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미의 효용과 활용법
의식 수준과 생활 수준이 향상되면서 먹거리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꽤 많이 달라졌다. 색소와 화학첨가물을 넣어 보기 좋고 부드럽고 달콤하게 맛을 낸 식품은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가고, 보다 자연적이면서 건강한 음식이 식품매장의 로얄석을 차지해가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스스로 해먹는 음식을 보면 아직 제대로 된 건강식문화는 아닌 듯하다. 음식 중에서 가장 많이 먹는 밥에 대해서는 여전히 하얗게 정제된 찌꺼기(粕)를 주식으로 먹고 있으니 말이다.
대부분의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하면 거의 다 백미밥을 내준다. 대다수 국민의 취향이 백미밥이기 때문이리라. 대전의 모 채식건강식당에서는 현미잡곡밥, 백미밥, 보리밥 등이 있는데, 현미잡곡은 백미밥의 1/3만 해도 늘 남는다고 한다. 한 통계에 따르면 국민들의 현미선호도는 전체의 10%도 못된다고 한다. 만일 백미밥을 내지 않고 현미밥이나 잡곡밥을 낸다면 90%의 손님은 싫어할 것이다. 하지만 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지 모른다. 사람들은 흰밥을 선호하지만 따지고 보면 흰밥은 싸구려 밥이다. 현미잡곡밥은 쌀값도 더 비싸고, 밥하는 시간도 2배 이상 걸리는데다가 평균 식사시간도 길어지기 때문에 값비싼 밥이다. 그리고 이보다 더욱 값어치 있는 이유가 또 있다.
백미의 등장은 상당히 오래되었지만 조선시대에도 아주 귀한 음식으로 취급되었다고 한다. 품이 매우 많이 들고 생산량이 적기 때문에 서민들은 거의 구경하기 힘들고 고위 지도층과 돈 있는 양반들이 즐겨 먹었다. 백미는 임금께 진상하는 음식으로 쓰이면서 어미(御米)라고도 불렀다. 이 때만해도 백미밥은 아주 고가의 밥이었다. 백미의 생산량이 자꾸 늘어나면서 양반들의 주식으로 자리 잡게 되었는데 이로 인해 양반층에서 당뇨병 같은 만성병이 늘면서 수명이 짧아지는 큰 원인이 되었다. 지도층의 체질이 약해지면 자리에 연연하게 되며, 당연히 행동보다 말이 많아지고, 당파 싸움 등의 내분이 더욱 커질 수 밖에 없으리라. 사람은 건강하게 오래살자고 먹고 사는데, 그게 사람을 죽여가고 있으니 따지고 보면 돈주고 사먹을 이유는 도무지 없을 것이다.
현미에는 비타민B1 등의 중요 영양소가 있지만 백미에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중요한 것은 현미는 싹을 틔운다는 것이다. 백미는 싹이 나지 않는다. 바로 이런 것을 보고 천지 차이라고 한다. 생명을 살리느냐 마느냐의 차이이기 때문이다. 근년 현미에서 발견한 아라비녹실란이라는 성분이 있다. 항암작용, 면역작용에 매우 뛰어난 성분으로 인정받아 수십만원짜리의 건강기능식품으로 판매되고 있다. 하지만 현미를 충분히 오랫동안 씹어주면 다 추출되는 성분이다. 그 때문에 어릴때부터 현미식을 해온 사람들은 거의 아토피나 암에 걸리지 않는다. 또한 불필요한 군살이 찌지 않으며 영양의 균형이 맞아서 과식습관이 저절로 없어진다.
사람은 정력과 기력이 풍부해야 활력적이고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 정력(精力)은 어디 다른 데서 얻는 것이 아니라 쌀(米)과 채소(靑)에서 얻어진다. 기력 역시 쌀(米)의 기운(气)으로 얻어진다. 여기서 쌀은 씨눈이 살아있는 음식이고, 푸른채소는 다양한 식물성식품을 가리킨다. 과학이 밝혀낸 바에 의하면 3대 영양소 중에서 탄수화물이야말로 가장 빨리 깨끗하게 에너지를 낸다. 그래서 지구력이 필요한 마라톤 선수들 식사는 탄수화물을 70% 정도 섭취하도록 권장한다.
