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 가라앉은 무역선에 실렸던 보물의 소유권은 누구한테 있을까?
발견한 사람이 주인일까? 영해국 정부가 주인일까? 아니면 침몰한 선박 선원 소속 국가가 주인일까?
1708년 스페인 군함 산호세호가 보물을 싣고 모국으로 돌아가다 영국해군의 공격을 받고 콜롬비아 북부
항구도시 카르티헤나 앞바다에서 침몰했다. 그 배에 실렸던 보물이 약 170억 달러에 가깝다고 소문이 났다.
그러자 오랜 세월을 두고 많은 사람들이 일확천금을 노리고 이 보물선 탐색에 나섰다.
1981년 어느 미국 수중탐사업체가 이 배를 발견했다고 큰소리쳤다. 이 배에 실린 보물은 자기들 소유라고
주장하며 김칫국부터 마셨다. 그러자 콜롬비아 정부는 자기들 영해 안에서 발견됐으니까 콜롬비아 정부
소유라고 주장했다. 이 소문을 들은 스페인 정부는 산호세호가 스페인 배이고 선원들도 모두 스페인 사람들이니
소유권은 당연히 자기들한테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페루 정부도 나섰다. 보물은 모두 페루 유물이었는데
스페인 군대가 강탈해갔기 때문에 원 소유주는 자기들이라고 주장했다.
일이 이렇게 되자 유네스코에서 문화재 훼손이라며 인양을 못하게 하고 그 선박의 침몰 위치도 정확하지
않다고 했다. 그래서 인양도 못하고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몇 번이나 은닉된 금괴 소동이 있었다. 러일 전쟁 때 울릉도 근해에서 침몰한 러시아 보급선
돈스코이호에 실린 금화를 인양한다고 대대적으로 광고를 하고 투자자를 모집해 사기를 친 일당이 구속된 것으로
알고 있다. 일본군이 철수하면서 가져가지 못하고 묻어두었다는 문현동 금괴 사건도 오래오래 소문만 떠돌았다.
몇 년 전에 우리동네 광안동에 살던 땅부자가 있었는데 이 사람은 광안리 땅값이 오르자 야금야금 논을 팔아
한창 경기가 좋을 때 라스팔마스에서 수산업을 하다 털어먹은 사람이었다. 그 후에도 땅을 팔아 부페식당을 해서
또 물려받은 재산을 까먹었다고 했다. 라스에서 수산업을 하다보니 수대 선배도 몇 명 알고해서 한 동네 살다보니
인사를 나누고 알게 되었다.
내가 수출선에 나갔다가 귀국하니 이 양반이 기생오라비 만난듯이 반가워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이랬다.
"김 기관장, 인자 배 고만타도 되것소. 좋은 일거리가 생겼소. 내가 잘 아는 형님이 있는데 이 분은 보안대 대령출신인데
높은 사람도 마이 알고 브이아이피요. 이 양반이 필리핀 민다나오에 옛날 일본군이 묻어둔 금괴 묻힌 곳을 알게
됐는데 그걸 캐러 갈 예정이요. 그런데 금괴 묻힌 장소가 산골 오지라 전기가 없소. 그래서 발전기를 돌려 전기를
공급해서 발굴기기를 돌려야 한는데 기관장이 할 일은 발전기 담당이요. 발전기 한 대만 돌려주면 되니 크게 신경 쓸
일도 없어요. 그러이 나랑 같이 금괴 캐러 갑시다. 월급은 배 월급만큼 줄 거고 금괴를 캐면 보너스도 통 크게 줄 거요."
나는 속으로 피식 웃고 말았다.
-이 양반은 얼핑이거튼 내보다 더 얼석구나! 싶었다. 설사 금괴를 캤다 해도 그 사실을 알면 고마이 있을 필리핀 넘들이
아니었다. 무슨 죄목으로도 잡아넣고 금괴를 뺏아갈 게 뻔했다. 배를 타면서 필리핀 여러 항구에 수십 번 입항했는데
세관원이나 코스트가드한테 택도 아닌 일로 금품을 뺏기거나 억울하게 벌금을 문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한 번은 마닐라 항에서 크리스마스 이브날 저녁 기관실 부속창고를 털렸는데 도둑놈을 한 놈 잡아 승선한 경비에게
넘겼다. 그런데 이놈이 도둑놈과 한 통속이라 슬쩍 도둑을 놓아주어 도둑놈이 현장을 뛰어넘어 바다에 풍던 뛰어들어
아나 날 잡아 봐라! 하고 약을 올리며 도망을 쳤다. 그래 화가 나서 내가 그 경비녀석 목을 거머쥐었더니 세관원들이
개떼같이 몰려와 '살인라며 미수죄'라며 본부세관 영창에 가두어 버려 아침까지 갇혀 있었다.
나는 단박에 그 제의를 거절했다. 금괴가 나왔다 하면 쥐도 새도 모르게 저승에 갈 수도 있었다. 금괴가 묻힌 곳이
민다나오섬 오지라 했다. 그 브이아피는 일본인을 통해 그 장소를 알게 됐다고 했다.
필리핀 사람들은 일본인들을 아주 경계하기 때문에 자기들은 나설 수 없어 정보를 알려주었다고 했다.
민다나오는 모슬렘계 반군들이 우글거리는 곳이었다. 자금이 부족해 지나가는 선박을 나포하여 해적질도 하는
사나운 놈들이었다. 내가 완강하게 사양하자 그 사람은 날 겁쟁이로 치부하며 다른 기관장을 구했는지 밑반찬을
한 보따리 짊어지고 일확천금이라도 얻을 듯이 꿈에 부풀어 필리핀으로 갔다.
몇 개월 후에 그 사람은 새까맣게 그을린 얼굴로 빼빼로가 되어서 귀국했다. 금괴는커녕 엽전 한닢 구경도 못하고
생고생만 실컷 하고 왔던 것이다. 안 죽고 살아서 돌아온 것만 해도 다행이라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