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일 번개] ☆… 새재사랑 산우들의 아차산-용마산 산행 (2)
<산행> * 영화사 등산로 입구→ 숲길→ 고구려정→ 아차산 능선길→ 아차산5보루→ 아차산3보루→ 아차산 명품소나무→ 아차산 4보루→ 안부→ 용마산4보루→ 용마산 정상→ 헬기장(간식)→ 용마산 능선→ 사가정길(하산)→ 사가정공원(시비)→ 사가정역 <조선면옥>의 시원한 냉면 한 그릇!
☆… ‘고구려정’에서 약 30분 가까이 걷다가 소나무 그늘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아차산 제4보루를 지나 긴 나무계단으로 이어진 깔끔한 통행로를 내려간다. 아차산과 용마산 사이의 안부(鞍部)에 도착했다. 이제 아차산이 끝나고 용마산 등산이 시작된다. 용마산은 서울특별시 중랑구와 경기도 구리시의 시계(市界) 능선이다. 이 능선을 계속 따라가면 국도 46번 도로 망우리고개에 이른다. 이제 눈앞에 우뚝 솟은 산봉이 용마산 정상이므로 길은 가팔랐다. 지나가는 길목에 원용문의 시조 <아차산과 용마산>이 목판에 새겨져 있다. 이 작품은 이곳의 지역성을 드러내는 기념비적인 작품이지만 지나치게 감상적이다. 특히 두번째 수(首)에서는 시인의 회고적인 감정이 지나치게 주입되어 그 몽상적 감상기(感傷氣)가 시의 산뜻한 맛은 떨어지게 한다. 하지만, 아차산과 용마산을 소재로 온달장군와 평강공주의 이야기를 담아서 우리의 전통적인 시조의 율격에 맞추어 형상화하고 있다는 데 그 의미를 지니고 있다.
아차산은 언제 봐도 고구려 진영 같다.
낮은 곳은 도열한 군사, 높은 봉은 온달장군
한강을 굽어보면서 호령하는 위엄이여
삼년 대한 가뭄에도 골짜기 흐르는 물은
평양에서 달려오신 평강공주의 눈물인가.
아직도 오열하면서 하염없이 흐른다.
아차산을 지켜주는 그 옆의 용마산은
온달장군 타시던 말 그 용마가 아니던가
하늘로 날아오르며 기염을 토하고 있다.
☆… 용마산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목에서 새재의 미남 ‘하회탈’을 만났다. 오늘 현충일 비상근무가 있어, 아침 일찍 현장에 가서 일을 보고 바로 산으로 왔다는 것이다.
11시 35분, 드디어 용마산 정상을 올랐다. 아차산과 용마산을 통 털어 제일 높은 곳이어서, 우리가 금방 지나온 아차산 전경(全景)과 서쪽으로 장대한 서울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오늘은 더운 날씨에 뿌연 연무로 인해 시야는 그렇게 선명하지 않았다. 정상에는 사나이 몇이만 올라갔다.
☆… 우리가 하산하는 길은, 올라온 길을 다시 내려가야 하므로 다른 사람들은 아래에서 기다렸다. 일행은 헬기장 옆 숲 그늘에서 자리를 깔고 간식을 나누었다. 오늘 특기할 만한 일은 우복대장의 고마운 소행이었다. 평소 본인은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술과 안주를 준비해온 것이었다. 얼음이 둥둥 뜨는 시원한 생막걸리를 서너 병을 준비해 오고, 안주로 지난주에 인제 방태산에 가서 직접 뜯어온 참나물, 곰취, 당귀나물 등으로 만든 산나물 부침개까지 준비해와서 산우들을 감동시켰다. 본인은 마시지도 않는 술이다. 오늘 번개산행에 참석한 산우들을 위한 배려가 유월의 산바람처럼 신선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산우들도 각자 배낭에서 이것저것 꺼내놓는다. 애초 식사는 하산하여 하기로 한 것이다.
☆… 간식을 나누고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망우동으로 향하는 용마산 능선 길을 타고 내려갔다. 숲으로 난 능선길을 따라가는 산행이다. 얼마가지 않아서 우복대장이 면목4동 사가정역으로 내려가는 길로 하산 길을 잡았다.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아서 아주 한적한 길이다. 그 갈림길 가까이에 망우동의 유래를 적은 안내판이 있다. <사진>
☆… 사가정으로 내려오는 길은 가팔랐다. 가물어 파삭파삭한 흙길에 모래가 미끄러워 잠시 어려움을 겪었지만, 산의 중간 쯤 내려오니 완만한 슬라브 암반이 눈앞에 펼쳐진다. 갑자기 시야가 환하게 열린다. 잠시 발길을 멈추고 조망한다. 바로 눈 아래 중곡동, 면목동의 시가지와 중랑천과 장안동은 물론 배봉산, 그리고 망우동과 신내동, 중화산, 봉화산, 그 뒤로 불암산과 수락산 등이 한 눈에 들어온다. 대기가 청명하지 않지만 그 조망의 포인트가 좋다.
