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첫발 뗀 이승만 초대 대통령 기념관, 화해와 통합의 계기 되길
조선일보
입력 2023.06.30. 03:16업데이트 2023.06.30. 0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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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 대통령 기념관 건립 추진위원회가 발족했다. 정부가 비용 일부를 지원하고 나머지는 국민 성금을 모금해 기념관을 짓기로 했다. 이 전 대통령 서거 58년 만에 비로소 기념관 건립 첫걸음을 뗐다. 지금까지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 기념관이 없었다는 것 자체가 잘못된 일이다. 박정희·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은 모두 기념관이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일생을 독립운동에 바치고 제헌국회 의장으로 대한민국 헌법 제정을 이끌었다. 초대 대통령에 취임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기틀을 잡았다. 이 전 대통령이 당시 유행하던 공산주의 풍조를 거부하지 않았으면 지금의 대한민국은 없다. 6·25 남침에서 나라를 지키고, 거부하는 미국을 설득하고 강권해 기어이 한미동맹을 맺었다. 대한민국 번영의 주춧돌이 놓인 역사적 업적이다. 농지개혁을 결단해 수천년 낡은 체제를 없애고, 지금의 교육제도를 정착시켰으며, 황무지 같던 나라에 원자력연구소를 세웠다. 대한민국은 2차 대전 후 독립한 140여 나라 가운데 산업화와 민주화에 동시에 성공한 유일한 나라다. 그 기틀을 닦은 사람이 이 전 대통령이란 사실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1959년 이승만 대통령이 한국 최초 원자력 연구소 건물 착공식에서 첫 삽을 뜨고 있다. /인터넷 이승만 기념관
이승만 대통령 기념관 건립은 그동안 민주당의 반대로 번번이 좌절됐다. 윤석열 정부가 기념관 건립을 다시 추진하자 민주당은 ‘독재 정치의 부활’이라며 반대했다. 이재명 대표는 성남시장 시절엔 이 전 대통령에 대해 “쓰레기”라며 참배를 거부했지만, 대통령 후보가 되자 묘소를 참배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2015년 야당 대표가 되자 묘소를 참배하고 “모든 역사가 대한민국입니다”라고 했지만 막상 대통령이 되자 이 전 대통령을 철저히 무시했다.
민주당 말대로 이 전 대통령은 집권 연장과 독재라는 분명한 과오가 있다. 역대 대통령 모두가 공과를 갖고 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처럼 위대한 업적을 세우고도 철저하게 잘못만 부각된 지도자도 없을 것이다. 최근 4·19 혁명 주역들이 이 전 대통령의 148번째 생일을 맞아 그의 묘소를 참배하고 “이 전 대통령의 과오뿐 아니라 공을 다시 봐야 한다”고 했다. 이들 중 일부는 기념관 건립 추진위에도 참여했다.
추진위에는 이승만 정부 당시 진보당 사건으로 사형을 당한 조봉암 선생 기념사업회 부회장, 박정희·노태우·김영삼·김대중 등 전직 대통령 아들 4명도 참여했다. 이승만 대통령 기념관 건립은 그 과정 자체가 이 전 대통령의 공과를 국민에게 제대로 알리고, 역사적 화해와 국민 통합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민주당도 여기에 동참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