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섬
최연수
기억은 벽에 걸린 액자 같아서
같은 자리에서 웃거나 엄숙하다
가만 들여다보면 표정까지 낯익다
바람 한 줄 새어나갈 것 같은 오랜 그 길, 인기척을 되짚으면
삽날과 호미날에도 이가 돋아서
허기진 고랑마다 뒤꿈치 갈라진 계절이 보인다
좀처럼 마음을 열어주지 않아서
보이지 않는 질긴 뿌리가 있을 거라 생각한 그 바다
바다야 바다야 너무 세게 불지 마라
파랑 아래의 일은 간절한 소원을 담아
경계 넘는 바다를 뼈대에 묻는다
황홀한 슬픔이 방울져 내렸다고
보름을 살다 갈 여름이 아찔한 공중에서 울었다
매운 눈 훔치는 날들 따라가다 만나는 빈혈 앓는 시간들
뿌리 아닌 것들은 왜 눈시울 붉을까
해안을 딛는 발밑이 눅눅해
채우거나 풀어 젖히는 날씨
웃음 껴입은 날들 좀처럼 없었다고 해도
스웨터에 갇힌 표정을 내밀 듯 웃으며 들어서야 하는 곳이다
과묵함은 늘 선을 긋는지 수평선이 지퍼를 채운다
하품 틀어막은 저녁이 쉽사리 어둠을 신지 않으려 해도
굽이굽이 추억을 불러들인 섬은 목이 쉰다
비릿함 낯익어 사무치는 오동, 이곳은
돌아가고 싶었던 너와 정착하고 싶었던 내가 순간 겹치는 곳
너라는 섬, 나라는 섬, 우리는 섬이어서
생각이 들끓기도 했다
다만 서로에게 점이라 여기지만
우리의 접점은 여기에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