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네의 시집 《노래의 책》 중 〈서정적 간주곡〉 편에 실린 65개의 시 중에서
16개의 시를 발췌하여 곡을 붙인 슈만의 가곡집 <시인의 사랑> 을
이안 보스트리지가 소규모 관객 앞에서 노래하고 인터뷰까지 하는 공연이었다
오늘 공연의 인터뷰 중 인상적이었던 워딩이 있었다
하이네는 작품의 표제를 <노래의 책>, <서정적 간주곡> 이라 명명, 문학을 음악으로 승화시키고
슈만은 그 문학을 텍스트로 음악으로 만들면서 <시인의 사랑>이라 덧붙인다
문학과 음악의 소통이자 변주이며
사랑에 대한 시인의 해석과 음악가의 해석이 공존하는 아이러니
그것이 바로 슈만의 가곡 <시인의 사랑> 이라는 말이었다
인터뷰어는 이안에게 질문한다
그렇다면 이 가곡 <시인의 사랑> 중에 하이네의 해석에 슈만이 가장 동의하는 것 같은 곡은 어느 곡이고
슈만이 하이네의 해석과는 다른 해석의 면모를 가장 잘 보여주는 곡은 어디인지 묻는다
이 대목에서 통역자가 인터뷰어의 의도를 백프로 전달하지 못해서
이안의 답은 본인은 너무도 슈만에게 동의한다 라는 취지의 답변이었다
좀 아쉬운 대목이었다 질문자가 물어 본 질문의 대한 좀 더 구체적인 이안의 대답이 궁금했는데
공연은 제1곡부터 16곡까지 한편의 드라마를 이안이라는 배우가 마치 인생의 모든 풍파를 겪어내듯이
무대라는 작은 공간에서 기승전결 드라마를 차곡차곡 빌드업시킨다
언젠가 이안이 한 얘기가 <시인의 사랑>은 청년의 사랑의 시작과 고뇌, 종말을 그려낸다기보다는
이제 인생을 다 살아본 나이에 도달한 이가 자신의 청춘의 떨림, 좌절, 그리고 수용을 보여주는 곡이라는 해석이
오늘 공연에 더없이 들어맞았다
지난 번 말러 가곡 공연 때 이미 느꼈지만 이안 보스트리지는 이제 그저 성악가, 가수가 아닌
작품의 드라마를 해석하고 그의 견해를 넣어 재구성해서 관객에게
시각적, 청각적, 감각적 모든 요소를 흔들어 쏟아 놓는 크리에이터이다
그리고 그의 음성은 젊은 시절 음반 속의 맑고 아름다운 보컬을 넘어서서
한소절 한소절이, 한호흡 한호흡이 구강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온 몸을 관통해서 골수까지 다 갈아넣은 듯한 혼이 담긴 소리였다
P. S. 신영체임버홀의 가장 큰 장점은 연주자와 정말 근거리에서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인데
많은 공연들이 또 다양한 컨쎕으로 진행되는 요즘, 신영의 Meet the Artist 방식의 공연은 극호이지만
인터뷰어의 역량이 전체 공연의 완성도에 영향을 주는 편이다
오늘 공연에서는 인터뷰어는 훌륭했는데 인터뷰어가 깊이있는 질문을 준비했어도
통역자가 그걸 다 전달해내지 못해서 연주자의 답변이 약간 동문서답이 되었다
인터뷰어가 통역자의 매개없이 직접 인터뷰했다면(할 수 있었다면) 관객은 연주자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신영체임버홀은 좌석지정이 없어서 무조건 선착순이다 7시 30분 공연이라면 6시 50분부터 입장오픈인데 입장 전 벌써 줄을 쭈욱 선다 즉 일찍 와야 좋은 자리를 잡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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