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서 있었던 이야기다.
전역하기 3개월 전 짬을 먹을 만큼 먹었던 시기, 야간에 근무가 있던 날이었다.
항상 근무를 설 때면 후임과 함께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때우는데 그날따라 이상하리만큼 잠이 무척 쏟아졌다.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같이 근무 서는 후임한테 "나 잘 테니까 간부 오면 깨워"라고 말한 뒤 총기를 방치하고 방탄을 벗은 채 탁자에 앉아 깊은 잠에 빠졌다.
일의 발단은 여기서부터였다.
어디선가 굵고 화난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잠결에 뭐지 꿈인가... 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때 갑자기 "박도영 병장님, 박도영 병장님" 누군가가 날 깨웠다.
같이 근무 서는 후임이었다.
그때야 모든 상황을 인지하고 얼른 방탄을 쓰고 총기를 들었다.
앞을 보니 대대장님이 계셨다. 나는 머리가 백지상태가 되었고 눈앞이 깜깜해졌다.
대대장 : 야 박도영 근무 중에 뭐하고 있나?
나 : 죄송합니다...
대대장 : 근무 끝나고 진술서 써서 제출해
나 : 네 알겠습니다.
그러고 대대장님이 가시고 정적이 흘렀다.
나는 같이 근무 서는 후임한테 물었다.
나 : 안 깨우고 뭐 했냐?
후임 : 죄송합니다. 깜빡 졸았습니다.
나 : 네가 지금 깜빡 졸 짬이야? 나 때는....
후임 : 죄송합니다...
너무 화가 나서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근무 끝나고 막사에 돌아와 진술서를 작성하고 당직사관한테 제출했다.
다음 날 징계위원회가 열렸다. 이 시기에 본보기를 제대로 보여줘야겠다며 확실하게 처리하라는 대대장님의 지시가 있어 남아있던 휴가 전부 총 11일이나 잘려버렸다.
행복한 말년 휴가를 상상하던 시기에 예상치 못한 사건이 터져 전역할 때까지 계속 부대를 지키게 되었다.
이 일이 있고 난 후 그 후임만 보면 화가 치밀어 그 후임에게 부조리란 부조리는 다하고 전역한 것 같다. 지금 생각하면 다 내 잘못인데 후임한테 너무 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동갑이었는데 ㅎㅎ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