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맛비 속에 찾아온 두 제자
2015년도 때 영훈고등학교를 다녔던 제자 둘이 북촌으로 찾아왔다.
수지와 수영이. 이 두 명은 절친이다. 학생 때부터 티격태격하면서도 떨어져 있지 못하는 아이들. 쉼없는 수다가 이어지는 아이들. 그래서인지 참 오래 가는 친구들. 그래서 나는 이 아이들에게 말했었다.
“너희들은 할머니가 되어서도 이렇게 투닥거릴거야. 절대 못 헤어질거다,”
무엇보다 수영이와 수지는 나를 잘 따랐다. 제자이면서도 동역자 같은 아이들이었다.
왜냐하면 이 아이들이 영훈고를 다닐 때, 학교가 비기독교학교에서 기독교학교로 바뀌는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수영이와 수지는 오래된 기독 동아리 ‘가스펠반’에서 활동했다. 수지는 기독동아리 예배 때나 행사가 있을 때, 주로 건반 반주로 섬겼고, 수영이는 싱어를 맡아서 했다. 그뿐만 아니라, 내가 해야 할 사역을 나눠서 감당해내는 귀한 아이들, 하나님께서 붙여주신 아이들이었다.
수영이와 수지가 고3으로 진급할 때 아이들은 진로에 대해 고민하며 기도했다. 그리고 수지는 결국 신학대학교로 진학해 목회자의 길을 결정했다. 수영이는 그동안 가졌던 교도관의 비전을 접고, 요리사가 되는 길을 택해 사뭇 놀랐지만, 기도하며 걷는 길에 하나님의 인도하심이 있으리라 믿었다. 결국 수영이는 영훈고의 3학년 직업반으로 진급 후, 재학 시절 요리사 자격증을 여러 개 따낸 멋진 학생이 되었다.
“선생님, 저희가 선생님 밥 사드리러 왔어요.”
화요일 재단 예배가 끝나니 이미 오픈아이즈센터 실내로 들어와 있는 아이들의 웃음이 함박꽃 같았다. 장맛비가 오는 가운데서도 선생님을 찾아온 사랑스런 제자들. 나도 함께 즐거워하며 아이들과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북촌 관광지, 맛있는 곳도 많고 볼 곳도 많은 곳이었지만, 다른 때와 달리 장마의 영향인지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다가 반찬이 20가지가 넘는 한식집을 택했다. 수영이는 계속해서 음식을 보고 감탄을 했다. 요리사 수영이가 그렇게까지 탄성을 지르니 음식 맛이 더 좋은 것 같았다. 그렇게 맛있게 식사를 했다.
그리고 옆의 카페에 가서 음료를 마시며 못다한 이야기를 풀었다. 감사하게도 둘다 자신이 하는 일과 사역에 기쁨을 가지고 있었고, 목표도 잘 세워가고 있었다. 둘다 남자친구도 있었고, 미래에 대해 하나하나 생각하는 모습이 참 대견스러웠다.
수영이와 수지를 만날 때는 사진을 참 많이 찍는다. 6개월 전, 겨울에 만났을 때도 예쁜 사진을 많이 남겼었다. 손님이 한 명 있는 카페에서 우리는 카페의 곳곳에서 사진을 찍었다. 셋이서도 찍고 둘씩 찍기도 했다. 그때 손님인 한 여성이 다가오더니 자기가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했다. 구도도 잡아주었다. 우리는 “감사합니다”를 연발하며, 즐겁게 사진을 찍었다.
나는 수영이와 수지를 위해 기도했다. 그리고 지금 살아가는 청년의 때에 하나님의 인도하심이 있기를 기도했다.
수지는 전도사로서 하나님의 영광과 사역을 위해, 수영이는 기도하는 요리사로 주신 은사를 통해 하나님 나라를 확장해가기를 위하여 기도했다.
아래는 헤어진 후 아이들이 보내온 글이다.
“참 좋은 시간이었습니당ㅎㅎ 커피도 너무 맛있었어용 ㅎㅎ 안녕히주무세용.”
“졸업을 하고도 연락드리고 인사드리러 갈 수 있는 선생님이 계셔서 너무 좋아요. 저는 훌륭한 선생님 제자여서 성공한 사람입니당. 앞으로 더 열심히 살아서 선생님 사역에 도움이 되는 제자가 될게용. 항상 건강하세요, 선생님. 안녕히 주무세욤. 뀨^^.”
여름 장마 빗물처럼 흘러내리는 또 한 편의 은혜로운 추억의 기록이 생겼다. 스승은 여러 어려움이 있지만, 그래도 무엇보다 이렇게 성장하는 ‘제자’로 인해 행복한 것 같다.
‘한 번 제자는 영원한 제자, 한 번 스승은 영원한 스승’
빗속을 뚫고 찾아온 사랑스런 수지와 수영이.
이 아이들의 앞길에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가 가득하기를 기도한다. 또한 하루하루 감사하고 기쁜 걸음을 걸어가기를 기도한다.
장맛비 속에 기쁨이 가득한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