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이도 너머로 지는 해가 아름다운 '자산어보' 촬영지
신안군에는 무려 1,000개가 넘는 섬들이 있다. 그중에서 비금도, 도초도는 오랫동안 신안의 섬 관광을 주도해 온 절대 강자였다.
신예 섬들이 인프라를 갖추고 새로운 여행지로 주목받고 있는 요즈음, 문득 두 섬의 묵직한 매력을 찾아 떠나 보고 싶어졌다.
가산선착장은 비금도 여행의 시작점이다
뭐니 뭐니 해도
비금도
목포항에서 54km 거리에 있는 비금도는 해안선 길이만 약 132km에 이른다. 13개의 마을에서 3,500여 명의 주민이 살아가는, 규모가
큰 섬이다. 1996년 서남문대교가 개통되면서 도초도와는 같은 생활권이 되었다.
옛 비금 대광초등학교를 리모델링해 세워진 이세돌바둑기념관
비금도 3대 자랑거리
비금도 3대 자랑거리를 꼽으라면 천일염, 섬초 그리고 바둑기사 이세돌이다. 섬에 발을 디디면 제일 먼저 광활한 염전을 만난다.
비금도는 해방 후 최초로 천일염 생산에 성공한 섬이며 현재도 전국 천일염의 5%가 이곳에서 출하된다. 1948년 주민들이 조합을 만들어
조성했던 대동염전은 등록문화재(362호)로 지정되어 있다.
또한,
이곳은 전국 최대의 시금치 재배지역이다. 섬초는 비금도 시금치의 상표다. 한겨울 강한 해풍을 견디기 위해 섬초는 땅바닥에 납작하게
붙어 자라는데, 잎이 두껍고 맛이 달아 비싼 가격에 팔린다.
비금도
출신인 바둑기사 이세돌도 비금도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다. 섬 주민들의 자부심과 긍지로 세워진 '이세돌바둑기념관'은 바둑 애호가
들에게 성지로 군림 중이다.
바람이 부는 대로 백사장의 모습이 변화하는 비금도 명사십리해변
넘버원 여름 피서지, 명사십리해변
비금도에는 바다와 산을 잇는 명소들이 차고 넘친다. 명사십리해변이 대표적이다. 3.5km에 달하는 광활한 백사장과 해변을 둘러싼 경치가
아름다워 일찌감치 명사십리해변은 여름 피서지로 이름을 떨쳐 왔다. 모래의 질이 고우면서 단단해 차량을 가지고 들어가도 바퀴가 빠질
염려가 없다. 명사십리에는 위락시설이 부족하지만, 좌측으로 이어진 원평해변 주변으로 펜션 민박 등이 잘 갖춰져 있어 머물고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다.
하트전망대는 비금도의 또 다른 명소다
하늬바람이 부는, 하트해변
하트해변의 본래 이름은 '하누넘'으로 하늬바람이 넘어오는 곳이란 뜻인데, 고개에서 바라보면 바다와 마주한 해안의 굴곡이 영락없이
하트 모양이라 하트해변으로 불린다. 고갯길에 설치된 하트 전망대는 비금도에서 가장 핫한 포토 스폿으로 꼽힌다. 전망대에서 인증숏을
찍고 내려가 하트해변의 낙조까지 촬영했다면 비금도 여행에 그 이상 더할 것은 없다.
하늬바람을 막기 위해 쌓은 내월 우실은 400년 전에 축조되었다
섬 산을 걷는 즐거움, 비금도 등산로
비금도 여행객의 대다수는 산을 걷기 위해 섬을 찾아온다. 그만큼 등산로는 단단하게 정비되어 있으며 숲과 능선 그리고 데크 구간이
어우러져 오르는 내내 지루할 틈이 없다. 선왕산 정상에 서면 하트해변의 오롯한 전경이, 그림산에서는 염전과 섬초밭 그리고 안좌도,
수치도, 노대도 등 주변 섬들의 모습이 내려다보인다.
절묘한 침식지형을 자랑하는 우세도 북쪽 해안
오지 캠핑 계획하세요? 무인도 우세도
비금도 원평해변 바로 앞에 있는 섬으로 현재는 사람이 살지 않는 무인도다. 섬의 남동쪽 해안은 두 곳으로 나뉜 백사장이 600m 이상
이어지고 그 반대편 북서쪽은 해식애가 발달해 대조를 이룬다. 또한, 섬의 중앙부는 편편한 초지로 이뤄져 있다. 우세도는 낚시도 좋지만
오지 캠핑의 분위기를 한껏 즐길 수 있는 섬이다. 단, 무인도의 특성상 뱀과 독충 그리고 안전에 신경을 기울여야 한다. 낚싯배를 섭외해야
오갈 수 있고 비용은 인원에 따라 다르지만 최소 20만원 이상은 지불해야 한다.
선왕산을 배경으로 고즈넉하게 자리한 내촌 돌담마을
3km의 돌담길, 내촌마을
400년 전 형성되었다는 비금도 내촌마을의 골목길은 돌담을 따라 이어진다. 가옥의 바깥 벽체 또한 돌로 쌓여 그 길이는 안팎을 합쳐
3km에 이른다. 돌담의 재료는 주변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막돌이며 마을을 둘러싼 섬초밭과 마을 뒤편으로 펼쳐진 선왕산이 고풍스런
풍광에 깊이를 더한다.
