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미스티의 고혜란과 엮인 남자들
나는 최근 드라마 여주인공에 마음을 빼앗겨 금요일을 기다렸다. 16회에 쏟아부은 작가의 관점이 마음에 들어서 공부하듯 보았다.
작가가 만들어낸 여주인공에게 왜 나는 이렇게 관심을 보이는가 물어가며 본다면 그 작가는 나에게 성공작을 낸 셈이다.
시종일관 극을 끌고가는 힘은 연기자의 선택과 그들의 노련한 연기력, 작품의 탄탄함, 군더더기 없는 전개에다 페션감각이 뛰어난 배우의 옷입기까지 곁들여 집중하게 만들었다. 세상을 읽는 작가 나름의 철학이 깊숙하게 깔려있는 드라마 한편이 오래도록 생각을 하게 만든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어떤 방식으로든 그녀를 사랑한 세 남자는 극 중 다 죽었다.
첫 남자는 바라보는 사랑, 지켜주는 사랑을 산 남자다. 그 방법이 긍정적이지는 않아도 자기가 지키려는 여자는 지켜낸다. 고등학생때 그녀를 흠모하던 남자로, 그녀가 대학입학 등록금이 없어 일수쟁이 남자인 금방 어른에게 갔다는 같은 반 여자 친구의 말을 듣고 달려 갔다가 그만에 살인을 하고 말았다. 그녀를 지키기 위한 방어였다지만 그는 감옥에서 18년간 옥살이를 하고 나와서 8개월간 다시 고혜련 그녀 지킴이로 살다가 두번째로 그녀를 괴롭하는 사람을 죽였다. 언제라도 감옥으로 돌아갈 각오를 하고 그녀 주변을 돌며 그녀를 지킨다. 마지막으로 그녀가 살인 혐의를 쓰고 있을 때도 그녀가 진범이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그녀가 사랑하는 남자를 그녀 곁에 두기 위해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 그 남자의 마지막 말은 단 한번도 후회하지 않았다는 거다.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여자라고 적극적으로 인정해주지만 그녀를 자기 여자로 만들겠다는 이기적인 행동을 하지는 않았다.
두 번째 남자는 열등한 과거를 지우기 위해 성공하여 돌아와 복수극을 벌인다. 성인이 되어서 잠시 동거를 한 남자지만 헤어진 남자다. 고혜련의 드높은 이상을 향해 달리는데 적당하지 않다는 이유로 헤어지자는 제의를 받고 분노한 나머지 미국으로 건너가 골프계의 유명인이 되어 귀국한 남자다. 그 남자는 고혜련의 고등학교 동창의 아내가 되어 있었으며 앵커 자리를 빼앗길 위험에 쳐했을 때 특종을 내기 위해 모르는 척하고 접근하였다가 그 남자의 보복심리에 걸려들어 곤혹을 치른다. 지금 행복한가 계속하여 묻고 자기에게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끊임없이 유혹하다가 고혜련의 현재 남편에게 살해된다.
그러나 세번째 남자인 고혜련의 남편은 체면을 중시하지만 부모에게 인정받지 않아서 아내에서라도 인정받고 싶어한 변호사다, 가장 유명한 법조법인의수장 아들인데 인권변호 일을 하는 것을 수치스럽게 여기며 아내에게 완전하게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데 대한 콤플랙스에 걸려있는 남자다. 사람을 죽였다고 아버지에게 고백했을 때 들은 말은 '못난 놈'이었다. 사회적 권력의 배경은 좋으나 자신은 한 여자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자괴감에 시달리다가 유명골퍼가 자기 아내 주변을 맴돌며 끊임없이 질투심을 불러일으키는데 대한 반발로 그 골퍼를 죽이고 아내를 살인자로 설정해놓고 변호를 맡는다. 검사의 집요한 질문에 순간순간 튀어나가는 단어에서 그 남자가 진범으로 의심을 받지만 재판에서 이길 자신을 보인다. 확실히 아내가 살인자가 아니니까 그랬을 것이다. 자신이 초라해지는 것이 싫어서 응어리진 마음으로 살인을 하고 아내를 위한 변호에서 무죄를 얻어냈다. 그 주변을 돌던 첫번째 남자가 대리 살인자로 자백을 하여 감옥으로 가고 고혜련의 남자는 양심이란 감옥에 갇힌다.
