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능력시험
엊그제가 24절기 중 스무 번째 절기인 小雪이었습니다. 절기는 속일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살갗에 닿는 바람이 차갑습니다. 오늘은 수능일, 시험장에 나설 자식은 없지만, 조카 중 한 녀석만 남았습니다. 어제저녁 메시지를 보낼까? 생각하다 전화를 했습니다.
음성을 들려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큰아버지와 대화를 하면 좋은 점수를 받는다.’조카들 사이에서 회자한다고 합니다.
독려를 안 해주면 원망 받을까 한편 부담도 있었습니다.
큰아들은 1995년 처음 수능이 실시하던 해 응시했습니다. 당시 나는, 외국 근무 중이라
전화 한 통으로 “나는 너를 믿는다.”라고 부담만 가중했던 것 같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자신이 원하던 대학에 입학할 수 있었답니다.
저요? 평생 수번의 이런저런 시험을 치렀습니다. 하지만 벼락공부이거나 과외 같은 것은 생각할 수도 없었습니다. 그저 주어진 교과서와 참고서, 선생님 말씀을 열심히 듣고 노트에 기록하여 기억했습니다. 지금도 나는, 과외공부를 반대하는 편입니다. 내가 아버지에게 들었고, 말씀을 그대로 인용하여 아들에게 전한 말이 있습니다. “뿌린 대로 거둔다.”
오늘 수능에 임하는 조카에게는 이렇게 말해주었습니다.
“시험장에 들어가기 전 수능을 정의하고 분명한 목표를 세워라. 대학에 입학하여 어떤 학문을 탐구하고 무엇을 이룰 것인가.”말 속에는 두 가지가 숨겨져 있습니다.
첫째, 인생에서 대학만이 가장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것.
둘째, 최종 목표점이 설정되었다면, 낙방해도 도전의 기회를 얻는다는 것.
전화를 마치자마자 막내여동생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오빠, 애가 무슨 말인지 아리송하대요. 무슨 말 하셨어요?” 이렇게 답변했습니다. “덕담이니 신경 쓰지 말라고 해라. 좋은 성적을 받을 것이다. 너도 너무 호들갑떨지 마라. 과잉은 오히려 시험에 해가될 뿐이다.”
네에~ 동생의 말끝에 섭섭함이 풍긴다. 그러거나 말거나 속으로 말했다. “나와 네 아버지의 말씀이 옳다. 뿌린 대로 거둔다.”
진눈깨비가 내리더니 이내 찬비로 바뀝니다. 아이들의 고생을 생각하며 우리나라의 교육정책에 유감을 표합니다. 아울러 지진피해를 입은 수험생들이 안쓰럽습니다. 혹, 자제나 조카 중에 수험생이 있습니까? 좋은 성적으로 밝게 웃는 모습이길 희망합니다.
*회원여러분, 운전에 유의하십시오. 블랙아이스(Black Ice), 외국생활 중에도 듣지 못한 말인데 오늘 뉴스에서 나옵니다. 사전을 찾아보니 그렇듯 하네요. 근데요, 한국말은 없을까요?
첫댓글 瑞雪이 내리는 날, 해헌님 조카님을 포함해서 모든 수험생들 행운이 깃들기를 빕니다.^^
포항 땅이 조용해서 마음이 놓입니다. 수능도 끝나고 첫눈도 내리고, 고 3과 그 가족들이 홀가분한 마음으로 잠시 여유를 부렸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