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4.11.하순에 다녀온 제주 돌담 풍경 관한 내(我)의 생각을
두서없이 엮어 본다...흉보시지 마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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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된바람 에 바다는 거품을 물고 있고 검푸른 원색 위에 하얀 포말 내려앉은
햇살 오묘한 천리가 언 듯 보인다. 재주 없는 내가보기 에도 이런데 재주꾼 들이
보면 어 떻 할꼬..바닷가 마다 불 턱 에는 장작불이 활활 타고 신당에는 두 손
모은 선남선녀들 이 정성을 들이고 늙은 해녀는 골갱이로 겟 벌 을 후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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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애월(涯月) 돌담마을 여기는 오래된 초가가 세월에 얽힌 역사를 담고 있고
“말방아”지붕 넘어 들리든 무섭고 소름 돋든 총소리 와 총소리 따라 집나간 서방
님 소식 몰라 애태운 아낙 들 한 맺힌 사연도 엿 보이고..촘촘 새끼줄 갈대 이엉
그리고 돌담 속에 들어앉아 고난의 세월을 견딘 “말방아”작은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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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담으로 바람을 막은 곳 에는 이 한겨울에도 푸성귀가 기세를 부리고 허리
굽은 늙은 내 가 바쁜 손놀림을 한다. 밭담이나 집 담이나 돌담마다 바람이 드나들
구멍이 숭숭 어찌 보면 작은 벌래 들의 안식처 같고 어찌 보면 곰보 진사람 얼굴
닮은 매주보다 못난 울퉁불퉁 멋 데로 생긴 검둥이 돌들 이 이룬 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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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종 닮은 빛깔의 검은 돌들 이다보니 어디서나 표가 날 것 같으나 제주의 돌
은 하나빠짐 없이 모양이 같아서 표가나지 않고 구별이나 구분도 하 기 쉽지 않다.
형편이 이러 하니 미움을 받지 않는 돌들이 되고 존재하는 것만이 전부며 숨겨둔
비밀이나 꿈 도 없어 보이는 검은 돌담. 밭담. 집담. 속에 독특해진 인간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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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를 덮은 그물 닮은 돌담..바다의 표 효 같은 같기도 하고 외로움을 한탄하는 숨
결 같은 제주의 거센 바람 도 돌담을 지나면 기세가 줄어들고 역할을 멈춘다.
검고 못난 돌담이나 거센 바람 의 기세도 젖히고 이겨내 순풍으로 만든다.
진로를 바꾸거나 포기하고 주저앉아 버리거나 죽거나를 그 듭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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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막아 넨 돌 덕으로 삼다도 제주바람 도 이겨내고 저처럼 기세 등등 한 산물을
가꾸어 내고 그 손길을 가진 인물들도 삶에 지쳐 포기하거나 한탄하지 않고 억측을
끌어안고 삶을 이어왔고 밭담이 준 감귤과 당유자 하귤 들의 당도를 높이고 농도를
더해가게 키워낸 밭담은 어머니 품 같은 그런 포근함 이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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잣동내 는 돌담이 城을 이루고 있어서 그 풍경이 온통 시커멓다. 마치 이무기가
승천 에 실패하고 몸부림치다 가 그 비늘이 벗겨진 자취처럼 시커먼 돌들이 마을을
휘감고 있다. 잣동내 는 백켓담. 폭낭. 과담이 엉크러져 한 몸을 이룬 듯하다.
외줄 백켓담 은 그 풍경의 정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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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잣동리말방아”다. 말방아 는 제주에는 둘 밖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이 말방아
는 애월읍 잣동네라는 동네이름을 따와서 붙여진 이름이다. 해안마을을 뱅
둘러 트여 있는 일주도로 가에 잣동네 가 있고 이 동네 세 갈렛길에 현판이 새워지고
'잣동리 말방아'가 세워졌다"라고 되어 있는데 읽기에 몹시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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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문시행 가옥 이 가옥은 제주 옛 풍경을 잘 보여주는 가옥으로. 살림채(안거리.
밖거리) 쇠간(외양간) 통시. 그리고 우영. 우영과 통시를 싸고 있는 담을 각각 우영담,
통싯담 이라 하고 안팎거리, 쇠간 몸체에 쌓은 담을 축담이라 한다. 바람이 들지 않게
모두 지붕까지 담을 쌓아 잔뜩 웅크린 모양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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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돌을 마치 성처럼 쌓아 바람 불면 자글대는 잣담(잣벡담, 사스락담, 보말담)이고
한 줄로 쌓은 외톨이 외담 겹겹이 쌓은 겹담(접담)이다. 밖거리 담은 아랫도리는 잔돌
로 쌓고 윗도리는 큰 돌로 쌓은 잡굽담 이다. 누워있는 돌담마냥 마당 한쪽 구석에 짚
을 보관하기 위해 평평하게 돌을 깔아 만든 눌굽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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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월(涯月) 이 환해장성. 으로 유명세를 타고 이를 보러오는 사람은 많지만 이는 애월
바닷가 이야기이고 이곳 은 돌담의 박물관 이다.라는 사실을 모르는 육지인 들
이 많다. 돌담이 주는 풍경과 이를 닮은 제주인 들..같은 여느 돌 과 다를 바 없는 평범
한 돌이나 구멍이 있고 무개가 없는 담백함 이 있는 인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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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해빠진 돌들 도 이제는 귀한대접을 받는 시대가 되었다. 길가마다 어느 모퉁이 던지
서 있던 돌 하루방 도 지금은 보기 힘든 시대로 접어들고 만들기 쉬운 시멘트 로 대체
되고 있다. 이제 돌담은 건물의 내외 장식 에 필요한 장식물에 지나지 않게 된 것 이다.
형체가 사라지면 이름도 잊혀 진다. 돌담의 이름도 역사저편으로 사라질 지도 모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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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사라졌거나 사라질 위기에 처한 밭담. 원담. 축담. 환해장성. 들..보존의 가치가
높아도 이를 보존하는 데는 현대인이 늘 상 거론하는 비용 이 든다. 보존 에는 희생이
따르고 비용이 둘러리 를 선다..검고 벌래먹은 돌들로 이루어진 돌담의 문화...
수없이 듣지만 기분 좋은 말이 사랑 한다는 말 이라 나는 이 돌담을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