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어 이해하기 32. 노동조합(Trade Union)

[홀로서는 나그네]

  인간이 일을 한다는 개념, 즉 인간의 노동은 인류가 태어난 이래로 계속되어 왔다. 다만 수렵을 하거나 농사를 지으면서 자급자족하기 위한 노동과 일종의 댓가를 보상받는 경제 활동의 주체로서 행하는 노동은 구분될 필요가 있다. 후자로서 임금 노동자 계급의 출현은 영국의 산업 혁명 이후때부터 시작되었는데, 이 사회에서 조금이나마 물질적 혜택을 제공받은 사람들이라면 노동자는 기업가와 더불어 산업사회의 가장 중요한 사회 집단임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는 노동자 계급이 출현한 산업혁명 초기부터 기업가에 비해 매우 불리한 사회적 위치에 놓여 있었다. 따라서 이들은 이후 자본가와 국가에 대하여 집단적인 조직체를 통하여 자신들의 이해를 관철시키고자 하였다.

  영국의 사회학자이자 개혁가였던 시드니 웹(S.Webb)은 영국 산업혁명시기에 노동조합 이론을 저술하였는데, 이는 그의 조국뿐만 아니라, 여러 자본주의 국가의 조합이론 및 법제도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시드니 웹에 의하면 "노동조합이라 함은 근로자가 주체가 되어 자주적으로 단결하여 근로조건의 유지․개선 기타 경제적․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조직하는 단체 또는 그 연합단체를 말한다"고 하고 있다.

  이보다 조금 더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노동조합은 노동자들이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만든 노동자의 이익 단체를 말한다. 그리고 이를 줄여서 노조(Union)라 부른다.

  대부분의 노동조합은 계급분화에 의한 자본주의 사회의 기본 질서에 도전하기 보다는 이를 인정하면서 협상을 통해 노동자의 삶을 개선하고자 한다. 그러나 마르크스주의에서는 노동조합이 자본가와 대립하는 노동자 진영의 주요 조직으로 파악한다. 산업의 동일 직종 또는 동일 분야에서 노동자들의 결합은 상당한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널리 퍼져있는 운동으로서 노동조합주의는 자본주의적 임금노동의 성장의 산물이라 볼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이 맥락때문이다. 초기 노동조합은 보통 파괴적 조직으로 간주되었으며, 국가의 탄압도 빈번하게 발생하였다(19세기 후반까지 유럽에서는 노동운동이 불법으로 간주되었다). 결국 이러한 법의 방치 상태는 곧 폭동 형태의 사회적 저항과 결합되었다.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초기 영국 노동쟁의의 급진주의에 의해서 강한 영향을 받아 노동조합을 아주 상세하게 분석했는데, 여기서 그들은 중요한 세 가지 논의를 전개 시켰다.

  첫째, 노동조합은 자본주의적 산업의 자연스런 결과물이다. 즉 노동자들은 임금 인하나 기계에 의한 노동의 대체에 대항하는 방어책으로서 결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둘째, 조합은 경제적으로 비효과적이지 않다. 즉 조합은 고용주들이 노동력의 가격을 그 노동력의 가치 이하로 낮추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그러나 조합은 그 수준 위로 임금을 올릴 수 없고, 그들의 방어력 조차 자본의 집중과 순환되는 경제위기에 의해서 마멸된다

- '임금노동과 자본', 마르크스

  셋째, 그러므로 방어적 경제활동의 제한된 효력으로 인해서 노동자들은 더욱 더 폭넓은 계급적 기반 위에 점증적으로 조직되며, 정치적 요구를 제기하고 궁극적으로는 혁명적 계급투쟁에 종사하게 된다. 무엇보다도 먼저 그 외의 노동조합 경험은 노동자들의 자신감과 계급의식을 확대시켰다. 즉 "전쟁의 학교로서 조합을 능가할 만한 것은 없다"

- '노동계급의 상황', 엥겔스

 
  그러나 그들의 예상과는 달리 영국의 대규모 운동은 곧 붕괴되고 말았다. 즉 조합은 노동자귀족의 보호처가 되었으며, 조합지도자들은 시민계급 정치가들에 의해서 타락했으며, 전체 노동자계급은 식민지 착취의 열매로 매수되었다. 그러나 1860년 마르크스는 영국의 주요 조합지도자들과 협력하였는 데, 그들의 참여가 마르크스가 원했던 성공을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는 다음해 열릴 제네바 회의를 위한 결의안 초고에서 조합 지도자들이 자신들의 목적을 확대하도록 촉구하였다. 비록 그러한 측면에서의 기대는 앞서 말했듯이 곧 실망스런 결과로 나타났으나,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노동조합이 "노동자계급의 진정한 계급적 조직"이었다고 여전히 주장할 수 있었다.

  나중에 이르러 노동조합주의에 대한 관점은 크게 4가지로 분류된다.

  첫 번째로는 자본주의적 생산관계를 수용한다는 것인데, 1890년대에 유럽에서 형성된 가톨릭 노동조합에도 적용된다.

  두 번째로 무정부주의 성향을 띈 노동조합주의는 매우 혁명적이었으며, 투쟁적 계급의식으로 무장된 조합을 자본주의 전복을 위해서 필요하고도 충분한 토대라고 보았다(→생디칼리즘). 실제로 점점 개량주의로 빠져들어가면서 파생된 지배적 입장은 노동조합과 사회민주당은 서로 보완적이지만 뚜렷이 구별되는 자신의 영역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에 유럽의 많은 곳에서는 전국적 조합이 사회-민주적 지도 아래 생겼으며, 20세기로 접어든 뒤 그들은 대부분 자율성을 확립하였다.

