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기계치다.
평소 잘난 척 하는 꼴로 미루어 믿지 않는 사람들이 더 많은데,
기계와는 별로 친하지 않은 게 사실이다.
절대! 매뉴얼(조작 설명서) 을 읽지 않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러면서 어떻게 컴퓨터를 하냐구?
그저 십 년 이상 귀동냥, 눈동냥으로 간신히 배운 것이다.
컴퓨터보다 더 복잡한 매체가 발명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제발...
카메라를 사면 매뉴얼을 보는 대신 동생이나 친구, 또는 아이들을 괴롭혀서
가장 간단한 몇 가지 조작법만 익히면 그만이다.
사진을 찍을 줄은 알되, 그걸 컴퓨터에 옮기는 건 아직 다 안 된다.
다 안 된다는 건 방법이 기억나면 하고, 잊으면 포기한다는 뜻이다. ㅎㅎㅎ...
복사기, 팩스, 전화만 쓰던 내 직업도 테크놀로지에 편승해, 엄청난 양의 서류를 스캔해서 이메일로 보내게 되었다. 스캔하는 법을 익히느라 사무실 복사기를 붙들고 몇 날 며칠을 씨름했는지 아무도 모를 것이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오날날 혼자 척척 해 내기까지 내가 흘린 눈물 콧물이 얼마던고?
자동차는 더 심하다.
그 큰 쇳덩어리가 내 손으로 움직인다는 사실 만으로도 간간히 소스라치게 무섭다.
바퀴가 4개 있어야 한다는 것 외에는 아는 게 없어, 혹시 바람 빠졌나? 하고 가끔 주저 앉아 들여다 보기 일쑤고, (몇 년 전 펑크난 차를 한없이 몰고 다니다 대형사고 낼 뻔 했다.) 기름 獵� 일이 제일 싫어서 빨리 공기로 가는 차가 나오길 기다리고 있다.
차에 익숙해 지려면 몇 년 간 고생이라 바꾸는 것도 별로 달갑지 않은데 갑자기 공짜 차 한 대가 생겼다. 착한 eastern 을 알아보고 하늘에서 차가 뚝 떨어 졌다. 제부가 자기 아내, 즉 내 동생에게 새 차를 사 주면서 내게도 사 주었던 것이다. 전직이 천사였고 요새는 겨드랑이에서 날개가 돋으려 하고 있다는 제부를 자랑하는 또 하나의 에피소드이다.
어느 날 아침 딜러샵에 불려 갔다.
‘처형, 특별히 좋아하는 모델 있으세요?’
‘저는 빨간 색.’
‘아니, 어떤 모델이 좋으시냐고요? 스타일이랑 옵션도 좀 보시고...’
‘밟아서 가기만 하면 되죠. 이거 좋네요.’
‘너무 작지 않아요? 큰 차로 하시죠. 시운전 해 보실래요?’
‘사람이 작은데 차만 크면 뭐해요? 그냥 이거.’
‘애들 타는 스포츠카인데요.’
‘그럼 저거.’
‘그건 빨간색이 없다는데...’
‘그러니까 이거...빨간색 너무 야한가요? 그럼 진주색.’
그렇게 두 시간 만에 차가 생겼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도무지 차를 몰고 나갈 수가 없는 것이다...
안 이쁘냐구?
아니아니, 지나치게 이쁘다.
캘리포니아 햇빛 아래 반짝이는 무지개 펄도 와우! 이쁘고, 양쪽 눈꼬리 치켜 올라간 궁둥이도 섹시하고, 국화처럼 살이 뻗친 커다란 바퀴도 근사하고, 한 마디로 ‘개발의 편자’ 스럽게 멋있다.
문제는 차가 너무 똑똑한 척을 한다는 거다. 기계면 기계답게 조신하게 사람이 시키는 대로 원하는 대로 다루어져야 마땅할 터인데, 쇳덩어리 주제에 지능을 가진 사이보오그 흉내를 내는 것이다.
‘이리로 가라, 저리로 가라’ 는 이미 애교고,
‘가까운 이탤리 식당 가르쳐 줄까?’ 도 참을 수 있다.
