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강도 높은 규제로 부동산시장이 가라앉은 데다 경기불황까지 겹쳐 상가시장도 다소 활기를 잃었다. 주택ㆍ토지 등에 집중된 8ㆍ31부동산대책의 반사이익도 당초 기대만큼은 못하다.
하지만 상가분양물량은 여전히 쏟아지고 있다. 다양한 아이템과 마케팅전략으로 투자자ㆍ실수요자들을 당기고 있다. 상품이나 지역에 따라서는 분양 호조를 보이며 상가시장도 양극화 모습을 보인다. 시장이 침체돼 있을 때가 투자하기엔 더 나을 수 있지만 옥석을 가려야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단지내 상가 ‘낙찰 거품’ 경계
아파트단지 내 상가는 냉랭한 상가시장에서 열기가 이어지는 상품이다. 수백가구에서 수천가구에 이르는 입주자들을 고정 고객으로 확보한 셈이어서 안정적인 수익성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최근 대한주택공사 단지 내 상가들의 분양 실적을 보면 투자자나 실수요자들이 몰리면서 높은 낙찰가율(예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을 보이고 있다. 9월 공급된 용인 동백지구 1, 4단지와 고양 풍동지구 분양은 10대 1이 넘는 경쟁률과 200% 이상의 낙찰가율을 보였다. 풍동지구에서 982가구를 낀 단지 내 상가는 평당 최고 6560만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낙찰가격이 예정가(평당 2401만원)의 2.9배에 달했다.
동백지구 1단지 지상 1층 5개 점포를 분양한 결과 한 점포는 예정가 2억1000만원의 2배에 가까운 4억1000만원에 낙찰돼 191%의 낙찰가율을 나타냈다.
하지만 입찰에 참가하기 전에 이것저것 따져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우선 단지 내 가구 수가 500가구 이상은 돼야 세탁소 등 웬만한 기본적인 업종들이 들어서 서로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다. 상가면적은 가구당 0.5평 이하여야 한다. 700가구라면 상가면적이 350평 이하여야 하는 것이다. 상가면적이 지나치게 넓으면 공실로 이어져 수익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단지 평형 구성은 30평형대 이하의 중소형 평형 위주여야 단지 내 상가 이용률이 높은 편이다. 단지 내 상가 인근에 대형할인점이 들어서면 상권이 타격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주변 상권도 따져봐야 한다.
입지여건이 좋거나 규모가 큰 단지라 하더라도 낙찰가율은 150%를 넘지 않는 게 안정적이다. 단지 내 상가의 수익률이 최소 6% 이상이 돼야 하는데 낙찰가율이 높아져 투자금액이 많아지면 생활밀착형 업종으로 한정된 단지 내 상가에서 그 정도 수익률을 맞추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상가114 유영상 소장은 “입찰 분위기에 휩쓸려 고가낙찰을 하면 손해 볼 수 있기 때문에 예정가와 수익성 등을 따져 적당한 낙찰가율을 유지해야한다”고 말했다.
신흥 개발지역 근린상가 관심
근린상가는 실생활에 필요한 업종들로 구성돼 상대적으로 경기 영향을 적게 받는다. 때문에 입지여건이 좋은 근린상가는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을 끈다. 임대수익은 물론 시세차익도 기대할 수 있어서다.
현재보다 미래의 상권을 읽는 게 중요하다. 이미 형성된 상권의 경우 기존 상가와 경쟁해야 한다. 재건축아파트 주변 등 새로 생기는 상권의 경우 상권이 활성화할 때까지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주5일제의 영향으로 도심 업무지역 상가들은 매출 감소로 인해 수익률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한다. 대신 대규모 주거단지 주변 상가들이 낫다. 대규모 택지지구 내 상업용지의 근린상가가 유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근린상가도 대형화하는 추세다. 소규모로는 업종 간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고 차량을 이용하는 고객이 늘어가는 상황에서 주차난으로 꺼리기 때문이다.
