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전직 대통령이 안타까운 일을 당했다는 것이 분명 기분좋을 일은 아닌 것이 사실이다. 국가적 위신의 문제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국민들의 슬픔이 여태까지 내 마음에 이렇게 거슬렸던 적은 없을 것이다. 이 통곡의 물결이 그의 생애를 놓고 볼 때 과연 정당성이 있는 것일까? 도저히 이성으로서만은 설명할 수 없는 분위기다. 이에 필자는 노대통령의 공과 과를 차분히 둘러봄으로써 우리 중립적이고 대안적이며 합리적인 시선을 유지하고자 하는 카페 회원님들께 작금의 현상에 대해 작은 문제제기를 해보고자 한다.
노대통령은 '좋은 책 추천&서평'코너에 본인이 써놓은 바 대로 민주주의적 이상을 제시하며 젊은 층의 강력한 지지를 받았으나 실제로는 충청권의 표심이 대권쟁취에 결정적 한 몫을 했던 풍운의 정치인이었다. 하지만 그는 대통령에 당선된 후부터 바로 본인이 관리를 해야 할 소위 본인의 '권력기관'들을 포용 및 관리하기는 커녕 각종 마찰과 구설수로 마침내는 대다수의 국민들에게서도 따돌림을 받았고 결국 탄핵까지 받게 된다.
그러나, 탄핵소추안 가결에 따른 범국가적 동정심을 발판으로 그는 재신임과 열린우리당 총선승리라는 커다란 반사이익을 얻게 된다. 그 뒤에 나타난 그의 행보는 더욱 아이러니하다.
근로자들의 노동권을 강화한 것은 큰 수확이겠으나 동시에 비정규직을 대량생산하였으며, 촛불시위를 통해 불거진 반미의식을 전작권 반환과 대선승리라는 결실로 마무리했으나, 이라크파병을 하기도 했다. 또한 한미FTA를 추진함으로써 우리나라 산업정책,경제정책의 자율성의 상당부분을 미국에 내어주는 계기를 만들었고 결국 국가의 주권을 내어줬다는 비판을 받음으로써 그가 추진했던 대미정책의 자주외교적 정당성에 결정적 오점을 남겼다.
경제전체를 무리하게 흔들 정도로 부동산 종부세를 추진하여 경제민주화의 발판을 마련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파트 원가공개는 시장원리에 맡김으로써 여전히 갈등의 불씨는 남겨놓았다.
각종 국가기관을 권력으로 규정하고 비판으로 일관하였으나, 막상 재임중의 공무원 봉급은 대폭적으로 상향조정함으로써 권력의 질은 향상시킴과 동시에 공무원 고시바람을 불러일으켜 노동인력의 합리적 수급을 막았다.
서민이 잘사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했으나 지방균형발전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토건국가의 발판을 마련하였으며, 선택과 집중이라는 명분으로 대기업 수출 위주의 정책을 폈고 이 모두는 내수기반의 극심한 악화와 서민경제의 붕괴로 이어졌다. 또한 바다이야기 같은 오락실사업의 전국적 승인은 결국 바다이야기 연루 의혹을 불러 일으키며 서민경제에 사행심 자극이라는 부정적 영향을 남겼다. 퇴임 후에는 또 어떤가? 정체모를 자금으로 봉하마을에 대기업 총수들이나 묵을 법한 큰 집을 지어놓고 서민과 함께 했다. 막상 그가 잘 살게 하겠다던 서민, 농민, 노동자들은 가난을 비관하고 자살하거나, 그의 정책을 반대하는 시위에서 경찰에 체포되어 비운의 삶을 마감하는 경우가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고인의 경제적 정당성에 의문을 품게 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그 누구보다도 조중동을 권력기관으로 매도할 정도로 언론의 자유를 부르짖었지만, 공공기관의 기자실을 폐쇄하였고, 참여정부라 할 정도로 풀뿌리 민주주의의 확산과 권위주의의 청산에 무게를 실었으나, 정작 본인의 정책을 반대하는 농민,노동자,서민들은 체포,연행 및 구속함으로써 고인 및 고인이 속했던 정당의 진보적, 민주적 정당성에 결정적 오점을 남겼다.
학력차별이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3불정책을 폈는 지 몰라도 사교육비 및 대학등록금 등이 전례없이 상승함으로써 향후 소득양극화와 기회불평등의 결정적 발판을 만들어 놓았다.
김정일과의 정상회담을 통해서 한반도 평화를 증진했다고는 하나 사회 내부적으로는 각종 갈등을 양산함으로써 심지어 자신의 지지층까지도 등을 돌리게 만들었고 결국 20%도 안되는 지지율과 함께 퇴임하였다.
"부정부패한 사람은 패가망신하도록 만들어야 된다"며 역대정권 그 누구보다도 도덕적 우위를 내세웠으나, 10분의 1 발언에 대한 재신임 선언을 피해갔으며, 재임 중에도 장수천 사건 및 바다이야기 등으로 끊임없이 스캔들 시비에 휩싸였고 결국은 그 자신도 권력형 비리에 연루되어 검찰조사에 끌려다니는 신세가 되었다.
서거 전에도 노대통령은 실정에 대한 비판, 및 범국민적 지지율 하락 등에 대해 "현실 정치인으로서, 대통령으로서 어쩔 수 없었다. 거대한 톱니바퀴의 일부일 뿐인 자리이고 그렇게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힘이 많지 않다."고 너스레를 떨며 넘어갔었지만, 스스로의 신념에 맞지 않는 사안은 어떠한 물의를 일으키고서라도 관철을 시킴으로써 역시 대한민국 대통령은 막강한 자리라는 두려움을 낳았다.
