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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 장성에 갇혀
깊어라 첩첩 산중 수풀은 긴 성 둘러
유곡엔 솜다리가 흰 노루도 본체만체
차라리 숨었더라면 사람냄새 안 날걸
* 장성봉(長城峰 907.8m) 경북 문경, 충북 괴산, 백두대간. 마루금의 허리를 떠받치고 있는 숨은 산이다. 마치 만리장성 안에 갇힌 듯 중첩된 봉으로, 악희봉과 대야산 중간에 앉아있다. 깊은 계곡에는 희귀식물인 ‘솜다리’(에델바이스)가 자라고, 노루는 사람을 봐도 놀라기는커녕, 되레 본척만척한다. 비경은 ‘옷나무골’로 넘어가는 고갯길에서 북쪽 능선과 만나는 지점부터이다. 괴상한 모습의 바위와 노송이 어우러져, 한 폭의 동양화 속에 거닌 듯, 능선을 따라 300m쯤 오르면, 왼쪽 길 아래 4~5개의 석굴이 시야에 들어온다. 10m만 내려서면 굴 내부가 보이는데, 옛날 무진장 캐냈다는 바로 수정광산터다(한국의 산하에서 일부 인용). 이산은 차라리 무명으로 남았더라면 더 좋을 뻔했다.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제 361면.
142. 구왕(九王)은 가고
명산을 빚은 대간 무엇이 아쉬웠나
구색을 맞추려고 암봉 하나 더 낳았지
아홉 룡 서려있는데 청옥구슬 왜 뺏겨
* 구왕봉(九王峰 877m); 충북 괴산, 경북 문경, 백두대간. 청옥보다 멋진 암봉인데, 급경사 암릉지대가 있다. 기상이 좋지 않을 때는 보조 자일을 준비하는 게 좋다. 남동쪽 봉암사 창건 설화에서 비롯된다. 신라 헌강왕 5년(879년) 지증대사가 ‘심충’이라는 사람의 권유로 봉암사 자리를 결정하고, 그 자리에 있던 큰 못을 메울 때, 용이 살고 있었다. 그는 신통력으로 용을 구룡봉으로 쫓았다는 이야기가 전하는데, 그 봉을 구왕봉이라고 부른다. 봉암사에서는 날개봉으로 이름 붙였다. 또 이봉에 매년 소금단지를 묻어 기를 눌러 둔다고 한다. 지름티재가 한가운데 있다.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제 87면.
143. 은일(隱逸)의 산
이만(二萬) 명 피난했지 임진란 옛 이야기
산 홀로 우뚝 솟고 솔나리 활짝 웃어
깊은 골 점입가경에 일일은자(一日隱者) 돼보련
* 이만봉(二萬峰 990m); 충북 괴산, 경북 문경, 백두대간. 옛날 임진왜란 때 이곳 산골짜기로 2만여 가구가 피난해 붙여진 이름이라는 전설과, ‘이만호’라는 이름을 가진 형제가 이곳에 들어와 살기 시작하면서 생긴 이름이라는 이야기가 있으나, 신빙성이 없다. 그냥 산이름 쯤으로 여기면 된다. 어쨌든 식생이 좋아 은자가 살기 적합한 산이나, 자칫 헤매기 쉽다. 1Km 쯤 떨어진 곰틀봉(개미봉)과 착각하기도 한다.
* 흔히 소은은 산야에 숨고, 중은은 저자에 숨으며, 대은은 조정에 숨는다(小隱隱于野 中隱隱于市 大隱隱于朝)고 한다. 백거이의 시 ‘중은’ 참조.(2017. 5. 14 주석 추가)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제 352면.
144. 하얀 꽃 핀 산
겨울에 가지 마오 산명(山名)에 현혹되리
솔바람 불어오면 여름 운해 더 좋은 걸
산정에 피는 하얀 꽃 그가 일러 눈〔雪〕장난
* 백화산(白華山 1,063.5m); 충북 괴산, 경북 문경, 백두대간. 겨울이면 ‘흰 눈꽃 산’이 된다 하여 혹은, 눈 덮인 산봉우리의 모습이 ‘하얀 천을 씌운 것’처럼 보여 붙여진 이름인데, 산세는 동고서저형으로 전망대바위가 그런대로 괜찮다. 부서진 이정표에는 헛개나무 열매가 속절없이 떨어져있다. 들머리인 남서쪽에 분지천이 흐른다.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부제 산음가 산영 1-240(206면). 2018. 6. 25 도서출판 수서원.
