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26. 독서부 이지연
√나는 이런 책이 불편해요.
요즘 친구들에게 인기 많은 흔한남매.
내가 자주 가는 수성도서관에는 검색용 컴퓨터 모니터 화면에 이런 메시지가 붙어있다.
“흔한남매 시리즈는 6번 서가 우측에 있어요. 만약 서가에 도서가 없으면, 다른 친구가 읽고 있을 거예요. 양해 부탁드려요~~” 보나 마나 수성도서관 어린이실 어린이 고객 문의 1위겠지.
수성도서관이 이렇다 보니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는 어떠할까 싶어 물어보았다. 웬만한 인기 학습만화는 대출이 아예 금지되어 있다고 한다. 아이들이 너무 많이 빌려 책이 험하기도 하고 반납기한을 넘기거나 분실이 되는 경우가 많아서라고 한다. 흔한 남매 자체는 학습만화로 분류하기는 모호해 보인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일상툰이지 않나 싶은데, 나름 주제로 정한 것을 남매의 일상에 녹여 이야기로 끌고 가고 있는 걸 보고 있으면 배울 게 전혀 없는 건 아닌 것 같다. 슬그머니 아이들 옆에서 같이 읽다 보면 재미있긴 하다. 우스꽝스럽고 과장된 전개가 웃음을 유발하기도 한다. 잔소리하는 어른에게 한 방 먹일 때는 통쾌함도 느껴지니 좋아하는데 이유가 따로 필요 없는 것 같다.
그 인기에 힘입어 흔한 남매 과학탐험대, 세계사 탐험대, 고전 읽기 등등 쏟아져 나오는 시리즈를 보면 출판사 효자상품인가 싶다. 불황인 출판업계를 생각하면 이마저도 없으면… 이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나도 만화를 많이 좋아하기에 이런 아이들의 기분을 모르는 것도 아니지만 막상 양육자가 되어보니 이야기가 달라진다. 근데 그 마음이 나만 조바심을 내본들 될 일은 아니라 일단은 당사자들의 말을 좀 들어보기로 했다.
집에서 흔한남매 오리지널 시리즈부터 흔한남매를 타이틀에 걸고 나오는 수많은 시리즈를 잘 보고 있는 딸들에게 물어봤다. 이런저런 말을 하길래 좀 적어봐달라고 했더니,
- 흔한 남매가 왜 인기가 많냐면,
① 내용이 웃기기(놀리기, 때리기 등) 때문이다.
② 흔한남매는 시리즈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리즈라서 여러 권이라 (도서관) 여기저기 꽂혀있어서이다.
③ 흔한남매만 보고 너무 재미있어서 그것만 봐서 그렇다.
④ 친구들이 읽고, 친구들이 이야기하는 걸 보니 나도 보고 싶어서 그렇다.
⑤ 너무 좋아하는 친구들은 학교에도 가지고 오기 때문이다.
라고 한다. 딸이 써준 메모를 보고 뜬금없이 말로 하는 것과 글로 쓰는 게 정말 다르고 어렵다는 걸 느낀다.
그냥 재미있다는 말에 나도 같이 무턱대고 몇 권 봤지만, 그 포인트를 잡아내기엔 이제는 정말 어른이(a.k.a꼰대) 되었고 양육자가 된 것만 같다.
사실, 좀 전부터 아이들이 손에 잡는 학습만화도서들이 눈에 거슬려서 이참에 어린이도서연구회 목록에 만화 카테고리도 있으니 차라리 그걸 보여주면 되겠다 싶어 목록을 찾아보았다.
누적된 목록들이 많이 나왔다. 하지만 선정도서들이 연식이 좀 있어 보이기도 했다. 그래도 가끔 마음이 동할 때 도서관을 돌아다니며 초등저학년에 적합한 만화들을 빌려 아이들에게 마구 던져주었다.
물론 당연하게도 아이들은 재미있게 보았다. 특히 [꼬마 애벌레 말캉이],[동이 동이 불동이],[밍기민기],[심마],[톨이야 놀자]는 재미있다며 보고 또 보았다. 어떠냐고 물으니 뭐 이야기도 많이 한다. 그런데 아쉬운 점이 있다고 했다.
요약하자면,
① 재미있는데 한 권으로 끝나는 게 아쉽다.
② 시리즈로 더 나오면 좋겠다.
③ 도서관에서도 잘 보였으면 좋겠다.
이다. 아이들의 의견은 이러하고 옆에서 같이 읽은 나도 비슷하지만 좀 다른 의견이 있는데, 최근 만화목록들은 연령대가 초고는 되어야 읽을 수 있는 것들이 많은 것 같았다. 물론 저학년 아이들이 읽어도 별문제는 없지만, 아이들이 좋아하는 웃고 털어버리는, 웃음에만 집중한 작품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게 아쉬운 점이다. 여전히 출판은 되고 있지만, 목록에 없어 보이지 않는다고 느낄 수도 있겠다. 오히려 아이들이 보기 좋은 웹툰을 찾으러 종합자료실을 기웃거리다 몇 개 건진 작품들도 있었다. [금복이 이야기],[야옹이 문방구] 가 그런 작품들이다. 요즘처럼 쏟아져나오는 책 중에서 아이들과 우리가 읽고 발견해야 하는 보석 같은 우리 동화들, 그림책들과 함께 우리 만화에도 조금 더 눈길을 주는 여유가 있으면 어떨까 하고 개인적으로 생각해 본다.
첫댓글 덕분에 <심마>라는 보석 같은 책을 만났어요~
어린이도서연구회의 만화 갈래랑 더 친해지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