 이 영화가 민주당 지지성향이 강한 지역뿐만 아니라 공화당 성향이 강한 남부와 부시 대통령의 고향인 텍사스에서도 적지 않은 관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27일 “무어 감독의 영화로 인해 민주당이 상당한 지원군을 얻게 됐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 영화가 민주당 지지자들은 결속시키는 반면, 공화당 지지자들의 충성심은 약화시키고 있다는 것.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영화가 사실상 이번 대선의 향배를 결정할 중도파 유권자들에게 미칠 영향이 작지 않다는 점이다. 중도파 유권자들에게 ‘부시는 안 된다’는 분위기가 형성될 경우 부시의 재선은 매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때문에 민주당 등 반 부시그룹은 중도파 유권자들이 이 영화를 보도록 하는 방안을 짜내고 있다.
특히 부시의 지지율이 최근 50%대 이하로 떨어진 시점에 이 영화가 개봉돼 정치적 의미가 강하다. 역대 미국 대선에서는 대선이 있는 해 5월경 현직 대통령 지지율이 50% 이하에 머물 경우 재선 가능성이 매우 낮았다. 특히 정치적 양극화로 중도파의 비율이 10%이하로 떨어진 상황에서 이 영화가 중도파 유권자에게 미칠 영향은 작지 않다는 것.
특히 무어 감독은 영화를 보여주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이 영화를 본 사람들에게 직접 정치적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그는 스스로를 '당신들의 총사령관'이라고 부르며 그의 홈페이지(www.michaelmoore.com)를 통해 영화 관객들에게 ‘행동 강령'까지 내린다. △부시의 나쁜 짓을 모든 사람들에게 얘기하라 △부시를 이길 가능성이 가장 큰 후보의 선거운동에 참여하라 △'부시 때리기!', '높은 자리에 있는 도둑놈들' 등의 책을 사서 주변의 보수파 가족들에게 돌려라 △부시 정권을 끝장내고자 하는 후보를 위해 일하라 △하원의원 선거구로 여행을 떠나 공화당원들을 몰아내는데 일조해라 △투표할 마음이 없는 사람들과 점심을 함께하고 투표하게 하라 △선거일 밤 투표 영수증이나 스티커를 입장료로 받는 콘서트나 파티를 열어라. 실제로 많은 이들이 그의 행동강령을 따를 태세다. “부시가 백악관에서 물러나는 것을 보고 싶어 이 영화를 만들었다”는 무어감독의 제작 동기는 현실화될 가능성이 조금씩 높아지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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