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는 대략 이렇다. 해 지기 한 시간쯤 전에 창포초등학교를 출발해 삿갓봉과 풍력발전사무소를 거쳐 영덕해맞이공원에 오른 뒤 온 길로 하산한다. 총 산행 거리는 약 6.7km. 두 시간 정도 소요된다.
산행로 일부 구간에 가로등이 설치되어 있고 대부분 평탄한 길이라 슬리퍼를 신은 채로도, 건장한 아버지라면 아이를 목말 태운 채로도 충분히 걸을 수 있다. 산행 중에는 국악 공연, 시 낭송회, 색소폰 공연 등도 열린다. 그리고 산행 후에는 영덕군에서 제공하는 해산물에 소주를 곁들일 수도 있다.
“그냥 편안하게 마을 나가듯 걷다가 오세요. 바람 소리도 듣고, 밤바다도 보고, 달빛도 쬐고, 함께 온 사람이랑 두런두런 이야기도 나누고…. 말이 산행이지 그냥 바람 쐬며 걷는 거죠.”
지난 5월 13일 달빛 산행 취재차 영덕을 찾았을 때 영덕군청 문화관광과 엄재희 씨는 “아이들도 걷고, 할머니도 걷고, 아이 업은 엄마도 걸을 수 있다”며 부담 없이 즐기란다.
저녁 7시 30분쯤 되자 창포초등학교 운동장은 달맞이 산행에 참가하려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멀리 서울에서 왔다는 등산복 차림의 부부, 아이 손을 잡고 안동에서 왔다는 가족, 손자와 함께 나온 반백의 동네 할아버지 등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모였다. “자, 출발하시죠” 하는 말이 떨어지자 사람들이 천천히 학교 운동장을 빠져나와 산을 향해 오른다. 어둑어둑해질 무렵이다. 어스름 속에서 들려오는 동해의 파도 소리가 선명하다.
길은 평탄하다. 첫 20여 분은 약간 오르막길. 그리 험하지는 않고 등에 땀이 촉촉하게 밸 정도다. 동네 뒷산을 오르는 기분이다. 어둠 속 여기저기서 두런두런 말소리가 새어나온다. 정치 이야기, 세금 이야기, 아이들 학교 이야기, 늙으신 부모님 이야기….
“거, 바람 참 시원하고 좋네.”
“올해는 오징어가 많이 잡혀야 할 텐데….”
“올여름에는 태풍이 좀 작은 놈이 와야지, 갈수록 더 센 것들이 와서 뒤집어놓고 가버리니 원….”
“서울에서 왔어요? 여기 오니까 좋지요? 우리야 뭐 늘 보는 게 바다라서 좋은지도 모르겠어요.”
“좋네요. 좋아요. 서울에서야 별 보는 게 말 그대로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려운데, 여기는 ‘별 반 하늘 반’이네요. 하하.”
어둠을 밝히는 그렇고 그런 우리네 먹고사는 이야기. 이렇게 30여 분을 가자 길 한편이 환하다. 한국전력 직원들이 미니 초코 바와 생수를 나눠준다.
“이거 드시면서 가세요. 영덕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또 오세요.”
‘영덕을 찾아주신 외지 분들이 고마워서’ 하는 일이란다. ‘기분 좋게 걸으면서 가슴에 맑은 바다 소리나 한 바가지 담아’ 가란다. ‘달맞이산행이 괜찮았다면 서울 가는 길에 영덕대게나 한 상자 사들고 가면’ 된단다. 이번 산행에는 한국전력 직원들이 봉사했고, 지난번에는 농협 직원들이 손을 걷어붙였다. 영덕군 내에 있는 유관 기관들이 마음을 모아 손님을 대접하는 것이다.
아주 완만한 오르막이 끝나자 길은 다시 평탄해진다. 그렇게 쉬엄쉬엄 한 시간여를 걸어 언덕에 다 왔을 때쯤, 하늘을 쳐다보니 어느새 달이 환하게 떠올랐다. 잘생긴 보름달이다. 보름달이 밤바다를 비춘다. 달빛을 받은 바다가 감청색으로 빛난다. 그리고 수평선에 눈부시게 걸린 오징어잡이배 불빛. 수십 개의 보름달이 수평선에 걸린 듯한 풍경에 여기저기서 ‘아!’ 하는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