145. 누런 학 날아
짙푸른 참나무숲 꿈길을 걷는 낭만
드넓은 억새군락 탐방객 사로잡고
누런 학 유유히 날다 노을 뒤로 사라져
* 황학산(黃鶴山 912.8m) 충북 괴산, 경북 문경, 백두대간. 이화령에서 남진하면 조봉(鳥峰 675m)다음 만나는 산으로, 누런 학이 춤추는 형국이다. 바람이 날리는 억새가 좋아 그렇게 불릴 법하다. 참나무 숲길이 낭만적이지만, 조망이 나쁘다. 서쪽 초입에 안말과 흰두뫼(힌드뫼)가 있다. 같은 대간 마루금인 김천 직지사 뒤 황학산(1,111m)과 혼동된다.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부제 산음가 산영 제1-623번(454면). 2018. 6. 25 도서출판 수서원 발행.
146. 덕 갖춘 수레
억새잎 명검이랴 내 팔뚝 베먹고
칡넝쿨 천하장사 단숨에 안다리걸기
덕 갖춘 수레이건만 성깔 한번 사나워
* 가덕산(駕德山 858m); 경기 가평. 경기 제1봉인 화악산(1,468m)에서 동남쪽으로 뻗어 내린 능선에 솟아있으며, 몽덕산(蒙德山)과 북배산(北培山)의 중간에 자리한다. 정상은 수백평의 억새밭이 펼쳐진다. 방화선이 잘 나있으나, 칡과 잡풀이 많아 하계에는 운행하기 힘들다. 간간이 더덕도 있고, 독사도 눈에 띤다. 여름 산행은 달갑지 않지만, 겨울 산행지로는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체력이 허락한다면, 계관산(鷄冠山)을 포함해 몽가북계(蒙駕北鷄) 4개산 종주를 하는 것도 괜찮다.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부제 산음가 산영 제1-1번(46면). 2018. 6. 25 도서출판 수서원 발행.
147. 산고동 울리면
자드락 편백숲은 안식향 그윽한데
꼭대기 넓은 초지 송신소 덩그러니
산고동 붕 울릴 때면 정맥길이 열려요
* 고동산(高東山 709.4m); 전남 순천 승주, 호남정맥. 송광면 청년회 석비는 ‘나발산’에서 유래되었다고 설명한다. 남서쪽에 고등치(재)가 있는걸 보면 일리가 있기도 하다. 정상일대는 초지이고, 송신소가 있다. 산자락 국유지에는 산림청이 지정한 경제림이 잘 조성되었다.
* 순천서 미인 자랑, 벌교서 주먹 자랑, 여수서 돈 자랑을 하지 말라는 속언이 있다.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부제 산음가 산영 제1-38번(69면). 2018. 6. 25 도서출판 수서원 발행.
148. 충절의 산
봉황볏 닮긴 해도 영락없는 젖무덤
아양 떤 억새밭에 고사목 의연하니
산불이 충절 태웠나 고사리만 무성해
* 백이산(伯夷山 584.3m); 전남 순천, 호남정맥. 봉황을 닮은 산으로, 억새와 고사목이 좋다. 높이에 비해 기상이 당당하고 충성스럽다.
* 졸저 산악시조 제2집 《山窓》 제27쪽 ‘수양산(首陽山)의 기개(氣槪)’ 참조.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부제 산음가 산영 제1-236번(204면). 2018. 6. 25 도서출판 수서원 발행.
149. 다홍치마 산색시
홍치마 둘렀으니 길손은 호기심을
바위에 침 묻혀야 일평생 후회 안 해
미남들 틈새 있어도 눈길 안준 깃대녀(女)
* 치마바위봉(835m); 충북 괴산, 경북 문경. 대간 분기봉(812봉 삼각점)에서 서쪽으로 약 10분 거리의 멋진 암봉이다. 단풍이 아름다우며, 봉과 봉 사이에 끼어있다. 일반등산객은 물론, 마루금 종주꾼도 들르지 않고는 못 배긴다. 한 사람이 겨우 빠져나올 수 있는 가칭 통천문 바위에는 밧줄이 달려있다. 들머리 새터와 계곡이 발달된 치마바위골 쪽으로 여러 개의 등산로가 잘 나있다. ‘치마바위봉’으로 부르기에는 아무래도 자존심이 상했든지, 소나무에 ‘괴산의 명산 깃대봉’으로 표기했다.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부제 산음가 산영 제1-559번(411면). 2018. 6. 25 도서출판 수서원 발행.
