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우리 부대가…” 대대장님이 아침마다 ‘육대전’ 뒤지는 이유
원선우 기자
강우량 기자
입력 2021.05.31 03:05
육군 전방 지역 대대장 A 중령은 아침에 눈을 뜨면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이하 육대전)’ 페이스북 계정에 접속하는 게 일상이 됐다. 육대전은 최근 부실 급식 등을 고발하는 병사들의 민원·폭로 계정으로 유명해졌다. A 중령은 “우리 부대 사례가 올라오면 빨리 대처해야지, 상급 부대에서 먼저 알았다간 내 군 생활은 끝을 맞을 수 있다”고 했다.
병사 급식 부실 사태로 시작된 병영 내 난맥상이 일파만파다. “밥이 부실하다” “코로나 방역이 과도하다”는 병사들 휴대폰 폭로가 이어지자 지휘관들은 전·후방을 막론하고 ‘민원 해결’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근무 중이다. 간부들은 “여기가 군대인지 민원 해결하는 동사무소인지 헷갈린다” “주적(主敵)은 북한이 아니라 민원”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일러스트=양진경, 박상훈
군 관계자는 “이런 상황에서 중·소·대대급 훈련조차 실전 대비가 아니라 ‘사고 방지’가 최우선”이라고 했다. 대규모 한미 연합훈련은 이미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 이후 3년째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진행되고 있다. 일선 부대 실기동 훈련도 지난해 코로나를 이유로 상당수 취소·연기됐다. 북한 눈치를 보는 대북 정책, 변화된 병사들의 인식에 코로나까지 겹치며 군대가 총체적 혼란을 겪고 있다.
전방의 한 지휘관은 “실전 훈련을 하다가 급식 논란이 불거지거나 코로나 집단감염이라도 발생하면 진급은 물 건너간다”고 했다. ‘싸우는 군대’가 아니라 ‘민원에 몸 사리는 군대’가 돼버렸다는 것이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최근 부실 급식 사태 등과 관련해 전군 지휘관 회의를 2차례나 개최했다. 청와대가 지난 4월 재·보선 참패 이후 군을 20대 남성들의 ‘표밭’으로 인식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은 조치라는 관측이 나온다.
병사들 제보는 ‘도미노 현상’처럼 번지고 있다. 육대전엔 30일 육군훈련소 조리병 B씨의 제보가 올라왔다. B씨는 “조리병 12~14명이 최대 3000명분 밥을 책임지고 있다”고 고충을 호소했다. 앞서 일선 조리병과 부모, 육군훈련소 조교들의 항의가 잇따랐다.
실탄 사격장서 웃고 떠들어도… 지휘관은 병사들 눈치보기 급급
공군 간부 김모(24)씨는 30일 “민원 때문에 사격 훈련도 제대로 못 할 지경”이라고 했다. 군은 그간 과도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실탄(實彈) 사격장 군기를 엄격하게 유지해왔다. 부주의할 경우 사망 사고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씨는 “이젠 훈련병들이 사격장에서 떠들고 장난쳐도 어떻게 할 수가 없다”고 했다. 간부나 조교들이 사격장에서 소리만 조금 질러도 윗선에선 ‘민원 들어오니 살살 해라’라고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국내 코로나 확진자 발생 후 병영 문화가 급속도로 바뀌고 있다. 부실 급식, 과잉 방역 논란이 일면서 일선 군 간부들은 ‘민원과의 전쟁’을 하고 있다. 육군의 한 영관급 장교는 “주말에도 ‘국방 헬프콜(민원 전화)’에서 ‘당신네 부대에서 이런저런 민원이 들어왔는데 사실이 맞느냐’는 확인 전화가 수차례나 걸려온다”며 “병사들 눈치를 안 볼 수가 없다”고 했다. 육군의 한 부사관도 “급식 등과 관련한 민원이 들어오면 진급이나 성과급에 지장이 있을 것 같아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고 했다.
지난 25일, 한 전방 지휘관이 격리 병사에게 보낸 피자와 손 편지가 페이스북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 드립니다’에 올라와 화제가 됐다. 해당 지휘관은 ‘많이 답답했을 텐데 피자 먹고 얼굴 피자!’ ‘언제나 여러분을 응원합니다’ 같은 문구를 일일이 적어 격리 병사들에게 보냈다. ‘세심한 배려에 감동했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군 안팎에선 ‘군 지휘관이 무슨 배달 음식점 사장이냐’ ‘군대가 무슨 평점 받는 업소가 된 것 같다’는 말도 나왔다. 군 관계자는 “엄정한 군기를 바탕으로 실전적 훈련을 하기보다 병사들에게 욕 안 듣고 무난하게 임기를 넘기는 사람이 진급하는 군대가 됐다”고 했다.
군에서 실전적 훈련은 뒷전이 된 지 오래다. 문재인 대통령, 서욱 국방부 장관 등 국군 최고지휘부는 이미 대규모 한미 연합 훈련이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이뤄지는 상황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일선 부대로도 퍼져가는 상황이다. 4주 훈련을 받는 훈련병들은 코로나 확진자가 나오면 2주 격리를 하고도 훈련을 수료한 것으로 처리되기도 한다. 기초 군사 훈련 등 ‘군인화 과정’을 절반 빼먹고도 일선 부대에 배치되는 것이다. 한 육군 부대는 올봄 하려던 유격 훈련을 7월로 연기했다. 명목은 코로나 방역이었지만 부실 급식 사태 여진을 피해보겠다는 의도도 있다. 한 전방 지휘관은 “이럴 때 훈련장 급식 사진이 인터넷에 올라와 봐라. 악몽 그 자체”라고 했다.
