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여름 휴가를 보내셨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저도 매년 집안 연례행사로 진행하는 <벌초>를 위하여 9월 첫주말 2박3일 일정으로 고향 제주도로 비행할 예정입니다. 물론 휴가차 입도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이른바 "벌초 잠수"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겨우 1년에 한번 입도하는 일인데, 장비가방을 지참하지 않는 다면 아주 섭섭할 것입니다.
금년은 유난히 긴 장마가 아직도 전개되는 것 같습니다. 폭염과 폭우가 번갈아가며 말썽만 일으키고 있습니다. 이런 계절에는 특히 몸조심해야 합니다. 덥다고, 아니면 비가 온다는 핑계로 주저 앉지 마시고, 가볍게 스트레칭이라도 해서 늘 신체를 가벼운 상태로 유지하시기 바랍니다. 또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시고, 보양식으로 입맛을 잃는 일이 없으셨으면 합니다.
2013년 8월 9일(금)자로 "네이버케스트"에 등록된, 여행작가 정은주님의 글을 발췌하여 아래와 같이 소개합니다.
인용 -
제주 물회 열전
여름철 더위를 이겨내는 별미 음식 물회. 싱싱한 횟감에 새콤한 양념장과 제철 채소를 푸짐하게 올리고 시원한 얼음물을 가득 부으면 불볕더위도 두렵지 않다.
제주의 여름, 물회가 최고
물회의 사전적 의미는, '갓 잡아 올린 생선이나 오징어를 날로 잘게 썰어서' 여기에 '파, 마늘, 고촛가루 따위의 양념으로 버무린 다음 물을 부어서 먹는' 음식이다. 주로 바다를 끼고 있는 곳에서 개발된 음식으로, 제주를 비롯해 포항이나 속초 같은 동해안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다.
특히 사면이 바다인 제주도에서 물회는 주요 식재료인 생선이나 해산물을 여름철에도 신선하게 먹을 수 있는 지혜로운 요리법이다. 물회의 주된 양념인 마늘과 식초, 제피잎 등이 살균작용을 하며 식재료의 보존성을 높이고, 식초를 넣은 새콤한 양념장은 더위에 잃어버린 입맛을 되찾아주는 역할도 담당한다. 제주에서 물회가 발달할 수 밖에 없는 이유이다. 지금도 제주에서는 여름이면 어느 식당이나 물회가 가장 큰 인기를 누린다.
전통적인 제주물회는 싱싱한 횟감에 날된장과 보리밥을 발효시켜 만든 쉰다리 식초를 이용해 새콤한 맛이 난다. 기호에 따라 다진 마늘과 풋고추, 제피잎을 넣어 매운 맛을 낸다. 제주식 토장 양념장이 익숙하지 않다면 이 같은 전통 방식의 물회가 다소 비릿할 수도 있다. 더구나 고추장을 넣어 새콤달콤하게 만드는 육지식 물회가 워낙 대중화한 탓에, 요즘은 제주에서도 전통 방식보다 관광객의 입맛에 맞춰 고춧가루와 고추장을 섞어 만든 물회가 더 많은 편이다.
제주물회의 양대 산맥, 자리와 한치물회
제주물회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선이 자리돔이다. 제주에서는 자리물회가 모든 물회를 대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많이 소비되고, 또 많이 잡힌다.
흔히 '자리'라고 불리는 자리돔은 산호초나 암초가 있는 연안에 많이 서식하며 우리나라에서는 제주에서 가장 많이 잡힌다. 여름이 시작되는 5월 부터 8월 까지가 제철인지라 물회에 들어가는 횟감으로는 딱인 셈이다. 큰 것은 어른 손바닥 만큼 하지만, 물회용으로는 손가락 크기의 자잘한 것을 사용한다.
자리물회의 핵심은 자리돔의 머리, 지느러미와 내장을 제거한 후 뼈째로 썰어내는 것이다. 손질한 몸통을 비스듬이 굵게 엇 썰어 식초를 약간 뿌려놓으면 좀 더 새콤한 맛이 배어든다. 그런 다음 상추와 오이, 깻잎 등 제철 채소와 함께 양념장에 버무린 후 찬물을 부어 내놓는데 한 대접 받아들면 먹기도 전에 시원한 기분이 든다. 정신없이 먹다 보면 간혹 꼬리가 통째로 씹히는 경우도 있으니놀라지 말도록. 자리돔은 가시가 좀 억센 편이지만 씹을수록 고소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자리돔은 물회 외에 구이나 젓갈로도 많이 먹는다.