150. 마패를 걸고
조령샘 마신 말이 갑자기 멈춰섰네
마루금 동진하나 갈길 몰라 어리둥절
어사여 마패 거세요 지름길도 어렵소
* 마역봉(馬驛峰 925m); 충북 괴산, 경북 문경, 백두대간. 제3관문 북쪽에 있는 중요한 위치의 봉우리다. 마루금은 여기서부터 동진한다. 조령산과 이봉 사이는 말안장처럼 생겼다. 일명 마패봉(馬牌峰)이라 한다. 암행어사 박문수가 관문을 넘다 중간에 쉬면서, 마패를 봉우리에 걸어놓았다 하여 얻은 이름이다. 마역봉에 관한 기록이 처음 등장하는 것은 조선지지자료로, 마문봉(馬問峰)이란 지명이며, 조선지형도에는 마력봉으로 표기하고 있다. 조령샘은 목마른 종주꾼에게 천금같이 귀중한 물이다.
* 인생에 지름길은 없다. 백두대간도 마찬가지...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부제 산음가 산영 제1-163번(156면). 2018. 6. 25 도서출판 수서원 발행.
151. 백금가마솥
암릉길 접어드니 마녀(魔女)가 살짝 귀띔
주맥(主脈)에 비껴 앉아 하마터면 놓칠 뻔
번쩍인 백금가마솥 안 훔치고 배기리
* 부봉(釜峰 935m); 충북 충주, 경북 문경. 대간 갈림길에서 서쪽으로 살짝 비껴 앉은 가마솥이다. 마패봉과 월항삼봉 사이에 있고, 조령천으로 떨어지기 전까지, 6개의 험준한 암봉이 한 줄로 이어져 암릉미의 극치를 보여준다. 암체(岩體)는 제마다 특징이 있으나, 보통 가장 아름다운 제5봉을 일컫는다. 우리는 마루금 종주가 목적이기에 제1봉만 다녀왔다. 바위 위에 자란 소나무가 근사하다.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부제 산음가 산영 제1-163번(225면). 2018. 6. 25 도서출판 수서원 발행.
152. 달덩이 세 개
암봉 셋 전율(戰慄) 만점 정점엔 고송 의젓
대간길 중간 절승 마의태자 놀던 자리
어랍쇼 산삼(山蔘)은 없고 달덩이만 불거져
* 월항삼봉(月項三峰 857m); 충북 충주, 경북 문경, 백두대간. 마의태자의 전설이 깃든 미륵사지와, 삼국시대부터 호서와 영남을 잇는 하늘재를 감싼 아기자기한 명산이다. 달덩이 같은 세 개의 봉우리가 나란히 솟아 三峰으로 부르나, 예전에 산삼이 많이 난다 하여 삼봉(蔘峰)으로도 불렀다. 일명 탄항산(炭項山)이라 한다. 정상은 노송과 괴석으로 어우러지고, 정남으로 주흘산과 마주보고 있다. 하늘재 직전 남쪽으로 흘러들어간 계곡이 아름답다. 서쪽에서 다시 북쪽으로 뻗은 ‘칼바위등길’은 너럭바위, 홈바위, 칼바위 등으로 엮어진 스릴 있는 루트다. 이 일대의 산봉은 남쪽 대간길 중간쯤, 제일의 경승지로 꼽힌다.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부제 산음가 산영 제1-460번(347면). 2018. 6. 25 도서출판 수서원 발행.
153. 먹 눈썹 뽑아
안개가 자욱하니 선경을 방불커다
산길은 꼬불꼬불 복분자(覆盆子) 새큼달큼
먹 눈썹 절묘하고녀 두어 개만 뽑아가
* 대미산(黛眉山 1,115m); 경북 문경, 백두대간. 조선 영조 때 발간된 문경현지에는 이산을 ‘본현제산지조(本懸諸山之祖)’라는 것과 함께, 한문으로 黛美山이라 적은 기록이 나와 있다. 이는 ‘검푸른 눈썹산’으로 풀이되나, 조선환여승람(1936년)에는 퇴계 이황이 大美山으로 지었다고 되어있다. 산길에 풀이 많고 굴곡이 심하다, 20여분 내려가면 오른쪽 아래 70m 거리에 비상시 식수를 구할 수 있는 눈물샘으로 가는 이정표가 있다. 눈썹 밑에서 물이 나와 ‘눈물샘’이라 명명하였다 한다.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부제 산음가 산영 제1-120번(127면). 2018. 6. 25 도서출판 수서원 발행.