☆… 12시 40분, 하산을 완료했다. ‘사가정공원’이다. ‘사가정(四佳亭)’은 조선시대 전기의 최고의 문장가 서거정(徐居正)의 아호이다. 지하철 7호선 ‘사가정역’의 이름은 바로 그의 아호에서 취한 것이다. 그가 말년에 용마산 아래에서 여생을 보냈으므로 바로 여기가 그 연고가 있다. 근래 이곳에 서거정을 기려 시비를 세우고 아름다운 공원을 조성해 놓은 것이다.
▶… 서거정(徐居正)이 누구인가. 서거정(1420~1488년)은 본관 대구(大邱)이며, 아버지는 목사를 지낸 서미성(徐彌性)이고, 어머니는 태종 때의 문신 권근(權近)의 딸이다. 세종 때 집현전 학사로 훈민정음 창제에 일익을 담당한 최항(崔恒)이 그의 자형(姉兄)이다. 서거정은 6살 때부터 글을 줄줄이 읽어내고 절묘하게 시(詩)를 지어 신동(神童)으로 불리었다.
… 19세(1438년)에 진사과와 생원과에 잇달아 급제하였고, 25세(1444년)에 대과에 급제하여, 집현전박사라는 관직으로 벼슬을 시작하였다. 세종에서 성종에 이르기까지 69세로 생애를 마칠 때까지 6조의 판서를 두루 거치고 한성부 판윤, 대사헌, 대제학 등을 역임하였고, 23년 간 문형(文衡)을 담당한 대문호이자 전형적인 대각문인으로 매월당 김시습과 함께 당대 최고의 문인으로 추앙받는다. 시호는 문충(文忠)이다.
☆… 용마산 사가정공원에는 그의 주옥 같은 시(詩)가 아름다운 모양으로 조형된 화강암 빗돌 위에 아로새겨져 있다. 공원에 있는 시 몇 편을 옮겨 적는다. 다음은 서거정의 시 <獨坐>(독좌)이다. 비 내리는 날, 연못이 있는 정원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정일한 시간을 보내는 아취가 잘 드러나 있다. 홀로 있어 고독하고 쓸쓸한 게 아니라 조용히 자신의 내면의 여유를 즐기는 선비의 고아한 모습이 돋보인다.
獨坐無來客 찾는 손 없어 홀로 앉아 있으니
空庭雨氣昏 빈 뜰엔 빗기운은 어둑어둑
魚搖荷葉動 물고기가 흔들어 연잎이 움직이고
鵲踏樹梢翻 까치가 나뭇가지 끝에 앉아 너풀거리네
琴潤絃猶響 거문고에 습기가 끼었으나 오히려 잘 울리고
爐寒火尙存 화로는 차가우나 불씨는 아직 남았네
泥道妨出入 진흙길이 출입을 방해하니
終日可關門 하루 종일 문을 닫아 두어도 괜찮으리
다음의 시 <閑中>(한중)도 그런 여유의 소산이다. 아주 벼슬에 물러나 이곳에서 살아가는 유유자적하는 삶이 잘 표현되어 있다. 인생 노경에 편안한 삶을 즐기는 시인의 모습이다. 시 한 수에 한가할 '閑'자를 일곱번이나 썼다. 일종의 언어의 유희 같지만 그만큼 여유가 있다는 뜻일 것이다.
白髮紅塵閱世間 홍진(紅塵)에 묻혀 백발이 되도록 세상을 살아 왔는데
世間何樂得如閑 세상살이 가운데 어떤 즐거움이 한가로움 같으리.
閑吟閑酌仍閒步 한가로이 읊조리고 술 마시며 또 한가로이 거닐고
閑坐閑眠閑愛山 한가로이 앉고 한가로이 잠들며 한가로이 산을 사랑한다네.
☆… 서거정은 나라의 큰일을 한 훌륭한 정치가이다. 그보다 그는 당대 최고의 학자이며 깊고 우아한 심성을 지닌 시인이다. 그래서 그의 시에는 스스로가 지닌 아름다운 성정과 고매한 인품이 깔려 있고 그리고 은은한 풍류가 흐른다. 다음은 <春日>(춘일)이다.
