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학력 위조 사건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유명인사가 학력을 속여서 발표했다고 야단들입니다. 명문대학을 나오지 않았다고 하는 말도 있고, 허위로 학력을 발표하였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미국의 유명대학의 학력을 가지고 대학의 교수로 임용되었는데 배후에 그 임용을 주선한 사람이 누구인지 아주 심각하게 추궁 중에 있다고 합니다. 검찰이 수사를 하고, 본인들이 말하는 것은 변명처럼 들리기도 하고, 사람이 아주 추하게 보인다고 판단하여 그들을 중죄인으로 취급하고 있는 얘기들을 뉴스와 인터넷에서 많이 보게 됩니다. 그들의 말에 공감하고 그들의 학력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큰 배신을 당하여 무척 화가 난 얘기가 여기저기에 가득 합니다.
영국의 황태자비였던 다이애나도 학력과 가난한 집안 출신 때문에 비참해진 사람이었습니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출신 성분과 학력과 명예가 그 사람의 운명을 좌우하는 열쇠가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실력은 있어도 명문학교를 나오지 않았으면 대우를 받지 못하고, 명문가가 아니면 출세를 할 수 없어서 기를 쓰고 명문대학에 들어가려고 하고, 자녀들을 명문대학에 입학시키려고 사교육비가 점점 늘어가고, 공교육은 그 설자리를 잃어버리고 있습니다. 과외를 시키는데 너무 돈이 많이 들어서 살기 힘들고, 과외를 받지 못한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받는 상처는 아주 심각할 지경에 이르고 있습니다.
나는 지방의 야간 대학을 나왔고, 아주 어렵게 직장에 다니면서 공부하였습니다. 그래서 많은 무시를 당하기도 해서 정말 공부하고 싶어서 공부하였지만 삶에서는 별 도움이 되지 못하였습니다. 내가 경영학을 전공하였지만 실제로 경영에 대하여 아는 지식은 거의 없답니다. 박사학위를 받았다고 내가 다른 사람보다 더 아는 것도 없고, 신앙생활에서 도움 되는 것도 없습니다. 내 지식은 사실 자랑할 만한 것이 하나도 없답니다. 학문은 진리를 규명해가는 하나의 과정이고, 학문하는 즐거움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이지만 자랑할 만한 것은 절대로 아닌 것입니다. 논어의 학이편 첫머리에 이런 말이 있지요. 아주 잘 아시는 말이지요.
‘학이시습지 불역열호’ (學而時習之면 不亦說乎아)
‘유붕 자원방래 불역락호’ (有朋이 自遠方來면 不亦樂乎아)
‘인불지이불온 불역군자호’ (人不知而不이면 不亦君子乎아)
[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벗이 먼 곳에서 찾아오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노여워하지 않음이 또한 군자가 아니겠는가?]
학문은 배우고 익히는 기쁨이 있고, 사랑하는 사람이 있고, 그들과 사랑을 나누며, 다른 사람들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노여워하거나 섭섭할 것도 없이, 남이 나를 잘 알게 하기 위하여 학력을 속이고, 나를 드러내려고 한다면 그게 나의 삶에서 무슨 가치를 가지고 있겠습니까? 하느님께서 정말로 원하시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답니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은 무화과나무 아래에 겸손하게 숨어 있는 나타나엘을 만나십니다. 그리고 그 사람에게서 진실을 발견하고, 거짓말 하지 않는 참된 이스라엘 사람이라고 칭찬하십니다. 멀리 있는 그를 아주 쉽게 찾으시고 그가 누군지 분명하게 알고 계신 것은 주님이시니 가능한 것입니다. 그래서 출신성분을 따지지 않고 겸손하고 믿음이 확실한 한 청년을 골라내시고 그의 편견과 그 당시 사회의 고정관념들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그를 도와주십니다. 그의 신앙 고백을 들음으로써 가장 겸손하고 진실한 이스라엘 사람을 만나십니다. 진실한 사람, 거짓이 없는 사람을 알아보시는 분은 주님뿐이십니다. 그리고 그가 참 이스라엘 사람이라고 칭찬해 주십니다. 나는 나타나엘과 같이 겸손하고 거짓이 없고, 진실한 사람인지 생각해봅니다. 내가 주님을 감동시킬 것이 무엇이 있는지 생각해봅니다.
'사위지기사' (士爲知己死)라는 말이 있습니다. “선비는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하여 죽을 수 있다.”는 말이지요. 오늘 복음에서 이스라엘 사람들은 예수님을 받아들이지 않지만 나타나엘은 진심으로 주님을 받아들이고 주님을 위해서 죽을 준비를 합니다. 주님에게는 학력이 통하지 않습니다. 나자렛이란 장사꾼들과 이방인들이 많이 몰려와 사는 지역이라고, 천민들이 사는 곳이라고, 훌륭한 예언자가 나오지 않을 곳이라고 몰아붙일 이유도 없습니다. 주님은 오직 진실하고 거짓이 없는 사람을 가장 훌륭하게 보시는 분이십니다. 하늘나라의 차지는 학력이나 명문가, 박사학위나 교수가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알아야 합니다. 오히려 그것이 걸림돌이 될 수 있음을 깨우쳐야 한답니다. 지식도 주님께서 주시는 은총이고, 겸손도 주님께서 허락하시지 않으면 이룰 수 없는 성덕임을 가슴 깊이 새겨야 합니다. 오직 주님께서는 진실하고 거짓이 없는 사람을 선택하신다는 것을 마음에 새겨 둡니다. 우리의 행실을 보고 우리를 심판하실 것이며, 우리의 진실 된 삶을 보고 우리에게 당신 나라를 허락하실 것입니다. 아주 천진난만한 어린아이처럼 그렇게 살아야 하겠는데 그게 왜 그렇게 어려운지 모릅니다.
나타나엘을 보고, 거짓이 없고, 진실한 사람이라고 말씀하시며 그의 믿음을 받아들이신 주님, 저희도 나타나엘과 같이 처음에는 당신을 의심도 하고, 가끔 의심하는 어리석음을 고백하나이다. 하오나 당신께서는 저희의 학력이나, 출신성분이나 명문대학을 보지 않으시고, 겸손하고 진실하고 솔직함으로 저희를 판단하고 지혜의 성령을 보내주시어 저희가 참된 자녀 되도록 이끌어 주소서. 자비와 사랑의 주님!!
-야고보 아저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