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일출을 본 것이 어저께인듯한데 후딱 일주일이 지나버렸습니다.
이렇게 빠르게 시간이 흘러가니 옛 성인은 一寸光陰不可經이라고..헛된 인생을 경계했었지요.
중국을 천하통일 한 진시황이 죽자, 중심을 잃은 조정에 실세가 나타났었습니다. 바로 환관 조고(趙高)인데 황제의 유언장을 없애버리고 장자(부소)대신 좀 어리버리한 차남을 왕위에 앉혔습니다. 바로 2대 황제인 호해(胡亥)입니다. 승상 이사(李斯)를 죽이고 승상자리를 꿰 차고는 황제를 손아귀에 쥐고 국사를 마음대로 농락했는데,그것도 성에 차지 않아 기어이 스스로 황제에 오를려고 음모를 꾸몄습니다. 일단 대신들 중 적과 동지를 구분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하루는 조정대신들을 다 불러 모아 놓은 대전에서 황제에게 귀한 명마 한필을 헌상하겠다고 합니다. 황제가 기뻐하여 얼른 들이라 하니 말(馬)이 아닌 사슴(鹿) 한 마리가 들어 옵니다. 황제 왈: 이게 어찌 말이더냐! 황당해 하는데, 조고가 정색을 하고는 이 말은 천하 어디에도 구할 수 없는 명마중에 명마이옵니다. 폐하께서는 어찌 명마를 알아보지 못하시옵니까. 마땅히 여기 모인 모든 대신들에게 한번 물어보심이 가할 줄 아뢰옵니다. 하더랍니다. 대신들은 평소 조고의 위세에 눌려 오래전부터 그쪽에 줄을 넣고 있었는데, 사슴을 말이라 우기는 조고의 주장에 감히 반대를 하지 못하였습니다. 그중 몇몇이 사슴이 맞다고 하였지만, 반대한 이들은 훗날 조고에 의해 전부 멸문지화를 당하였습니다.
이것이 초한지에 나오는 유명한 지록위마(指鹿爲馬) 고사입니다.
작년말 대학교수들이 뽑은 2014년을 결산하며 선정한 사자성어입니다.
마침 작년 갑오년은 청마(靑馬)해였습니다.
원래 2014년 연초에 뽑은 사자성어는 '전미개오(轉迷開悟)'였습니다. 불경에 나오는 용어인데 번뇌의 미혹에서 벗어나 열반의 깨달음을 얻는 마음이라고 합니다. 즉, 속임과 미혹에서 벗어나 세상을 바르게 보자라는 희망과 정도(正道)의 주문이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연말에 이르러 지난 일년을 회고하니 지록위마가 되고 말았다는 안타까움에 이 고사를 인용하였는 듯 합니다.
돌이켜보면, 우리는 국가.사회.가정 할것없이 수십년동안(정부수립후 약 66면동안) 오로지 개발.팽창에 역점을 둔 부의 창조 역사였습니다. 척박한 땅덩어리에 인구밀도만 높아 그렇게라도 개혁.개방을 하지 않았으면 지금의 선진국이 되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삶의 질은 오로지 국부의 팽창에서만 얻을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한쪽을 등한시한 면이 많았습니다. 바로 우리조상들의 정신인 평등사상이 사라졌습니다. 물질적 배금에 따른 차별이 그만 정신적 사상까지 물들여 버렸습니다.
작년 한 해 사회적 최대 화두는 갑을논란이었습니다.
이것은 어느날 그냥 생긴 현상이 아니라 바로 수십년동안 우리나라가 지향해 온 팽창과 배금주의 결과물에 대한 부정적 반대급부로서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차곡차곡 쌓여져 왔던 것이 그제서야 봇 물이 밖으로 터져 나온 시기였을 뿐입니다. 권력자와 일반국민. 사용자와 피사용자. 대기업과 중소기업. 부자와 가난한 자. 모든 사회적 계층에 권력과 부에 따른 물질적 차별이 바벨탑처럼 쌓여져 오는 동안, 정신적.사상 분야는 등한시 해도 너무 무시했었습니다. 이런 현상에 최대로 일조한 것이 바로 교육정책입니다. 어릴때부터의 도덕.사회생활.바른생활...등 인성에 대한 교육은 십년 이십년후의 우리사회를 꾸미는 바로미터가 될 것입니다. 권력과 부의 창출을 위한 기술적 교육의 한계는 바로 인간다운 삶의 질을 담보하기엔 충분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경찰이 아닙니다.왼쪽은 경비원이고 오른쪽은 일반 공무원입니다.출처:CCTV)
중국을 완장과 복장 공화국이라면...