金入垂楊玉射梅 금빛은 수양버들에 들고 옥빛은 매화에서 떨어지는데
小池新水碧於苔 조그마한 연못의 신선한 물이 이끼보다 푸르네
春愁春興誰深淺 봄의 근심과 봄의 흥취, 어느 것이 더 깊고 얕을까
燕子不來花未開 제비도 오지 않고 꽃도 아직 피지 않았네
이른 봄의 풍경을 묘사하는 그윽한 정취가 아름다운 시이다. 특히 시 전반부의 서경 묘사가 아주 절창(絶唱)이다. 노릇노릇하게 물들어가는 버드나무와 하얀 꽃잎이 은은하게 지는 매화의 모습, 그리고 맑은 봄물이 스며드는 연못의 청정함이 참으로 그윽하기 이를 데 없다. 서거정은 요란한 정치판에 휘둘리지 않고 선비다운 청정한 삶을 살았다. 그래서 그의 시는 맑다. 격렬한 감상이나 날 선 말을 시에 담지 않는다. 지자체 중랑구청에서 많은 공을 들인 사가정공원은 그 조경이 아름답고 편의시설과 놀이터 등 시민들이 휴식 공간이 잘 조성되어 있다.
[에필로그] ▶… 현충일 뜻 깊은 날의 산행
☆… 날씨는 덥고 햇살은 뜨거웠다. 하루 전날 ‘번개 문자’를 통해 이루어진 근교 산행이어서 많은 분들이 참석하지는 못했지만, 어느 때보다도 여유 있게 산행을 할 수 있었다. 아차산과 용마산…, 늘 가까운 데 있어서 그 소중함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곳은 한때 국가의 존망을 가름하는 유서 깊은 역사의 현장이었고 아름다운 영혼을 지닌 고인의 숨결이 숨 쉬고 있는 산이었다. 산 전체가 바위로 이루어진 암산이면서 숲과 그늘이 싱그러운 산이다. … 오늘은 현충일, 참으로 뜻 깊은 날이다. 누가 이야기했던가. “자신을 위해서는 땀을 흘리고, 친구를 위해서는 눈물을 흘리고, 조국을 위해서는 피를 흘려야 한다.”고. 그 말이 새삼 가슴에 살아나오는 날이다. 조국을 위해 푸른 목숨을 던진 영령들을 위하여 고개를 숙인다. 이제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 되는 초여름, 싱그러운 유월의 녹음 속에서 새재의 벗들과 함께 아주 건강하고 유쾌한 시간을 보냈다.…♣
첫댓글 평범한듯한 용마산이 고문님이 표현하니 천하의 명산이된듯합니다.
가까이 있는 산를 재 조명하게해주셔서 감사합니다.잘읽고갑니다
그렇지요. 알고 보면 도처에 보석입니다. 글이 명산을 만든 게 아닙니다.
산이 그렇게 자연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고 그 품안에 인간 역사의
깊은 숨결을 담고 있는 것이지요. ... 인생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무심코 지나는 우리 주변에 참으로 많은 보석이 있습니다.
행복은 늘 가까운 데 있다는 말이 그것을 잘 말해주는 지혜이지요.
대장님, 고문님 하회탈,꽃구름,행국님,등등 님 들의 배려로 참 좋은 번개산행 감사디립니다,,,,,,,,,,,,
역시 무칠이가 있으면 산이 살아나는 것 같애요.
늘 발랄하면서도 신명이 살아있고 산우들을 유쾌하게 하는 유머가 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 나도
이날 동행한 새재사랑 산우들께 깊이 감사를 드립니다.
참가하신 모든 임들 만나서 반가웠고 함께여서 즐거웠습니다.
고문님! 사진 감사합니다.
다음 산행까지 모든임들 건강 잘 챙겨주세요. 감사합니다.
산조미 님! 오랜 만에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훤칠한 키에, 건장한 몸매 ... 그리고 묵묵히 걷는 산길을 동행하면서
아주 가까운 근교의 산이지만, 여러가지로 뜻 깊은 산행이었습니다.
땀 흘리고 난 뒤의 조선면옥, 그 시원한 냉면 한 그릇
행복이 오장육부에 충만했습니다.
바쁘시더라도 우리들 산행에 꼭 동행하시길 ....
용마,아차산의 묘미를 고문님 덕분에 제대로 알았습니다..
감사드리고 언제 다시 오를기회 있으면 많은 참고가 되겠습니다..
항상 건승하시길 기원드립니다..
모리안! 마니 보고 싶네!!
사람 너무 그립게 만드는 것도 훗날 볼기 맞고 술 사야 할 일이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