154. 송도 암남공원 해벽
해벽길 갈래 많고 오름짓 어려워라
몽긋한 돌출부가 유방으로 보인다니
관음증(觀淫症) 깊어졌구려 바다모기 톡 쏘네
* 송도 암남공원; 부산시 서구 암남동 송도. 천연암장(해벽)이 있고, 풍광이 빼어난 곳이다. 여름에 야영하며 바위를 올랐는데, 밤에는 바다모기가 기승을 부리는 바람에, 잠을 이룰 수 없어 몽롱해진다. 일반모기와 달리, 물리면 발갛게 달아오르고, 몹시 따끔하다. 이 암장은 예전에 통제되었으나, 1996년 3월 해제돼 관할구청인 서구청에서 공원으로 본격 개발했다. 바다를 끼고 작은 산을 이뤄, 울창한 숲 사이로 난 오솔길은 송도해수욕장에서 감천항까지 뛰어난 해안절경이 펼쳐진다. 이곳은 총 3개의 암장이 있으며, 개척한 산악회가 다르다. 대개 한 두 피치로 이어지는 루트들로 1998년 12월부터 1999년 6월까지 약 7개월간 작업 끝에 30여 개의 바위길이 탄생했다. 각 암장은 100여 m씩 간격을 두고 있다. 모두 동쪽을 향하고 있는데, 공원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곳은 ‘거북암’으로, 총 15개의 루트가 있다. 중간부분인 상어암에 11개, 마지막 고래암에 6개 길이 개발되었다. 바닷물이 빠질 때면 거북암과 상어암 사이를 편하게 왕래할 수 있지만, 물이 찼을 때는 신발을 벗고 건너야 한다. 바위 하단부를 끼고 가는 것이 조금 까다로우나, 클라이머들에게는 대체로 무난한 구간이다. 월간 《山》 2015년 7월 제549호 참조.
* 산꾼아! 곁눈질 하지 말고, 오름 짓에 열중하라!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부제 산음가 산영 제1-374번(294면). 2018. 6. 25 도서출판 수서원 발행.
155. 백여우 잡고
풀잎은 바지 적셔 간사한 산중 날씨
머루 다래 익어가는 으슥한 함왕골서
캥캥댄 백여시 잡아 간 빼먹곤 내버려
* 용문산 여우봉 (887.4m) 경기 양평. 지도에 없는 삼거리 봉우리인데, 백운봉과 함왕봉 사이에 있다. 누가 그 남쪽 865봉 소나무에 ‘여우봉’이라는 표지판을 걸어두었다. 안개가 낄 때는 꼭 여우처럼 음산한 기운이 돈다. 서쪽 함왕골로 해서 들머리 사나사로 떨어진다.
* 일순전광자노호(一瞬電光刺老狐); 늙은 여우를 단숨에 베다. 일본 자객의 민비 시해용 칼(히젠토, 肥前刀)로 추정한다. 이 칼은 일본 후쿠오카의 ‘구시다’(櫛田) 신사가 보관중이다. 전체 길이 120㎝에, 칼날 부분이 90㎝이며, 나무로 만든 칼집에 이 글이 새겨져 있다.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부제 산음가 산영 제1-437번(331면). 2018. 6. 25 도서출판 수서원 발행.
156. 포기마다 농심(農心)이
펑퍼짐 고스락엔 신들린 편서풍이
풍요를 심는 산복(山腹) 고랭지 소채밭은
다복솔 고루 자라고 포기마다 농심(農心)이
* 고루포기산(1,238m); 강원 평창 강릉. 백두대간. 태백산맥의 줄기인 해안산맥에 속한다. 북서쪽의 사면은 완경사를 이루어, 한때 대관령스키장이 있었던 곳이기도 하다. 특히 부근 횡계리 일대는 평탄면을 이루어, 지형발달사 연구의 학술적 증거로 채택하기도 한다. 북쪽에 능경봉(1,123m), 동쪽에 서득봉(西得峰 1,052m), 남쪽에 옥녀봉(玉女峰, 1,146m) 등이 솟아있고, 울창한 숲, 초원지대, 야생화가 조화를 이룬다. 서쪽에는 남한강의 지류인 송천(松川)이 감입곡류(嵌入曲流)를 이루며, 남쪽으로 흘러 수하리·대기리·구절리 등을 지나 하안단구(河岸段丘)를 형성한다. 정선군 북면 여량리에 이르러, 임계 쪽에서 흘러온 골지천(骨只川)과 합류하여 조양강(朝陽江)을 이루어, 서쪽으로 흐른다. 산정에 다복솔이 많아 ‘고루포기’란 이름을 얻었다. 남쪽의 피덕령 지역은 생태적으로 안정적이던 삼림지를 벌채하여 경작지로 조성한 곳으로, 15° 이상의 비탈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현재 이 고랭지농업지대는 삼림이 제거되면서, 빗물에 의한 토양침식 문제가 심각하게 나타난다. 강수량이 많고, 바람의 세기가 강하며, 평균기온이 낮아 동결·융해작용이 활발하다.(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서 발췌 수정).