이 모든 것이 그에게 얼치기 진보, 얼치기 사회주의자라는 오명을 만든 계기였음에도 불구하고, 고인의 서거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반응이 필자의 뇌리에 집단히스테리로 비칠 정도로처럼 호의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이명박 정부들어 더욱 더 심화된 소득 양극화 및 언론통제가 비기득권 일반국민들 사이에 정치적,경제적 소외감을 불러일으켰고, 이는 고인이 추구했던 연대의 정신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라고 분석된다. 그 향수가 다시금 촛불시위니 집단분향소 방문이니 봉하마을 방문 등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둘째, 그가 대선에 출마할 때부터 유지해 온 서민적 이미지 역시 일반 국민들에게 연대의 향수를 불러왔다고 분석한다. 하지만, 그의 재임시절과 말년을 되돌아 보았을 때, 고인이 정말 서민적이었다고 생각할 수 있는가? 이와 관련하여 고인을 김영삼에게 소개시킴으로써 정계에 입문하도록 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던 김광일 전 비서관의 증언을 들어보면 그는 너무도 없는 집안에서 자라서 그런지 이재(利財)에 무척 밝았다고 한다. 꼭 상고출신이라는 그의 경력을 들먹일 필요조차 없이 그가 판사생활을 8개월만에 접고 세무변호사를 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대충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우리 국민들 특유의 동정심이다. 상대가 아무리 나쁜 사람이라도 약자거나 불의한 일을 당하면 우리 국민들은 일단 동정부터 하고 본다. 고인의 탄핵소추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음을 기억해보자. 매우 좋은 미풍양속임에는 틀림이 없겠지만, 모든 사안에 이런 식으로 반응한다면 각 개인의 미래에 대한 중대한 정치적 결정이라는 선거에서도 과연 합리적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 무척 염려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대체로 고인의 서거에 대한 현재의 국민적 반응은 이렇게 요약될 수 있겠고 특히 이 모든 것이 그의 개인적 매력에서 기인하는 것이라고 볼 때 필자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정말로 비관하지 않을 수 없다. 인간적 매력으로 따지자면 박정희 전대통령도, 전두환 전대통령도 뒤지지 않는 면들도 많으며 히틀러, 밀로셰비치, 모택동 같은 이들은 또 얼마나 더한가?
이는 우리가 대통령 개인의 역량이 아닌 이미지에 의존해 정치적 선택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를 말해주며, 점점 감성적으로 변해가는 우리의 국민성에 많은 시사점을 남겨준다. 특히나 감성적으로 고인을 지지했던 당시 20대, 30대들과 노빠라는 오명을 쓴 노사모들은 이 점을 명확히 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신중히 선택하기보다는 감성적 편의주의에 의존하고자 하는 이 세대들이 앞으로도 본인들이 깔아놓은 가시길들 때문에 본인들은 고사하고라도 국민 전체가 평생을 고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감성적 편의주의는 다시 청계천 복원에 의해 성공이라는 이미지로 포장된 이명박에 대한 무비판적 지지를 낳았고 결국 한나라당 대의원 경선에서 패배한 이명박에게 일반국민 여론의 강력한 지지를 안겨주었다. 이로써 이명박은 대권에 출마할 자격을 얻었으며 BBK 스캔들에도 아랑곳 않고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이성에 의한 신중한 선택보다는 감성이라는 지극히 불완전한 판단도구에 휘둘림으로써 맛봐야할 고통의 끝이 이처럼 허무하고 위험한데도 우리 국민들이 계속 그럴 수 밖에 없다면, 기성세대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그 유명한 문구 "한국사람은 역시 박통,전두환 때처럼 조이는 맛이 있어야 된다"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결국 고인은 국민들이 죽였다는 얘기이다. 그렇기에 아리스토텔레스니 플라톤같은 서양의 철인들은 민주주의가 가져올 중우정치적 가능성을 끔찍히 혐오했으며, 유신정권을 만들기에 앞서 박정희 대통령이 끊임없이 문제삼았던 것도 한국인의 민주적 역량이었다.
그럴 자격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고인의 측근이자 전직 보사부장관 유시민이 아이러니하게도 최근에 후불제 민주주의라는 책을 출간했다. 피와 실천으로 이루어가지 않은 우리의 민주주의가 어떠한 결과를 보이는지를 우리는 역대 총선 및 대선을 통해서 보아왔다. 이제라도 민주주의의 사용료를 후불하지 않고 미리미리 결재하여 다음 대선 및 총선에서는 다시는 과거와 같은 실수를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대통령과 국회의원이 무슨 장사꾼인가? 좀 값싸보이고 싹싹하면 덥석덥석 뽑아주게? 한국인의 오너정신, 그거야말로 정말 값싼 것이 아닐까? 그러기에 한 나라의 정치수준은 그 나라의 국민의식수준과 별반 다를 게 없는 것이다. 콩나물 값은 10원이라도 깎을라고 하면서 대표자는 함부로 뽑아댄다면 우리에게 미래는 없다.
마지막으로, 고인의 죽음에 대해서 필자는 프레시안이라는 진보인터넷신문에 고인의 죽음에 대해 기고한 누구의 말대로 고인때문에 고통받고 자살할 수 밖에 없었던 일반 서민들 및 그 가족들이 고인을 슬퍼하는 것 만큼 슬퍼하고 싶다. 그 이상은 절대로 안되겠다. 절대로!!!
우와~~ 엄청난 댓글이...... 댓글만봐도 논술공부가 되려나요?? 나같이 무식한 놈은 그냥 조용히 글만 읽으면 될듯합니다.ㅎㅎ..^^
댓글 100개 넘어가는건 첨보네요 ㅎㅎ 2쪽까지 읽다가 포기했음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