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어릴쩍에 국민학교(당시)에 가끔씩 이동 영화가 들어와 돈을 받고 보여준 적이 많았어요.
동네 아줌마들이 주 고객인데 흑백영화에 낡은 필름이 영사기 안에서 털털거리면서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고 가금씩 필름이 끊어져 이때는 건달기 있는 젊은 사람들이 휘파람을 불고 난리를
치지요. 무성영화였는데 이때 영화의 줄거리를 설명하는 변사(辨士)<변호사가 아님>가 등장해서
극적인 장면이 나올때 한층 톤이 높아지지요.
"이 무슨 기구한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 아, 그리하여 선생님은 제자 앞에서 마침내 참았던 눈물을
폭포수 처럼 쏟아내면서..."
어릴때 보았던 검사와 여선생이란 영화의 극적인 한장면입니다.가난한 제자를 애정으로 가르친 여선
생이 누명을 써 사형수가 되고 이를 기소한 제자가 검사가 되어서 법정에서 만났을때 변사는 신이나지요
.그러면 아녀자들은 눈물을 쏟느라고 정신이 없지요.한참 울면 스트레스가 해소가 되어서 영화본 기분이
나지요.30여년전에 텔레비 연속극 여로도 그랬어요.
조금 모자란 영구란 주인공이 아내를 사랑하는 이야기이지요. 즉 영화를 만들때 눈물 흘리기를 좋아하는 인정
많은 사람들을 겨냥해서 이런 장면을 미리 만들어 놓는 것이지요. 이것을 신파영화라고 하지요.신파영화나
신파소설들이 당시에는 많이 나왔는데 구한말의 이인직의 혈의누,치악산 등이 그렇지요.서양영화중에
대표적인 것이 올드렝 사인이 흘러나오는 애수(哀愁)란 영화가 있었어요.
주인공 로이란 군인이 발레리나와 사랑을 나누다가 일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참전, 전쟁중에 전사했다는
소식을 들은 애인이 그만 절망해서 윤락녀로 타락을 하다가 살아오자 그만 양심적인 가책을 받아 영국의
워털루 다리에서 차에 치어죽는데 이 차를 탄 사람이 그 애인이었다는 것이지요.50년전에 나온 흑백영화
"애수"는 비비안리와 로버트 테일러라는 미남미녀 배우가 출연해서 전세계의 관객들의 눈물을 짜내게 한
"아! 이 무슨 기구한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하는 영화였습니다.그런가 하면 일본 소설 금색야차(金色夜叉)
를 번안한 이수일과 심순애,삼국유사에 등장하는 여러 이야기에 아 이 무슨 기구한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
하는 장면이 많이 들어있어요. 꿈이란 소설로 유명한 조신 선사의 이야기,그리고 장화홍련전 이야기 등등
이 무슨 기구한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 하는 경우는 즐겁게 만난 주인공들에게 붙여지는 것이 아니라 기구한
삶을 살다가 나쁜 장소나 환경에서 만났을때 붙여지지요. 바람피우는 남자가 전에 버렸던 여자가 출세해서
사장이 되고 실업자가 되어서 찾아간 회사의 여사장이 자기가 업신여겼던 여자였다고 할 때 쓰는 용어가
아 이 무슨...입니다.
이 이 무슨 운명의 기구한 장난이란 말을 당하지 않는 인생이 되는 것이 좋겠지요. 그러자면 우선 착하게
살아야합니다.남을 속이고 사기를 치고 남의 피나게 번 돈을 떼먹고 잠적하거나 남의 여자 망쳐놓고 돈뺏고
버린 나쁜 제비들은 아 이 무슨 기구한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하는 씬이 반드시 그 인생에 나올 것입니다.
첫댓글 일순 향수에 젖게 해주시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