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스트일레븐 축구기자 오디션 우승했다는 글에 많은 분들이 축하글 남겨주셔서 정말 기쁘고 감사하네요. 여태까지 미션 통과 인증 글만 올렸었는데, 이번엔 결승전에 쓴 글을 한 번 올려보면 좋을 것 같아서 한달 전에 쓴 글을 여기에 올려봅니다. 이미 베스트 일레븐 11월호 잡지를 통해 글을 접하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안 읽어보신 분들을 위해 올립니다. 아직 미숙한 점이 많고, 또 시점이 한달 정도 전에 쓴 글이라서 정보 부분에서 틀린 부분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감안해서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ㅎㅎ
위기의 분데스리가
무엇이 문제인가?
"대외 경쟁력을 잃어가는 분데스리가"
‘1승 2무 9패’ 17/18시즌 분데스리가 팀들의 유럽 대항전 조별리그 성적이다. 바이에른 뮌헨이 챔피언스리그 조별 예선 1라운드에서 상대적 약체
안더레흐트를 상대로 거둔 승리를 제외하고는 승리가 없다. 그나마도 바이에른 뮌헨의 이름값에 어울리지
않는 졸전 끝에 거둔 승리였다. 조별리그 성적뿐만 아니라 예선 성적도 처참하다. 지난시즌 분데스리가 4위를 차지한 호펜하임은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에서
리버풀에게 2패를 당해 유로파리그로 향했고, 지난 시즌 7위를 차지했던 프라이부르크는 유로파리그 3차 예선에서 슬로베니아
리그의 NK 돔잘레에게 합계 스코어 1대2로 패해서 탈락했다. 프라이부르크가 탈락함으로써 분데스리가 팀들은 3년 연속 유로파리그 3차 예선 탈락의 놀라운(?) 기록을 얻게 됐다. 12/13시즌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분데스리가
두 팀이 맞붙은지 4년이 지난 지금, 분데스리가는 2000년대 중반 암흑기에 이어 또 한 번 암흑기의 문턱 앞에 놓여있다. 부진한
유럽 대항전 성적은 자연스럽게 리그 랭킹에도 반영이 되었다. 2017년 10월 기준 UEFA 리그 랭킹은
2위에서 4위로 급락했다. 자국 내에선 기반이
매우 탄탄한 리그이지만 대외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 분데스리가,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분데스리가만이 갖고 있는 제도적 특성과 전술적 특성에서 그 이유를 찾아봤다.
* ‘50+1룰’의 명과 암
- ‘50+1룰’이란?
분데스리가에는 타리그와 차별되는 분데스리가만의 독특한 제도가 존재한다. 바로 ‘50+1룰’이라 불리는 제도이다. ‘50+1룰’은 클럽 자체나 클럽의 팬들이 클럽의 지분 51퍼센트 이상을 보유함으로써 외부 자본의 클럽 소유를 방지하는 제도이다. 물론 예외도 존재한다. 분데스리가 출범 이전 바이엘과 폭스바겐이란 자회사에 의해 창단된 레버쿠젠과 볼프스부르크, 20년 이상 특정 개인이나 기업에게 꾸준히 지원을 받은 호펜하임과 하노버는 ‘50+1’의 예외 대상이다. 분명 기준이 모호한 면도 있지만 ‘50+1’룰은 독일 축구계와 팬들이 가장 지지하는 룰이다. 실제로 2009년에 ‘50+1룰’의 폐지를 두고 1,2부리그 36개 팀들의 투표가 있었고, 결과는 32개팀이 반대하는 것으로 나왔다. 찬성표는 고작 1표였을 정도로 독일 축구계는 ‘50+1룰’을 분데스리가만의 자랑스러운 제도로 생각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독일 축구계가 이토록 ‘50+1룰’을 아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크게 2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첫 번째는 리그의 지나친 상업화를 방지하고 분데스리가를 독일 축구팬들을 위한 리그로 만들 수 있다. 두 번째는 거대 자본을 통한 타 리그 스타 플레이어 영입 대신 유스팀 출신 선수들과 자국 선수들에게 더욱더 기회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표1) 16/17시즌 유럽 4대리그 관중 수 비교