우리나라는 뱃지 공화국이라고 말 할 수 있습니다.
기억하시는 분은 아실것이지만, 20여년전의 중국은 붉은 완장과 황갈색 복장이 갑의 위치에 있었습니다. 단위(單位:회사)의 반장.조장을 위시해서 하다못해 계획생육(計劃生育:가족계획)지도원에 이르기까지 붉은 완장을 차면 어느 누구 덤비지를 못 하였습니다. 경찰 복장은 황갈색인데, 이것은 경찰뿐 아니라 경비원.공무원.군인 다 똑같은 색이었습니다. 청도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오는 톨게이트 수금원들도 황갈색 복장을 했었습니다. 권력의 상징이었지요. 복장에 특별한 제한을 두지 않아서인지 모든 사람들이 황갈색 공안 복장을 선호했었습니다. 그러다 08년 북경올림픽을 앞두고 군인을 제외한 경찰.공무원 등은 남색계통의 환하고 부드러운 색으로 바꾸었습니다.
이들의 횡포가 얼마나 심했으면,그때 중국인들 사이엔 이런 자조적인 말이 유행했었습니다.
"遠看警察, 近看象警察, 仔細看不是警察"
즉,멀리서 보면 경찰이요. 가까이서 보면 경찰 같기도 하고, 자세히 보니 경찰이 아니더라"
우리나라는 일본문화의 영향인지, 학교.회사.공무원.정치인.관료 등...일단 뱃지부터 만들어 답니다. 이것의 원래 목적은 일반인들이 구분하기 쉽도록 같은 조직.같은 일을 하고 있다는 표식이자 그 소속에 대한 자긍심의 상징인데, 세월이 지나면서 패거리 문화의 상징이 되었다가 종래엔 권위의 상징이 되고말았습니다. 자연스럽게 '내가 누군데!' 하는 갑을관계가 이루어 질 수 밖에 없겠습니다.
중국에도 갑을문화가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와는 좀 다릅니다. 그들은 계산적 갑을관계이지만, 우리는 감성적 갑을관계입니다.
인간적 차별과 인격모독은 바로 감정적 갑을에서 나오기에 더 심각합니다.
2015년 새해 대학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는 '정본청원(正本淸源)'이라고 합니다.
즉,근본을 바르게 하고 근원을 맑게 하자는 뜻입니다. 교수님들이라 좀 어려운 화두를 꺼냈습니다.
반면에 중소기업인들이 뽑은 사자성어는 '필사즉생(必死卽生)'이라고 합니다. 새해의 기업활동이 녹녹치 않을것이란 것을 극명하게 표현했습니다. 대기업이던 중소기업이던 죽기를 각오하고 사업에 임해야 겨우 살 수 있다는 마음의 준비가 아니겠습니까? 2위로 선정된 것이 거주양난(居住兩難:떠날지 머무를지 모르겠다). 3위가 속수무책(束手無策:손 쓸 방도가 없다.)이라고 하니 내수던 수출이던.제조던 서비스던...그리 만만하지 않은 한해가 될 듯 합니다.
작년이 갑오년 청마(靑馬)해 였습니다.
전미개오(轉迷開悟)로 시작해서 마지막이 지록위마(指鹿爲馬)로 끝나고 말았습니다만,,
올해 을미년 청양(靑羊)해는...
정본청원(正本淸源)으로 시작을 했으니, 제발 양두구육(羊頭狗肉)으로 끝나지 않기를,,
마음 단디이 먹어야겠습니다^^
첫댓글 번뇌의 미혹에서 깨어나 열반의 깨달음을 얻는 마음..... 세상 번뇌에서 깨어나.... 많은 것을 느끼게 하는
감사한 글이군요..
왜곡된 사회현상에서 탈피하여 올해는 스스로를 찾아가는 한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웃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은 법 이거늘..
올 한해는 어디에 희망을 둘꼬!
건강이 허락하시면,,
좋은글에 마음주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올해도 저희들에게 귀한 삶의 지식을 들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