뜻글자인 한자를 살펴보면 이미 오래전부터 선조들은 쌀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었음을 느끼게 된다. 현미는 쌀겨가 붙어 있는 쌀을 말하는데, 쌀겨 강(糠)을 뜻하는 한자는 쌀 미(米)변에 튼튼할 강(康)으로 이루어져 있다. 현미(玄米)의 현(玄) 자는 오묘하고 아득하다는 뜻과 함께 근원적인 에너지를 갖고 있음을 말한다. 그래서 현묘지도(玄妙之道)는 근원에 이르는 길이고, 현관(玄關)은 원기의 출입이 이루어지는 단전을 말한다. 그리고 찌꺼기를 뜻하는 박(粕)자를 살펴보면 쌀 미(米)변에 흰 백(白)자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기에 흰쌀을 먹는 것은 씨눈과 쌀겨 등 알짜를 모두 없앤 채 찌꺼기만 먹는 것이다. 밥이 보약이라 하지만 백미밥은 보약이 못된다. 원기충전, 정력증강, 활력증진을 하려면 현미(玄米)를 먹어야지 무슨 드링크 먹어서 될 일이 아니다.
그리고 지금은 중금속과 공해 물질이 난무하는 시대이다. 사람들의 모발을 검사해보면 알루미늄, 납, 인, 구리, 수은, 카드뮴 등의 유해 중금속이 적잖이 검출된다. 이런 금속류들은 인체의 기흐름을 막고, 미세한 정신작용에 상당한 장애를 준다. 때문에 성격이 나빠지고, 스스로를 통제하는 힘도 없어지며 기억력상실, 파킨슨병, 치매 같은 불치의 병을 앓게 된다. 현미의 섬유소와 피틴산 등 쌀겨에 많은 미지의 성분들은 인체에 해로운 공해독소들을 거의 대부분 흡착하여 밖으로 내보내는 작용을 한다. 현미밥 100g당 섬유소의 양은 1.3g으로 섬유질이 풍부하다는 콩나물 0.6g, 시금치 0.8g 보다도 더 많다. 여기에다 현미보다 2배로 많은 섬유소를 가진 보리, 4배로 더 많이 가진 콩을 고루 섞어 먹는다면 이런 공해시대를 너끈히 이겨내도록 도와준다. 공해식품을 멀리하는 것은 당연히 좋은 일이지만 제독을 도와주는 식품을 주식으로 먹는 것은 반드시 챙겨야 할 일이다.
현미밥이 건강에 좋다고 그토록 오랫동안 많은 정보가 나돌았건만 일부를 제외하고는 여전히 현미밥을 멀리한다. 이유를 살펴보면 대부분 거칠고 맛이 없고 소화가 잘 되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이것은 현미의 깊은 맛을 몰라서 그런 것이지, 제대로 현미밥의 맛을 아는 사람은 백미밥을 무슨 맛으로 먹느냐고 한다. 현미는 씹으면 씹을수록 깊은 맛과 미지의 영양성분이 우러나온다. 현미가 체질에 안 맞다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현미는 약성이 강하지 않고 음양이 조화로와 체질과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좋다. 다만 소화력이 떨어지는 사람은 오래 씹어주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현미식을 하다보면 건강이 좋아짐은 물론이고 부지불식간 한국인의 심성에 파고든 조급한 성격이 사라지고, 우리겨레의 그 여유로움과, 도를 이루며 살아가는 선비정신을 다시 회복할 수 있게 도와준다.
건강하고 맛있는 현미잡곡밥
① 현미 위주의 자연식을 하는 사람들은 열량을 염두에 두지 않아도 비만이 없다.