  마지막으로 혁명적 마르크스주의적 관점이 있다. 예를 들면 룩셈부르크는 노동조합 활동을 "시지프스의 노동"으로 보았다. 즉 관료적 관리에 의해서 지배되는 조합은 고용이라는 좁은 문제에 사로잡히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노동조합의식"이라는 레닌의 개념과 유사한 경향이 있는데, 양자 모두 조합 안에서 혁명적 전략을 위해서 싸우며, 경제와 정치 사이의 구분을 타파하고, 사회민주당이 이 조정을 지도해야 할 필요성을 주장하였다(=파업).

  1914~18년 사이의 전쟁 동안 유럽에서는 일반 조합원의 공장조직에 기초한 평의회의 대두로 새로운 요인이 마련되었다. 그람시와 같은 마르크스주의자들은 대중으로부터 유리된 조합조직의 보수적이고 관료적 성격을 강조하면서, 공장 평의회의 생명력, 신뢰성, 그리고 혁명적 잠재력으로 맞섰다. 이는 곧 무정부주의적 생디칼리즘적 관점이 확대되는 발판을 마련하였다. 그러나 러시아 혁명은 그 뒤 수십년 동안 노동조합에 대한 마르크스주의자의 태도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러시아 내부에서는 노동자 국가에서 조합의 역할에 대한 논쟁이 1920-1921년 사이에 절정을 이루었는데, 이 시기 노동자의 반대파는 노동조합이 경제관리를 양도받도록 압력을 가했다. 반면에 트로츠키는 노동조합이 국가의 대행기관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하여 레닌의 입장은, 노동조합이 공식적으로는 국가로부터 독립적으로 존재해야 하지만, 정예 당원이 결정적 지도력을 발휘하는 공산주의 학교로 기능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공산당으로부터 대중에로의 전달벨트"로서의 조합이라는, 레닌의 정의가 가지는 논리는 스탈린에 의해서 엄격하게 적용되었다. 당내에서의 승리와 그리고 제1차 5개년 계획이 확립된 뒤, 노동조합의 지도력은 제거되었고, 그들은 생산증대의 대리인으로 변형되었다. 1932년 이런 변화를 승인한 전국노동조합회의는 1949년까지 다시 열리지 못했다. 이 당시 스탈린식 모델의 노동조합주의가 동유럽의 지배적 형태로 되었다.

  서구의 공산당에게는 노동조합 투쟁에 개입하는 것이 중심적 행동영역으로 규정되었다. 중앙지도력을 갖추기 위해서 국제적색노조(RILU)가 코민테른의 주도권 아래 1921년에 조직되었다. 공장조직은 반동적 노동조합 관료주의에 대항하는 세력으로서의 역할을 하였다. 조합과 작업장 안에서 당 세포의 비밀 조직은 이 전략에서 필요한 요소였다.그러나 인민전선의 정치 전략에 위임함으로써 노동조합 운동의 전망은 급격하게 변화되고 말았다. 결국 이 변화는 1937년 국제적색노조의 공식적인 해산을 불러 일으켰다. 국제적 통일성은 1945년 세계노동연맹의 구성으로 간단하게 확보되었지만, 1949년 대부분의 서구 노동조합들은 자유노동조합 국제연합을 만들기 위해서 세계노동연맹에서 탈퇴했다(프랑스와 이탈리아의 공산당 계열 노동조합은 예외였다).

  최근 자유노동조합 국제연합 내에서의 분화, 기존 가톨릭 세계 노동 평의회에서 탈신앙 고백을 향한 움직임의 결과, 그리고 세계노동연맹에서의 유로코뮤니즘의 충격은 냉전적 분열을 약화시켰다. 또 한, 그 시기에 마르크스주의적 이론은 거의 진전되지 못했으며, 다른 마르크스주의자들은 혁명의 매개로서 산업화된 서구에서의 조직된 노동자계급을 평가절하하거나, 또는 일반 조합원 활동의 초기 전략을 다시 되풀이 하는 경향을 보였다.

  결론적으로 노동조합은 보다 더 좋은 환경에서 보다 안정된 근로 활동을 하고 싶은 바람을 노동자 개인의 힘으로는 이루기 어렵기 때문에 노동자들끼리의 결속을 통해 노동자의 권리를 확보하고 신장시켜 나가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노동조합 및 노사관계조정법 제2조 4호에 따르면 노동조합은 "노동자가 주체가 되어 자주적으로 단결하여 근로조건의 유지ㆍ개선 기타 노동자의 경제적ㆍ사회적 지위 향상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조직하는 단체 또는 그 연합단체"를 말한다.

  노동자들이 뭉쳐 노동조합이라는 단체를 조직한다는 데에는 단체 교섭과 경영에 대한 직접적인 참가를 통해 노동자의 근로조건을 향상시킨다는 점에서 경제적 기능의 측면으로 매우 의미있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이 밖에도 노동조합원 상호 부조와 복지향상을 위한 공제적 기능과 국가의 제도 및 정책 등에 대한 노동조합의 참여와 영향력 증대를 위한 정치적 기능도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우리나라뿐 만 아니라 각 나라에서 노동조합의 순기능과 역기능에 대한 논란이 많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논란에 대하여 일반적으로 산업 사회 발전에서 나타나는 갈등의 해소를 위한 여과 장치로서 노사 발전에 역기능보다 순기능이 더 크다고 평가되어지며, 노동조합이 노동자 대표의 의사 대표 기능을 수행하여 이직률을 감소시키고 노동자에게 자기실현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사기를 드높여 생산성 행상에 기여한다고도 보는 것이 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