그리고 아내가 다시 진행하는 인터뷰 프로그램에 두번째 인물로 선정되어 방송국으로 가던 길에 자살로 마감하고 극은 끝난다.
그녀는 행복하냐는 질문에 무너진다. 그녀는 자신이 왜 그렇게 꼬였는지 모른다고 하나 과연 모를까. 그녀 친구는 그녀 때문에 모두가 죽었다고, 고헤련 때문이라고 하지만, 첫 남자가 대변한다. 모두가 자기 인생을 살 뿐이며 가장 먼저 고혜련에 대한 부정적인 정보를 준 같은반 여자친구로부터 시작된 것이라고 고백한다.그러하니 미워하지 말고 자기 길을 가라고 한다. 그 남자가 그녀 인생에 개입하지 않았다면 그녀 인생이 어떻게 되었을까. 그 첫 남자도 생각한 문제였다.
나는 생각한다. 그녀는 누구에게도 거짓말을 하거나 일을 하면서 신세지는 일도 저지르지 않았다. 앵커란 자기 일에 충실했다. 앞만 보고 열심히 살았다고 하였다. 그녀는 어린 날 열악한 가정 형편에의해 가지게 된 "나도 성공하여 오르는 데까지 올라가 볼 거야"란 내적 구호를 수정해야 했다. 무의식의 노예로 살다가 눈물바람이다.
능력있고 이름답지만 사랑이나 희생 같은 것이 보이지 않았다. 하늘이 준 자식을 뱃속에서 살인했다. 결국 그녀와 그녀를 사랑한 남자들은 다 살인자들이다.
그녀 고교여자친구는 열등감 때문에 그녀를 살인자라고 몰아부치면서 자기존중감을 죽였다. 그러한 태도를 못마땅하게 여긴 첫 남자는 말한다.
"너 때문이었어. 네가 일러주지만 않았어도 그 날의 살인은 일어나지 않았을 거야."
세상사람들은 자기 탓을 하는데 둔하다. 모두가 남의 탓이라고 덮어씌운다. 자기 탓인데 정확이 자기 탓이 무엇인지 자세히 밝혀보려고 하지 않는다.
아름답고 커리어우먼으로서 입지가 탄탄해도 그녀는 행복하지 않다. 드라이하고 일 중심의 세상을 산다. 신이 허락한 여자의 소명을 버렸으니 하느님은 평화를 그녀에게줄 리가 없다. 스스로 찾아 누릴 평화는 신이 원하는 조건을 충족시킬 때 찾아든다. 무엇을 향해 달렸는지를 지금 그녀는 드라마 속에서 묻고 있다.
"그대 행복하신가요?"
우리 주 하느님이 미워하지 말라 하시는데 극중 감옥으로 간 남자도 저마다 자기 길을 걸으며 남의 탓하지 말고 미워하지도 말라고 전한다. 양심이란 감옥에 갇히거나 죽어간 드라마 속 사람들을 위해진혼곡이라도 틀어줄까. 감옥으로 간 첫 남자가 그랬지. 아주 평온한 목소리로 말했지.
"내가 해 줄 일이 있어서 좋았어. 한번도 후회하지 않아. 너는 그럴만한 가치가 있어. 너무 오래 울지 마라. 나는 간다."
드라마 속 인물들의 직업의식을 들여다 보면서 경외감과 경멸감이 돋고, 불의와 정의를 오묘하게 얽어매어 각본을 쓴 작가를 의식하면서 존경심이 생겼다. 분초를 다투며 살얼음판을 딛는 방송국 사람들과 권력층의 대립각을 피부로 느끼는 날에는 부담스러웠다. 게다가 러브라인 조차 이기와 이타가 오묘하게 공존한 드라마다. 8주간의 생각 여행은 풍성했다.
들어갈 수만 있다면 드라마 속으로 들어가 주인공인 고혜란에게 종교를 권해주고 싶었다. 거기에 평화가 있고 행복이 들어오는 길이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그녀와 그녀 어머니 사이에서 피어난 구호가 전부가 아니라 새로운 구호를 가지고 살아야 한다고 권해주고 싶다. 이것이 나의 진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