* 본장 1-42(72면0 ‘의산’ 시조 참조.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부제 산음가 산영 제1-41번(71면). 2018. 6. 25 도서출판 수서원 발행.
157. 절 두 번 하니
귀한 손 왔는데도 외딴집 거위 꽥꽥
너구리 덫 걸리고 살무사가 째려보나
절 두 번 공손히 하니 살인미소 보낸 임
* 배향산(拜向山 808m); 강원 횡성 영월. 태백산맥에서 갈라진 차령산맥에 속하는 산으로, 서쪽에 치악산계(雉岳山系)가 솟아 있다. 산의 동쪽에는 태기산(泰岐山 1,261m)에서 발원한 남한강의 지류인 주천강(酒泉江)이 남쪽으로 흐르며, 곳곳에 소규모의 하안단구(河岸段丘)를 형성했다. 조선 태종이 그의 스승인 원천석(元天錫)을 찾아 여기로 왔다가 만나지 못하고, 돌아갈 때 이곳을 향해 망배(望拜)했다 하여, 배향산이라 부르며, 동북쪽 계곡에는 태종대(太宗臺)라는 곳이 있다(가보지 못함). 촌로의 말에 의하면, 단종이 영월로 귀양 갈 때, 강림에서 오다가, 이산이 하도 아름다워 절을 두 번 했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한다. 능선에 덫이 놓여 너구리가 걸려 죽었고, 독사들도 가끔 눈에 띤다. 두산리 외딴집이 들머리이며, 대부분 원점회귀 한다.
* 인욕이대(忍辱而待) 멱주완아(覓珠完鵝) ; 욕됨을 참고 기다리면, 구슬도 찾고, 거위도 완전하다. 세종 때 문신 윤회(尹淮, 1380~?)가 젊은 시절 여관에서, 실제로 있었든 유명한 고사이다. 그는 1432년 왕명으로 신색(申穡)과 함께 팔도지리지(八道地理志)를 편찬했다.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부제 산음가 산영 제1-222(194면). 2018. 6. 25 도서출판 수서원 발행.
158. 검은 용이 노려
빼어난 영강(潁江) 위로 아득히 솟았는데
산정은 뿔난 바위 토끼비리 지킨 요새
폐광길 조심해야 돼 검은 용이 입 벌려
* 어룡산(魚龍山 617m); 경북 문경 마성. 경북 8경중 제1경인 진남교반과 어우러진, 이름에 걸맞게 풍수가 좋은 산이다. 수태극의 명당인 아름다운 영강(潁江)의 서남쪽에 있다. 영남대로(嶺南大路)의 중심지이자, 전란 때 요해처였다. 고모산성, 돌고개 성황당, 토끼비리(土遷, 명승 제31호, 2007.12.17 지정)도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산 여기저기 무너진 탄광 터가 있으므로, 길을 갈 때에는 조심하고, 지정된 등산로를 이탈해서는 안 된다. 거무튀튀한 임도가 잘 나있지만, 간혹 등산로와 헷갈리기도 한다. 대개가 남서쪽에 ‘새머리를 닮은’ 조봉(鳥峰 624m)까지 연결산행을 한다. 검은 룡(黑龍)은 그 자체가 요충을 상징하지만, 여기서는 폐광 갱도(坑道)를 의미한다. 진남교반을 기준으로 북동쪽의 명산인 오정산(烏井山 804m)과 대각선으로 마주한다. 조봉은 이와 산세가 비슷해, 설명을 생략키로 한다.