이용객들이 몰리는 패스트푸드ㆍ유명 프랜차이즈ㆍ스포츠센터ㆍ대형할인점 등의 입점이 확정된 근린상가를 눈여겨볼 만하다. 근린상가 업종은 지역에 따라 다를 수 있는데 1층은 생활밀착형 편의시설이 유리하다. 상대적으로 동선이 불리한 2∼3층의 경우 아파트 배후지역에선 학원, 역세권에선 10∼20대 이용객이 많은 PC방 등이 낫다.
테마상가, 고객 유인하는 부대시설 갖춰야
테마상가 시장 여건이 좋지 않다. 도심 지역에선 공급과잉을 걱정할 정도로 공급이 크게 늘었다.
경쟁력 약화도 어려움을 자초했다. 특화된 전문업종이나 운영전략이 도입되지 않아 기존 상가와 차별화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테마상가에서 취급하는 품목들이 대부분 대형할인점이나 백화점, 백화점 부속 아웃렛 매장에서도 판매되고 있다.
테마상가의 주된 품목인 의류ㆍ잡화 등은 인건비가 저렴한 중국ㆍ동남아 등에 제조를 의지하면서 품질 경쟁력도 잃고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젊은층에 가격보단 브랜드 선호도가 높아지는 추세다.
이런 가운데 테마상가들의 자구 노력도 한창이다. ‘테마 속의 테마’ 형태로 다양한 기능을 갖춘다. 멀티플렉스ㆍ스포츠센터 등 엔터테인먼트를 가미해 이용객을 늘리려 한다.
테마상가는 1억원 미만의 소액투자가 가능해 일반인들이 관심을 많이 갖는데 무엇보다 상권활성화가 관건이다. 임대료 수입 등 주변 상권을 따져봐야 한다. 역세권이더라도 역에서 멀거나 건널목ㆍ지하도 등을 거쳐야 한다면 역세권 효과가 줄어든다.
극장 등이 들어선 경우에도 동선이 상가와 별도로 구분돼 있으면 극장 이용객이 상가 고객이 될 가능성이 작다.
분양업체에서 내세우는 ‘확정 임대수익률 보장’은 크게 기대하지 않는 게 좋다. 업체들이 많게는 연간 10%가 넘는 임대수익을 보장하겠다고 하는데 임대수익이 분양가에 포함될 수 있다. 임대수익률 산정에 대부분 취득ㆍ등록세, 등기비용 등을 포함하지 않기 때문에 실제 수익률은 낮을 수 있다. 상가뉴스레이다 박대원 선임연구원은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공실이 되거나 상권 활성화에 시간이 걸릴 수 있기 때문에 투자금에서 자기자본 비율을 높이는 게 안전하다”고 말했다.
오피스텔 많은 주상복합 상가 유리
도심에 택지부족으로 일반 아파트 공급이 한계에 부닥치면서 주상복합 분양이 크게 늘었다. 동시에 주상복합상가 분양도 많다. 주상복합상가는 단지 내 입주자를 배후수요로 두고 있다는 점에서 단지 내 상가와 비슷하다.
하지만 상업시설을 일정 비율로 확보해야해 단지 내 상가보다 상가규모가 크기 때문에 단지 이외에서 수요를 끌어들일 수 있는 상가여야 투자성이 있다.
때문에 우선 입주 가구가 500가구 이상으로 규모가 있어야 한다. 단지가 크더라도 주변에 경쟁상가가 많아 독점적인 상권이 형성되기 어려우면 수익률이 떨어질 수 있다.
외부 유동인구를 흡수하기 위해선 대중교통이 편리하고 역세권인 경우가 낫다. 입주가구에서 차지하는 오피스텔 비율도 살펴봐야 한다. 가족이 사는 아파트보다 독신자나 사무실로 운영되는 오피스텔이 많아야 수익률이 높아진다. 식사ㆍ세탁 등 기본적인 생활을 상가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주상복합이 고급화하면서 전문직ㆍ자영업자 등 경제력 있는 거주자들이 사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입주자들의 소득수준에 맞춰 업종을 선택해야 한다.
자료원:중앙일보 2005. 11.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