▶비금도 여객선
목포 북항 → 비금도 가산선착장 (하루 6회 운항/ 소요시간 1시간 40분)
암태 남강선착장 → 비금도 가산선착장 (하루 15회 운항/ 소요시간 40분)
목포항 → 도초화도/ 비금 수대선착장 (쾌속선 1일 4회 운항/ 소요시간 56분)
비옥하고 순수한 섬
도초도
도초도에는 육지로 착각할 정도의 광활한 들녘이 펼쳐져 있다. 신안에서 가장 넓다는 고란평야다. 도초도는 예로부터 땅이 비옥해서
농사를 생업으로 하는 주민 수가 많았다. 비금도와 비교해 관광 인프라는 부족하지만, 일반적인 생활상에서 잔잔한 삶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순수의 섬'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과거 관광객의 반 이상은 도초도를 비금도 여행의 일부로 생각했다. 비금도를 즐기다 도초도로
넘어와서 훌쩍 돌아보고 다시 다리를 건너가는 것이 일반적인 여행의 형태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도초도 또한 하루 만에 돌아보기 벅찰 만큼 관광자원이 튼실해졌다.
도초도 관광 명소로 우뚝 선 '자산어보' 촬영지
낙조가 아름다운, 영화 <자산어보> 촬영지
이준익 감독은 영화 <자산어보>의 촬영장소를 물색하다 흑산도가 아닌 도초도에 세트장을 세웠다. 도초도 발매리에 있는 작은 저수지
원발매제 300m 위쪽 능선이 그곳이다. 세트장 너머로는 우이도를 사이에 두고 하늘과 바다가 나뉘는 멋진 광경이 펼쳐진다. 그 때문에
세트장은 최근 SNS에서 핫스폿으로 인기몰이 중이다. 저녁 무렵이면 마루 너머를 빨갛게 물들이는 특별한 낙조 광경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다.
자연경관과 편의시설의 조화, 국립공원 시목야영장
시목이란 이름은 주변에 감나무가 많아 붙여진 것이다
신안 4대 해수욕장, 시목해변
시목해수욕장은 임자도 대광해수욕장, 암태도 추포해수욕장, 비금도 원평(명사십리)해수욕장과 더불어 신안의 4대 해수욕장으로 꼽힌다.
유효 길이 1.5km에 달하는 해변이 둥글게 만입되어 있으며 수심이 낮고 바다가 잔잔해 안전하게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 신안에 하나밖에
없는 국립공원 야영장도 이곳 시목해변에 있다. 데크 사이트로 구성된 야영장에선 사계절 캠핑이 가능하며 예약 없이 선착순제로 운영된다.
도초도와 비금도에서는 허가된 장소 외에서의 취사나 야영이 금지돼 있다. 다도해상국립공원 실시간 감시를 하니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도초도 섬 주민들의 로컬 휴양지, 가는게해변
오붓한 우리들의 휴양지, 가는게해변
도초도에는 섬 주민들이 꼭꼭 숨겨 둔 그들만의 휴양지가 있다. 옆으로 가는 게의 모습을 닮아 '가는게해변'이라 불리는 곳이 그곳이다.
폭이 100m가 채 넘지 않는 곱고 작은 백사장이 두 개의 암릉 속으로 깊이 들어가 있어 매우 오붓하다. 가는게해변 위쪽 고갯마루에는
정자가 하나 놓여 있다. 이곳에서 이어지는 좁은 산길을 따라가면 별안간 비금도의 그림산과 안산이 나타나 카메라 앞에 선다. 수평선
위로 솟아난 흑산도 그리고 문바위, 아편바위 등 형상석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절경들이다.
전국 각지의 팽나무가 모여 이룬 환상의 정원
나무와 꽃들의 축제, 화도선착장과 수국공원
옛 선착장의 정취를 가지고 있으면서 간자미로도 유명한 화도선착장. 그곳에서부터 수국공원까지의 농수로 변에는 70~100년의 수령을
자랑하는 716그루의 팽나무들이 늘어서 있다. 팽나무 10리길 '환상의 정원'으로 불리는 곳이다. 이 팽나무들은 2010년 이후 전국 각지에서
기증받은 것이다. 폭 3m, 길이만 4km에 달하는 산책길에는 수국, 석죽패랭이, 수레국화 등이 함께 식재되어 있다.
수국공원은 폐교된 지남리 도초서초등학교 자리를 신안군에서 매입해 조성한 공원이다. 공원은 전통정원, 수국공원, 소리마당, 웰빙정원
등으로 나뉘어 있다. 15종, 약 3만 그루의 수국이 있으며, 도초도에서는 매년 여름 수국 축제를 열어 관광객 유치에 힘을 쓰고 있다.
여름이면 만발한 꽃들로 절경을 이루는 수국공원
▶도초도 여객선
목포북항 → 도초도 화도선착장(하루 6회 운항/ 소요시간 2시간 05분 )
압해도송공선착장 → 도초도 화도선착장(하루 1회 운항/ 소요시간 1시간 30분 )
목포항여객선터미널 → 도초 화도/ 비금 수대선착장(쾌속선 하루 4회 운항/ 소요시간 56분 )
*김민수 작가의 섬여행기는 대한민국 100개 섬을 여행하는 여정입니다.
그의 여행기는 육지와 섬 사이에 그 어떤 다리보다 튼튼하고 자유로운 길을 놓아 줍니다.
글·사진 김민수(아볼타) 에디터 곽서희 기자
세상의 문을 여는 '트래비'
첫댓글 멋진 곳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