제주물회의 다음 재료는 한치다. 오징어 비슷하게 생겼지만 다리가 짧은게 특징이며, 쫀득하고 담백한 맛 덕분에 인기가 높다. 보통 회나 물회로 가장 많이 먹지만 오징어 처럼 말린 후 구워 먹기도 한다.
한치는 냉동 보관을 해도 맛이 크게 변하지 않아 여름뿐 아니라 사계절 물회로 맛볼 수 있다. 하지만 역시 제철에 잡아 올린 생물로 만든 것이 제맛이다. 한치는 6월 말부터 9월 까지가 제철로 이맘때 제주 밤바다는 환하게 불을 밠힌 어선들로 온통 불야성을 이룬다.
한치물회는 한치 내장과 껍질을 벗겨낸 후 가늘게 채 썰어 자리돔과 마친가지로 아채와 양념장을 곁들여 찬물을 부어 내놓는다. 부드러우면서 쫀쫀한 한치 속살과 아삭아삭 씹히는 채소들이 한데 어우러져 빚어내는 식감이 무척이나 만족스럽다. 게다가 새콤한 국물이 무더위에 빼앗겼던 입맛을 한순간에 되찾아준다. 땡볕 아래 올레길이라도 걸은 뒤라면 물회에 얼음을 동동 띄워달라고 주문하자.
자리돔의 원산지, 보목항과 모슬포
자리와 한치물회는 대중적인 여름철 메뉴로, 웬만한 횟집이나 생선요리를 내놓는 식당이라면 이 두 가지 메뉴를 손쉽게 찾을 수 있다. 그중에서도 자리돔 산지인 보목항과 모슬포 지역에 자리물회를 잘하는 소문난 집이 많다. 이곳 횟집들은 현지인 뿐만 아니라 입소문으로 온 관광객들로 늘 문전성시를 이룬다. 양푼에 뼈째 썬 자리돔과 오이, 상추, 깻잎 등 채소를 푸짐히 담아 내오는데 참기름을 쳐 고소한 물회에 밥 한 공기 말아 먹으면 한 끼 식사로 모자람이 없다.
이 횟집들의 맛의 비결은 무엇보다 싱싱한 재료에 있다. 대부분 당일 바로 잡아 올린 자리돔이 식탁에 올라온다. 매일 갓 잡은 자리돔으로 물회를 만들기 때문에 기상이 좋지 않아 배가 뜨지 못한 날은 아쉽지만 자리물회를 맛 볼 수 없다. 이럴 때는 한치물회로 메뉴를 돌리자. 꿩 대신 닭이지만 한치물회도 엄지를 치켜세울만한 맛을 자랑한다.
별미 소라, 어랭이 및 전복 물회
자리돔과 한치의 인기에는 역부족이지만 간혹 소라물회를 내놓는 집도 있다. 오동통한 소라를 날 것그대로 회를 쳐 채소와 함께 양념장에 무쳐 물을 부어 내놓는데 이 역시 별미다. 오독오독한 식감도 즐겁고, 입 안 가득 번지는 그윽한 바다향이 그만이다. 소라는 제주어로 '구정기(또는 구쟁이)'라고 하니 참고로 알아두자.
제철 생선과 채소를 간단히 찬물에 말아 먹는 '간편식'인 물회는 재료에 따라 일품요리로 변신하기도 한다. 어랭이물회와 전복물회가 대표적이다. 어랭이는 제주에서 많이 잡히는 놀래기과 생선으로 약간 붉은빛을 띤다. 살이 단단하면서 깔끔하고 담백한 맛이 나 물회로 많이 쓰인다. 자로돔이나 한치에 비해 메뉴로 대접받고 있다. 제주에서는 양념장에 토장을 풀어 넣은 새콤하면서도 구수한 어랭이물회를 맛볼 수 있다.
영양만점인 전복을 물회로 내놓는 집도 있다. 전복을 주재료로 삼는 식당들에서는 여라가지 전복메뉴를 갖추고 있지만, 여름철에는 단연 전복물회가 인기다. 전복을 날로 먹지 못나는 이들도 전복물회는 쉽게 즐길 수 있다. 구수한 된장맛과 함께 싱싱한 전복이 지닌 향긋한 내음이 무더위에 잃어버린 식욕을 돋운다.
- 인용 끝*
첫댓글 제주 자리돔물회..최고지요.
털보사장님 샵 물회가 생각나는 여름날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