리그 |
프리메라리가 |
프리미어리그 |
세리에 A |
분데스리가 |
1부리그 팀 수 |
20 |
20 |
20 |
18 |
시즌 총 경기 수 |
378경기 |
380경기 |
380경기 |
306경기 |
매진 경기 수 |
8경기 |
30경기 |
18경기 |
148경기 |
평균 경기장 수용 가능 인원 수 |
39259명 |
40308명 |
40335명 |
44593명 |
평균 관중 수 |
28246명 |
35805명 |
22007명 |
41527명 |
표2) 유럽 4대리그 특성 비교
리그 |
프리메라리가 |
프리미어리그 |
세리에 A |
분데스리가 |
평균 연령 |
26.9세 |
27.1세 |
26.2세 |
25.3세 |
자국 선수 비율 |
57% |
32.3% |
46.5% |
47.3% |
현 1군 소속 유스팀 출신 선수 수 |
81명 |
43명 |
81명 |
102명 |
- ‘50+1 룰’의 장점
표1을 보면 ‘50+1룰’의 첫 번째 장점이 잘 나타난다. 외부 자본의 개입을 방지하고 지나친 상업화를 방지하는 기조 덕분에 실제로 다른 유럽 상위리그보다 분데스리가의 표 격이 싸다. 그 덕분에 평균 관중 수도 유럽 4대리그 중 1위이며, 지난 시즌 매진된 경기 수도 총 306경기 중 148경기로 압도적이다. 또한 인프라 투자에도 활발해서 평균 경기장 수용 가능 인원 수도 유럽 4대리그 중 제일 많다. 이처럼 외부 자본에 휘둘리지 않는 대신 자국 축구팬들을 위해 분데스리가가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이어서 표2를 보면 ‘50+1룰’의 두 번째 장점 또한 확인할 수 있다. 현재 분데스리가 1부리그 18개 팀의 1군 소속 유스팀 출신 선수 수는 102명으로서 다른 4대리그 팀들보다 월등히 많다. 분데스리가를 제외한 다른 리그 팀들의 수가 20개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더욱 분데스리가의 유스팀 활용 비중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실제로 평균 연령도 25.3세로 유럽 4대리그 중에 가장 젊은 리그이다. 자국 유스팀 출신 선수들을 많이 기용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자국 선수 비율도 높은 편이다. 1위인 프리메라리가 다음으로 분데스리가의 자국 선수 비율이 두 번째로 높으며, 가장 상업적인 리그인 프리미어리그와 비교했을 때는 무려 15% 이상 차이가 난다. 이처럼 ‘50+1 룰’을 통해 분데스리가는 리그의 내실을 탄탄히 다져왔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이 제도에 대해서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 들어서 역기능들이 나타나고 있고 ‘50+1룰’에 대해서 반대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그렇다면 ‘50+1룰’의 어떤 면이 분데스리가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일까?
- 분데스리가의 대외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50+1룰”
17/18시즌 여름 이적 시장은 말그대로 ‘머니 게임’이었다. 네이마르의 이적료가 3000억원에 육박했고, 97년생의 젊은 유망주 뎀벨레의 이적료도 무려 1400억원이 넘어갔다. 하지만 분데스리가 입장에선 정말 딴 세상 이야기였다. ‘50+1룰’의 제약은 받는 분데스리가는 점점 이적시장의 인플레이션에서 살아남기 힘들어지고 있다. 표3을 보면 이적료 규모 격차가 시즌이 지날수록 점점 더 벌어지고 있음을 알 수가 있다. ‘머니 게임’에서 밀리는 것은 유럽 대항전 성적의 추락과도 직결된다. 우선 첫 번째, 최고의 선수들이 분데스리가에 올 동기가 점점 하락하고 있다. 