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만 같았던 동유럽 여행을 한 지 어언 1년이 지났네요.
그런데 왠지 아득한 옛날 일처럼 느껴져요.
오늘 문득, 수첩 정리를 하다
슬로바키아 타트라 산맥 작은 마을에서 가져온 꽃들을 발견했어요.
저는 어디든지 여행을 할 때마다
그곳의 꽃을 두꺼운 수첩에 살짝 넣어옵니다.
그리고...
추억이 말라갈 즈음, 그 꽃들도 다 말라 이렇게 내 눈앞에 짜잔! 하고 나타나지요.
이 꽃들을 어디에 쓰냐면요...
제 책을 사랑하는 누군가에게 보낼 때 딱풀로 살짝 붙여 보내기도 하고요.
편지를 쓸 때도 맨 마지막 제 이름 옆에 붙이기도 하지요.
이 꽃들도 아마 자기 고향이 그리울 거예요.
그래서 작년 8월에 썼던 동유럽 5개국 여행기 중 슬로바키아 부분만 떼어왔어요.
부디 이 꽃들이 이렇게라도
고향 하늘과 고향 집들과 그리고 고향 냄새를 맡아볼 수 있었음 하구요.
<아래는 2007년 8월에 쓴 여행기 중, 슬로바키아 부분입니다.>
타트라 산맥이 있는 슬로바키아로....
눈이 많이 오는 동유럽의 집들은 지붕 경사가 무척 가팔랐다.
슬로바키아로 갈수록 웬지 집들이 조금 낡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실제로 GNP가 낮다고 한다)
우리가 배웠던 체코슬로바키아는 지금 체코와 슬로바키아로 나뉘어져 있다.
왜 나뉘어졌을까?(책에서 보니까 1990년 6월 민주정부인 체코슬로바키아 연방공화국으로 거듭나게 되었다는데...그 후에 어떻게 나뉘어졌는지는 안 나와있다)
파란 하늘, 둥둥 떠다니는 하얀 조각구름...
타트라 산맥-1/4은 폴란드 땅이고, 3/4는 슬로바키아 땅이다.
국경에 도착한 것은 오후 4시 30분 경...
여기서 또 다시 느릿느릿 유럽인들의 입국 심사를 받고 목적지인 호텔에 도착한 것은 6시가 조금 넘어서였다.
와, 환상이다!
핑크공주에서 녹색공주가 된 이규희샘은 아무리 봐도 유럽에 어울리는 여자다.
우리는 입을 쩍 벌리고 멀리 보이는 타트라 산맥을 구성하고 있는 작은 봉우리들을 바라보았다.
호텔 또한 환상이다.
타트라 산맥의 최고봉은 2655m, 2400m 이상인 봉우리가 5개나 된다고 한다.
우리가 머물 호텔은 해발 890-900m에 위치하고 있다.
아름다운 산악도시 타트라에서의 1박은 영원히 우리 가슴에 남을 것이다.
동계스포츠(스키)와 산악 스포츠(자전거 하이킹, 트래킹)의 천국인 타트라...
거리 그 자체가 예술이다. 예쁜 가게들이 늘어선 타트라의 거리...
저녁을 먹고 서둘러 기념품점으로 향했으나 야속하게도 모두 문을 닫았다.
이 사람들은 정시에 문을 열고 정시에 문을 닫는다.(오전9시~오후6시)
우리 나라 사람들 같으면 관광객이 원한다면 밤새도록이라도 문을 열고 물건을 팔 텐데....
이 모든 것이 사회복지가 잘 된 탓 아니겠는가.
이 날 저녁 와인을 마시려고 모인 사람들은 바로 이렇다
우리 삼남매(타칭), 대한항공에 근무하신다는 용띠 부부(용띠 이규희샘은 이 날 3용회를 결성하였다)
진주에서 올라왔다는 예쁜 유치원 교사 4명.
이상하게도 혼자서, 그것도 패키지로 여행왔다는 24살 총각 치호..
그리고 박신식 샘의 룸메이트로 무거운 카메라 가방 두 개를 들고 땀을 뻘뻘 흘리고 다니는 박기자.
모두 11명...축구팀을 결성할 수 있는 숫자다.
와인을 그냥 사서 마시는 것보다는 게임을 해서 마시는 게 낫겠다는 우리들의 꾀임에 빠진 8명의 여행객들...
박신식샘은 많이 해본 솜씨를 발휘해 잽싸게 사다리 게임판을 만들었다.
와인 1병, 와인 2병, 안주...그리고 꽝! 여기서 꽝은 그냥 얻어먹는 꽝, 아주아주 좋은 꽝이다.
우리는 사실 어린 유치원 교사나 24살 총각에게 와인을 얻어먹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런데 맙소사....
어린 그들이 와인을 사게 되고, 안주를 사게 되고...
깔깔 웃으며 사다리게임을 하고 치즈를 안주 삼아 와인을 마시는 동안
타트라 산맥의 어느 작은 산골 마을 '비소케 타트라'의 밤은 깊어만 갔다.
아침에 일어나 산보를 하는 동안 눈을 즐겁게 한 건..바로 요 작은 꽃들이었다.
사람 못지 않게 행복한 이 꽃들...
가을로 접어드는데도 꽃을 피우는 민들레.
깨끗한 공기, 맑은 하늘, 예쁜 꽃들...
이곳이 바로 천국이요, 무릉도원이다.
박신식 샘은 우리보다 더 일찍 일어나 타트라 산맥의 한 작은 봉우리를 정복하고 돌아왔다.
부지런한 새가 벌레를 잡아먹는다고 했다.
동화의 씨앗 하나를 품고 온 그의 얼굴이 반짝였다.
언젠가 그 씨....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겠지.(부럽다!)
안녕, 비소케 타트라여.
너를 영원히 잊지 않으마.
언제 이곳을 다시 올 날이 있을까?
첫댓글 우와, 멀리 여행온 압화들, 색깔도 곱게 말라서 타트라 산맥을 그리워하기에 충분하겠어요
저도 필리핀에서 갸져온것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