② 현미식을 하면 과식증세가 없어지고 노인이 되어도 기력이 쉽사리 떨어지지 않는다.
③ 현미로 밥을 할 때는 여러 가지 잡곡을 갖추어두고 수시로 바꾸어 먹도록 하면 좋다.
④ 현미밥을 할 때는 현미와 현미찹쌀을 반반씩 섞으면 더욱 먹기좋다.
⑤ 여름에는 벌레가 잘 생기기 때문에 냉장고 보관하거나 진공팩을 이용한다.
⑥ 현미잡곡을 맛있게 해먹는데는 압력밥솥이 좋다.
⑦ 그간 백미 먹어온 습관 때문에 어려운 경우 당분간은 흰쌀을 섞어서 밥을 지어본다.
⑧ 최근 시판되고 있는 가정용정미기를 이용하면 즉석에서 현미와 쌀겨를 분리해서 밥을 지어먹을 수 있다. 백미의 부드러움과 쌀겨의 영양을 동시에 취하면서도 먹기도 좋은 것이 장점이다. 하지만 정미하는 일이 번거롭고 씹는 운동이 줄어드는 것이 단점이다.
⑨ 흰쌀은 30분 정도만 불리는 게 좋지만 현미는 두세 시간 이상 불리는 것이 좋고, 저녁에 불려두고 아침에 밥을 짓는 것도 괜찮다. 불린 것을 미리 채반에 건져두면 생기가 살아나 더욱 좋다.
⑩ 콩은 서리콩 외에도 쥐눈이콩, 작두콩, 울타리콩, 강낭콩, 대추밤콩, 청태, 동부, 풋콩, 완두콩 등 여러 가지 콩을 있고, 조금씩 바꾸어가면서 섞으면 좋다.
⑪ 현미가 푸석거리거나 찰기가 부족하다면 윤기가 돌게 하는 현미유 1큰 술을 넣거나, 찰기를 생기게 하는 황설탕을 1작은 술 정도 넣어주면 좋다.
⑫ 압력솥에 밥할 때 충분히 불린 쌀이라면 추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불을 줄여서 가볍게 칙칙거릴 정도로 10분간 가열하고 나서 불을 끈 다음 20분 정도 김이 절로 빠질 때까지 뜸을 들인다.
⑬ 불리지 않고 밥을 할 때는 물을 조금 더 넣고 가열시간을 15분정도로 늘린 후 김이 빠질 때까지 뜸을 들인다.
◆ 비위를 건강하게 하는 현미기장밥
현미 1컵, 현미찹쌀 1컵, 기장 1컵, 노란콩 1/2컵
* 현미와 콩은 전날 저녁 불려두고, 현미찹쌀과 기장은 불리지 않아도 된다.
◆ 심혈관계를 건강하게 도와주는 수수현미밥
현미1컵, 찰현미 1컵, 차수수 1/2컵, 조 1/2컵, 서리태 1/2컵
* 현미와 서리태만 전날 저녁 불려둔다.
◆ 뼈를 튼튼하게 하고 면역력을 강화하는 현미오곡밥
현미1컵, 찰현미 1컵, 보리1/2컵, 차수수1/2컵, 서리태 1/4컵, 흑미 1/4컵, 약간의 소금
* 현미와, 보리, 서리태를 전날 미리 불려두고 나머지는 불리지 않아도 된다.
* 흰쌀을 약간 섞어서 밥을 하면 아이들도 적응하기 쉽다.
◆ 성격을 편안하게 하고 두뇌를 건강하게 하는 현미잡곡밥
현미1컵, 찰현미1컵, 팥1/2컵, 율무 1/3컵, 녹두 1/3컵, 서리태 약간
* 팥은 한번 끓여서 물을 버리고나서 그냥 물에 담가둔다.
* 현미와 율무, 통녹두, 서리태는 전날저녁 불려둔다. 깐녹두는 안 불려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