바이에른 뮌헨 정도를 제외하면 최고 선수들의 주급과 이적료를 감당할 여력이 없다. 두 번째, 강팀들의 전력이 오랫동안 유지되지 못한다. 지난 시즌 분데스리가의 순위표를 보면 레버쿠젠, 샬케, 볼프스부르크 등의 기존 강팀이 추락하고 라이프치히, 호펜하임, 헤르타 베를린 등의 신흥강호들이 상위권을 차지해 유럽 대회에 진출했다. 단순히 지난시즌만의 일이 아니다. 외부 자본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기존 강팀들은 높아진 선수들의 주급을 감당할 수 없게 되고 판매하게 된다. 또한 거품이 낀 이적시장에서 유망주들의 가격조차 높아지면서 마땅한 대체 자원들도 구하지 못하게 된다. 따라서 뮌헨을 제외한 다른 팀들의 전력은 비슷해지고 매시즌마다 돌풍의 팀들이 나타나며 유럽 대회의 경험이 쌓이기도 전에 매번 출전하는 팀들이 바뀌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유럽 대항전의 경험이 부족한 분데스리가 팀들은 결과적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게 된다. 세 번째, 그나마 분데스리가의 버팀목이었던 유망주들도 지키기 어려워졌다. 리그 내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유망주들은 타 리그의 표적이 되고, 해외로 점점 유출되게 된다. 그리고 이런 요인들이 쌓여서 올시즌 분데스리가의 유럽 대항전 부진으로 이어진 것이다. ‘50+1룰’은 분데스리가의 자랑과도 같은 제도였지만 현재는 분데스리가 팀들의 전력강화와 빅클럽으로의 발전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표3) 최근 5시즌별 세계 최고 이적료와 분데스리가 최고 이적료 비교
* 유럽 대항전에서 ‘철퇴’를 맞는 분데스리가의 높은 라인
분데스리가하면 떠오르는 축구는 무엇일까? 바로 높은 라인, 좁은 간격, 강한 압박일 것이다. 강한 피지컬과 킥앤런으로 대표되는 프리미어리그와 다르게 분데스리가는 비교적 약팀들도 높은 라인과 좁은 선수 간격과 통해서 강한 전방압박을 구사한다. 바로 이런 전술적 특성때문에 분데스리가를 좋아하는 축구팬들도 많을 것이다. 분데스리가의 이런 축구 스타일은 실제로 수치로 드러난다. 전방 압박의 강도를 알 수 있는 통계 중 하나가 바로 인터셉트 횟수이다. 표4에는 16/17시즌 유럽 5대리그의 인터셉트 횟수 top10 선수들이 나타나 있다. 보다시피 1위부터 5위까지가 모두 분데스리가 팀 소속 선수들이며 top10 중 무려 6명의 선수가 분데스리가 소속이다. 얼만큼 분데스리가 팀들이 높은 라인에서 상대를 강하게 압박하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분데스리가의 색깔때문에 유럽 대항전 무대에서 상대의 ‘철퇴’에 당하고 있다.
표4) 16/17시즌 경기당 인터셉트 수 top 10 선수
순위 |
선수 이름 |
경기당 인터셉트 수 |
소속팀 |
소속 리그 |
1 |
티아고 알칸타라 |
4.6 |
바이에른 뮌헨 |
분데스리가 |
2 |
조슈아 길라보기 |
4.5 |
볼프스부르크 |
분데스리가 |
3 |
베네딕트 회베데스 |
3.9 |
아우크스부르크 |
분데스리가 |
4 |
다니엘 바이어 |
3.8 |
샬케 04 |
분데스리가 |
5 |
오마르 마스카렐 |
3.8 |
프랑크푸르트 |
분데스리가 |
6 |
예라이 알바레즈 |
3.7 |
아틀레틱 빌바오 |
프리메라리가 |
7 |
커티스 데이비스 |
3.5 |
헐시티 |
프리미어리그 |
8 |
아시에르 이야라멘디 |
3.4 |
레알 소시에다드 |
프리메라리가 |
9 |
야닉 카후자크 |
3.4 |
SC 바스티아 |
리그 1 |
10 |
벤자민 헨리치 |
3.4 |
바이엘 레버쿠젠 |
분데스리가 |
