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장애’라는 단어는 대개 두 가지로 구분되어 사용되는 듯 합니다. 병원이나 치료 기관에서 사용하는 전문 용어는 대부분 공식적으로 번역된 용어를 선택하며, 일부 번역이 공식화 되어 있지는 않는 용어는 그동안 관습적으로 사용하던 용어를 쓰게 됩니다.
1. 첫 번째의 경우는, 영구적인 후유증을 남기는 심각한 문제로 장애인복지법 시행 규칙에 있는 ‘장애등급 판정기준’에 따라 장애 등록과 관련하여 사용합니다.
대부분의 부모님들이 장애라는 단어를 듣는다면, 장애 등록과 관련하여 중증의 심각한 장해를 연상하는 경우가 많은 듯 합니다. 그러므로, ‘장애’라는 단어에 대한 부모님들의 반응이 매우 예민할 때가 많습니다.
2. 두 번째로는, 미국 정신의학회에서 발간한 DSM-IV에서는 정신과 질환의 용어를 거의 예외없이 ‘disorder’로 바꾸었습니다. 예를 들면, 과거에는 Asperger’s syndrome으로 불렸지만, DSM-IV에서는 공식적으로 Asperger’s disorder로 바뀌었습니다. 또한, 과거에는 정신분열증으로 불리었으나, 요새는 정신분열 장애라고 공식적으로 번역하고 있습니다.
장애 등록과는 전혀 상관이 없지만,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 학습장애 (Learning Disorder), 강박장애 (Obsessive-Compulsive Disorder) 등의 정신과적 질환이 “~~ 장애”의 식으로 불리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자녀가 진단을 받은 지 오래되어, 병원에 꾸준히 다니면서 진료를 받아보면, 장애가 두 가지 다른 의미로 사용된다는 점을 점차로 인식하게 됩니다.
그러나, 자녀가 진단을 처음으로 받은 부모님들은 장애라는 단어가 주는 뉘앙스에 불쾌해 하거나 때로는 당혹해 합니다. ‘아스퍼거 증후군 가족 모임’ 네이버 카페에서 이러한 상황에 대한 부모님들의 감정들이 자주 표현되는 듯 합니다.
또한, ‘disorder’와 ‘disability’의 단어가 둘 다 한글로는 ‘장애’라고 번역이 됩니다. 이 또한 혼동의 요인이 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사용하는 ‘장애’라는 단어는 미국에서 만든 진단체계를 번역하는 과정에서 선택된 공식적인 용어로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 그러면, Asperger’s syndrome 또는 Asperger’s disorder (아스퍼거 증후군 또는 아스퍼거 장애)와 비언어성 학습장애 (Non-verbal Learning Disability)를 중심으로 ‘장애’라는 단어의 사용에 대하여 생각해 보기로 하지요.
신박이 전형적인 아스퍼거 증후군이라고 하는 경우는,
i) 아스퍼거 증후군의 특징적인 임상 양상을 보여야 한다. ii) 어려서 언어 및 인지기능 발달의 지연이 없어야 한다. iii) 지능 검사 결과 동작성 지능이 언어성 지능에 비하여 의미있게 떨어지는 소견을 보인다.
위의 3 가지 조건을 동시에 보인다면, 전형적인 아스퍼거 증후군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이러한 경우는 첫 번째의 경우인 장애 등록과 관련하여 영구적인 장해가 남을 수 있는 ‘장애’로 이해하여야 하겠습니다. 이것이 아스퍼거 증후군의 진단이 엄격하게 내려져야 하는 중요한 이유들 중 하나입니다. 부모님도 자녀가 전형적인 아스퍼거 증후군으로 진단이 되면, 오랜 시간 동안 치료와 중재가 이루어져야 하므로, 부모님은 현실적으로 자녀의 미래와 행복을 위해 무엇이 최선인가를 진지하게, 그리고 합리적으로 고민하여야 하리라 생각합니다.
현재 장애등급 판정기준에 의하면, 발달장애는 전반적 발달장애(자폐증)이 확실해진 시점에 진단을 주도록 되어 있습니다. 특히, 발달장애 3급은 ICD-10 (WHO 제정) 진단기준에 의한 전반적 발달장애(자폐증)로, 지능지수가 71 이상인 경우에 주도록 되어 있습니다.
아스퍼거 증후군은 진단적으로 전반적 발달장애에 해당하는 장애들 중 하나로 고기능 발달장애 (IQ 71 이상)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전형적인 자폐스펙트럼장애는 아니지만, 고기능의 전반적인 발달장애의 범주에 속하는 장애로 보아 발달장애 3급을 주고 있습니다.
참고적으로, 아스퍼거 증후군이나 고기능 자폐증에 해당되는 남자 환자는 미리 장애등급을 받고 병원에서 정기적으로 꾸준하게 진료를 받는 것이 필요하리라 생각합니다.
만약 자녀가 비언어성 학습장애라고 진단을 받는다면, 이는 장애등록과는 관련이 없는 두 번째의 경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비언어성 학습장애는 (영어로 ‘disability’ 이거나, 또는 ‘disorder’이든지) 뇌의 발달과정에서 보이는 인지기능, 그리고 사회성의 발달과 연관된 정신과적 문제들 입니다. 아스퍼거 증후군에 비하여 당연히 예후가 상대적으로 양호할 것이며, 대부분의 경우에는 향후 결혼을 하거나 직업을 구하여 사회생활을 하는 데 있어 심각한 후유증은 없으리라 예상됩니다.
부모님들이 원하든, 원치 않든, 공식적인 진단 용어로 사용되고 있으며, 병원을 방문하면, 의사들이 ‘~~ 장애’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을 자주 듣게 됩니다.
소아정신과 의사들이 ‘~~ 장애’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하여, 의사들이 비인간적이거나 부모의 입장을 배려하지 못한다고 생각하지 마시고, 자녀의 문제를 의학적으로 진단하는 과정에서 사용되는 공식적인 용어로 이해해 주시면 대단히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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