근데 ‘시동도 걸어줄까? 전화도 대신 걸어 줄 게, 넌 그저 말만 해’ 까지는 도저히 못 참겠다.
나는 사람과 기계가 제일 무섭다.
내 맘대로 안되기 때문이다. 설득해야 하는 사람 만나서 얘기하다 보면 어느덧 귀 얇은 내가 ‘그런가? 그렇겠지...?’ 설득 당하고 있다. 감히 싸움을 건 적도 없지만, 해서 이긴 적도 없다. 아들마저 무시한다. ‘엄마는 사람이 포스가 전혀 없어, 절대 사업 할 타입이 아니라니까...’
잘나 빠진 차의 첨단 기능을 대부분 정지시키고 그냥 몰고 다니면서부턴 꽤 안정되었다.
그런데 버티다 버티다 장만한 스마트폰 때문에 내 악전고투가 다시 시작된 참이다.
우선 켜고 끄는 것도 되다가 안되다가,
(왜 내가 터치를 하면 꼼짝을 안하는지...손가락 구조가 이상한 건지, 흑흑...)
애먼 곳으로 전화는 왜 그리 잘 걸려 버리는지...
잘못 걸린 전화 빨리 끊어야하는데 화면이 왜 깜깜하게 꺼져 버튼조차 찾을 수 없는지...
찾아서 아무리 터치! 터치! 해도 왜 작동을 안하는지...
세상에 이런 애물단지, 요물단지가 없다.
다행히 하나 사면 하나 더 주는 행사에서 샀기 때문에 아들아이가 똑같은 걸 갖고 있다. 기계치에다 인간의 포스도 없고 손가락도 이상한 엄마가 가여운지, 날마다 한 가지씩 기능을 훈련 중이다.
‘자아, 이거 터치해 봐, 아니 누르고 있지 말고 살짝 터치만 하라구 터치! ’
‘야단치지 마, 소리 지르지 말라구. 그렇게 하는 데도 안된단 말이야.’
모자 간에 웬수되기 일보직전이다.
이래뵈도 내 친구들 사이에선 ‘테크놀로지 영재’ 인데...
이메일도 하고, 스캔도 하고, 영타 한타도 잘 치고, 드라마나 음악도 다운 받을 줄 알고, 흥, 그걸 저장해서 CD 에 구울 줄도 아는데...
mp3 file 을 mp4 로 바꾸는 거, 사진 뽀샵, 동영상 올리기, 스마트폰 못한다고 구박이라니...
앗, 그러고보니 드라마에 미남배우가 나랑 눈 맞추며 웃는 순간 캡처하는 방법도 역시 잊어 버렸다.
테크놀로지 따라 가다 가랑이 찢어질 이 모진 놈의 세상.
요만큼만 하다 죽을란다.
딸아이에게 푸념을 좀 했었나?
오늘 아침에 딸아이가 보란 듯이 트위터에 올려 놓은 글.
‘한국 50대중 소셜네트워크를 이용하는 사람은 6%뿐이라는데 페이스북 트위터 하는 울엄마는 상위 3%정도 되는듯’
위로하는 게다.
이미 비뚤어진 속좁은 엄마의 답변.
‘뭐가 필요해서 아부떠냐?’
eastern...(^_^)
첫댓글 ㅋ 지는 사람이 기계보다 훨 무섭습니다.
기계는 노력해서 익히면 됩니다.
너무너무 다른 생각 속의 사람..
너무너무 다른 상황 속의 사람..
너무너무 다른 생활 속의 사람..
그들 모두는..
익혀서 되는 게 아닙디다.
삶에 익숙하지 못해 더러 황당한 상황을 접해 본 노년의 아낙이..
늦되이 깨달은 바 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저랑 너무나 다른 .. 저는 뭔 기계든 새로 장만 하면 밤을 새서라도 기어이 복종 시켜서 내껄로 만들고 맙니다, mp-3에 문서를 넣어서 갖고 다니다가 필요하면 꺼내서 보여주니까 사람들이 전혀 영감스럽지 않다고 놀라는 눈치 입니다.
저두 삿갓님과(科)입니다.
복종은 못 시켜도 해부는 합니다요~ ㅋ
반갑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