토트넘의 역습에 당하는 도르트문트의 모습과 파리 생제르망의 3톱에 뒷공간을 허용해서 3대0으로 무참히 진 뮌헨의 모습을 다들 기억할 것이다. 유럽의 강팀들만 모이는 챔피언스리그에서도 분데스리가 팀들은 본인들의 전술적 기조를 계속 유지했다. 리그 내 약팀들과 달리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하는 팀들은 단단한 수비와 강력한 역습을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보수적인 운영을 하는 팀들이 최근 몇 시즌간 챔피언스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최근 5시즌내 무려 3번의 우승을 차지한 레알 마드리드도 강팀과의 경기에선 라인을 내려 실리축구를 구사했고, 14/15시즌 트레블을 기록한 바르셀로나조차 뮌헨과의 경기에서는 점유율을 내주며 실리적인 축구를 했다. 이처럼 실리적인 강팀들을 상대로 분데스리가만의 스타일을 고수하는 것은 무모하다. 실제로 리그 내에서 높은 라인과 강한 압박 축구로 유명한 토트넘은 도르트문트와의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1라운드에서 홈경기임에도 불구하고 수비적인 전술 컨셉을 들고 왔다. 낮은 라인 위치에서의 영역 수비를 통해 상대의 공격을 막아냈고, 상대의 실수를 기다렸다. 그 후 빠르고 직선적인 공격 전개로 도르트문트의 넓은 뒷공간을 효과적으로 공략했다. 분데스리가 팀들이 변화없이 리그내 전술 스타일을 유지할 것을 안 포체티노의 실리적 선택이었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유럽 대항전 무대에서의 실리적이고 보수적인 운영을 갖추지 못한다면 유럽 대항전, 그리고 특히 토너먼트 단계에서의 분데스리가 팀들의 고전이 계속 이어질 것이다.
* 점진적 변화가 필요한 분데스리가
물론 현재 분데스리가의 모든 제도와 전술적 성향을 하루아침에 없애고 바꿀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된다면 그 것은 또 다른 문제로 이어질 것이다. 가장 문제인 부분은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본인들의 전통만을 고수하는 방식이다. 언제까지 하던 대로만 할 수는 없다. 세계의 흐름에 맞게, 그리고 상대에 맞게 본인들도 서서히 바뀌어야 한다. 기존의 것들에서 지킬 것은 지키되 시대에 맞지 않는 부분은 버리고, 합리적인 방식을 선택해야한다. 지금 당장 타리그와의 머니 게임에서 이겨서 슈퍼스타들을 분데스리가로 데려올 수는 없다. 하지만 더 이상 기존의 분데스리가 자원들을 타리그에 뺏기지는 않아야 한다. 기존 인프라와 우수한 유스 시스템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선 본인들이 가지고 있는 것들을 유지할 정도의 자본이 필요하다. 그리고 유럽 대항전에서 성적을 거두긴 위해선 가끔씩 본인들의 전술적 철학을 굽힐 필요도 있다. 물론 완전히 다른 스타일의 축구를 할 수는 없지만 경기 컨셉의 조그만 변화 정도는 줘야한다. 아직 늦지 않았다. 2000년대 중반기의 암흑기를 다시 한 번 겪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 분데스리가는 변화해야 한다.
첫댓글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해요 ㅎㅎ
이 긴 글을 3분만에 읽으셨나봐요
@boombap 오래 안걸리든데
원본 글을 복사해서 올리다보니 띄어쓰기가 안된 부분들이 있네요... 죄송합니다... pc 화면으로 보시는걸 추천합니다!
우와!!!! 축하드립니덩!!!! 글 정독했어요ㅋㅋㅋ 근데 표4) 인터셉트 수에서 회베데스가 샬케고 다니엘 바이어가 아우크스인데 바뀐것같네영ㅎㅎ
락싸능력자!! 앞으로도 좋은글 많이 쓰셔서 올려주세요ㅎㅎ 하고싶은 일 하시면서 행복하시길 바라요!!
아 그렇네요 ㅜㅜ 진짜 바뀌었네요... 네네 정말 감사드립니다!
퀄리티가 엄청나내요 ㄷㄷ
감사합니다 ㅎㅎ
와.. 전술분석만 잘하시는 줄알앗더니 리그분석도 말도안되는 퀄리티...!!!
아닙니다 ㅎㅎ 락싸에서 많이 배웠어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넹??
@알라바❤️ 아니요 ㅋㅋ 분데스리가 글이니깐 아니죠. 이 기사 표지 레비였을거에요 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