초급 간부, 고참병들 불만도 커지고 있다. 병장·상병들 사이에서 “요즘 신병들은 어린아이 같다” “신병 눈빛에 ‘나 건드리지 마세요’라고 쓰여 있다”는 말이 나온다. 육군의 한 소대장(25)은 “상급자들은 ‘민원 들어오면 다 죽는다’고 압박하지, 병사들은 말 안 듣지 죽을 지경”이라고 했다. 군 내에선 ‘조리병, 조교 다음엔 초급 간부들이 들고일어날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들이 느끼는 압박감이 심상치 않다고 한다. 한국국방안보포럼 신종우 사무국장은 “상급 부대에서 예하 부대에 지침만 하달하고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일관하고 있으니 여기저기서 ‘풍선 효과’ 같은 부작용이 속출하는 것 같다”고 했다.
현 상황을 ‘MZ 세대’ 20대 병사들의 문제로 보는 것도 문제라는 시각이 있다. 실제로 민원 대응 때문에 업무 과중을 호소하는 육군훈련소 조교 등 고참병들과 초급 간부들도 20대다. 정부 관계자는 “군대는 전투를 위해 존재하는 곳이지 레스토랑이나 호텔이 아니다”라며 “그런데 지금은 군이 ‘이남자’(20대 남자) 불만에 대응하는 고객만족팀이 돼버렸다”고 했다. 온라인에선 “전쟁 나면 현역들은 휴대폰을 잡을 테니 총은 예비군들이 잡아야 하는 상황이 오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원선우 기자
정치부 국방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강우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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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덕근
2021.05.31 15:26:14
<국가와 국민> ......... 조리병들의 심적, 육체적 고통이 얼마나 클까 !! ..... 상상만 해도 소름이 끼친다 !! ...... 365일 매일 정시에, 하루 세끼를 완벽히 준비해야 하니까 ! ...... 일요일도 토요일도 마음놓고 휴식도 없이, 매일 전쟁하는 심정 일 것이다 ! ...... <획기적 많은 예산투자를 해서라도 / 1. 조리병들이 편안하게 / 그리고 2. 병들이 입에 맞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단 말인가 ??? >( 군대에서는 먹는 것이 제일 큰 낙인데 ! ) ....... <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 그것 해결 못하면, 국방부 장관 사표 받아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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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운
2021.05.31 14:43:32
이런 군대를 믿고 잠을 자야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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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석
2021.05.31 13:49:48
이기회에 군대명을 아에 "00 유치원"으로 바꾸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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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형준
2021.05.31 13:48:54
그동안의 군 적폐를 바로잡으라고 했더니 뜬금없이 군대가 보이스카웃 되었다는? ㅋㅋ 이미 예전부터 보이스카웃/임오군란 당시의 구식 군대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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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남민
2021.05.31 13:44:04
"민원을 해결하는 동사무소인지 헷갈린다"(?) 2007.9.1.부터 당시의 행정자치부 지시로 '동사무소'가 '동주민센터'로 바뀌었다. '동사무소'가 정감도 있고 아직도 '동사무소'라고 많이 부르기도 한다. 지금은 지역에 따라 '동행정복지센터 등'으로 바꾼 곳도 있지만 '동사무소'라고 공식적으로 쓰는 곳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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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노식
2021.05.31 13:40:47
이런 항의 문자 보내거나 연락 하는 부모는 모두 공공 업무 방해 협의로 고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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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호
2021.05.31 13:24:10
간단하다. 지금까지 장군들의 재산을 모두 파악해 조사해 보라. 특히 부동산 투기여부 조사해야 한다. 그러면 그들이 현재 얼마나 호의호식하며 살고있는 줄 안다. 솔직히 예전에 국가 지키라고 나온 부식 자재 생활용품 안빼돌렸다고 장담할 수 있는가? 부정부패가 군대 내에 없었다고 할 수 있는가? 물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일부가 그랬더라도 다수가 욕 먹는다. 전수조사하여 결백성을 증명하라. 일부가 그랬더라도 그들은 국가를 지킨것이 아니고 자신의 부를 지킨 것이다. 지금 훈련병들이 요구하는 것은 다른 것 아니다. 국가에서 정한 급식 규정대로 준수하라는 것이다. 욕 안멱으려면 부대장은 항상 부하들의 생활에 관심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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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환
2021.05.31 13:23:36
재인아 임무완수 한거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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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임
2021.05.31 13:07:19
드디어 북 조선인민공화국의 대남전략이 성공적으로 진행되 완성되었으니, 위원장동지 만세. 전쟁없이 남쪽 함락될겝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여기저기 꽂아 놓은 김일성 장학생, 인권중시(선량한 대중이 아닌 범법자의), 518/세월호의 실체적 진실을 외면한 정치적 이용, 등등 나열하기가 너무 많은 비정상의 정상화. 다 대남전략이었나? 잘 생각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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