* 토끼비리에 대한 옛 한시 2수
1) 串岬棧道(관갑잔도)
면곡(綿谷) 어변갑(魚變甲 1380~1434)
設險函關壯(설험함관장); 요새는 함곡관처럼 웅장하고
行難蜀道奇(행난촉도기); 험한 길은 촉나라 길같이 기이하네
顚隮由欲速(전제유욕속); 넘어지는 것은 빨리 가기 때문이오
跼蹐勿言遲(국척물언지); 기어가니 늦다고 꾸짖지는 말게나
2) 串岬棧道(관갑잔도)
사가정(四佳亭) 서거정(徐居正 1420~1488)
屈曲羊腸路(굴곡양장로); 이리저리 굽은 양의 창자 같은 길이
逶迤鳥道寄(위이조도기); 구불구불 에두름은 새가 나는 것처럼 기이하도다 (비슬거릴 위, 든든할 이)
峰巒一一勝(봉만일일승); 산봉우리 하나하나 모두 빼어낫는데
遮莫馬行遲(차막마행지); 가리우고 길이 막혀 말 가기만 더디구나 (출처; 고전문학)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부제 산음가 산영 제1-408번(315면). 2018. 6. 25 도서출판 수서원 발행.
159. 찻잔의 마애불
이른 봄 참꽃산불 지존(至尊)은 우두커니
산물은 졸졸 흘러 징광옹기 채우는데
마애불 정다운 미소 녹차잔에 번지네
* 존제산(尊帝山) 703.8m); 전남 보성 벌교, 호남정맥. 벌교의 진산으로 해발 300m 이상의 고지가 물경 65㎢나 되는 넓은 산지를 형성하고 있다. 남북 이데올로기가 빚어낸 비극의 현장으로 알려진 산이며, 조정래가 쓴 대하소설 《태백산맥》의 중심무대이다. 고려 충렬왕(忠烈王)이 이름을 지었다고 전한다. 일설에는 보성 최고봉인 제암산(帝岩山 807m)을 우러러봐, 그리 부른다고 한다. 옛날에는 존자산(尊者山) 또는 존자산(尊子山)으로 불렀다는 기록이 있다. 산자락 율어면 유신리 천년고찰 일월사(日月寺)에는, 따스한 아침햇살을 머금은 마애여래좌상(보불 제944호)의 미소가 참 아름답다. 동쪽으로 흐른 청정(淸淨) 계류는 징광리(澄光里) 옹기(甕器)가마를 적셔, 유달리 광택이 좋은 그릇을 빚어낸다. 신군부 집권 때 강제로 폐간된 잡지 《뿌리 깊은 나무》의 발행인 故 한창기 선생이 소개한 바 있다. 지금 정상은 헬리포트와 군용시설물이 있다.
* 빙청옥결재차호(氷淸玉潔在茶壺) 얼음처럼 말고 깨끅한 마음이 차(茶) 주전자에 있다.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부제 산음가 산영 제1-504번(375면). 2018. 6. 25 도서출판 수서원 발행.
160. 산을 넘은 범선
임도(林道)는 요리조리 짜증난 잡목가지
마루턱 활공장에 이카루스 선회 비행
격랑이 밀려오거다 흰 범선은 산 넘고
* 주월산(舟越山 558m); 전남 보성. 호남정맥. 옛날 풍양 축두에 정박하고 있던 범선이 대홍수 때, 바닷물에 밀려 이 산을 넘었다는 설화가 있어, 그렇게 부른다. 사방으로 조망이 좋다. 정상 남쪽에 활공장이 들어섰고, ‘착지점(着地點) 동네에 멋진 연리지(連理枝) 느티나무가 있다’라고 소개되었다(맛집 정보검색 인터넷 사진, 2014.8.13). 현지인들은 이산을 ‘정광산’(한자 모름)이라 부르는데, 묘하게도, 경기 용인의 정광산(正光山)에도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이 있다. 임도는 복잡하고, 산길에 잡목구간이 많다.
* 이카루스; 이카로스 (그리스어: Ἴκαρος) 또는, 이카루스(라틴어: Icarus)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인물로, 다이달로스의 아들이다. 아버지가 만든 날개를 달고, 크레타 섬을 탈출할 때 떨어져 죽었다. 이곳이 ‘이카로스의 바다’ 라는 뜻의, ‘이카리아’ 海이다. 이를 발견한 영웅 ‘헤라클레스’가, 그를 묻어주었다고 한다.(위키 백과)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부제 산음가 제 1-512번(380면). 2018. 6. 25 도서출판 수서원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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