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G:
그의 나이는 50대 중반이고 알코올 환자로써 자의 입원환자이다. 그의 과거 직업은 서해안에서 어선을 탄 어부였다. 그는 자신보다 상대적으로 약한 환자의 간식과 담배를 빼앗고 보호사들을 피곤하게 했다. 그는 한 사람의 환자라도 유치하려는 병원의 약점을 최대한 이용했다.
한번은 그가 도난염려가 있다고 보호사에게 스테이션 안에 담배를 보관해 달라고 했다. 그런데 그가 나중에 되돌려 받을 때 한 갑이 없어졌다고 난리를 친 사건도 있었다.
그는 매일 취침 전에 물품을 스테이션 안에 맡겼다가 아침에 찾아가며, 그밖에 수시로 보호사에게 이것저것 잔심부름을 시키는 바람에 보호사들은 그에게 넌더리를 떨었다.
한번은 그가 나를 신체적으로 제압해 보려고, 두 팔로 감싸 안고 들어 올리려 했다. 그 때 내가 내공으로 힘을 썼더니, 그는 나를 조금도 움직이지 못했다. 그 후로 그는 나에게 고분고분 해졌다.
환자O:
나이는 50대 후반으로 과거 시청 청소차를 타고 청소를 하는 청소직원이었다. 그는 어느 날 새벽 청소차를 타고 가던 중 차 후미에서 떨어져 뇌진탕을 일으켰다. 그는 즉시 뇌수술을 받았지만 뇌손상이 심해 뇌기능이 상당한 부분 망가지고 말았다. O는 산재환자로 인정받아 이곳으로 입원했다. P보호사 얘기로는 그는 평생 병원에서 생활해야 하는 환자라고 하였다. 장기입원환자가 한명이라도 아쉬운 병원입장에서는 O는 원장이 소위 가장 선호하는 환자이다. 심지어 또 어떤 환자는 나에게 “매월 나오는 산재보상비로 그의 부인만 팔자 고쳤다”고 말하였다. 그는 화장실에 가는 것을 제외하고는 항상 누워 지냈다. 약도 내가 가지고 가서 먹였다. 내가 약을 가지고 가서 깨우면 그는 마치 어린아이 같이 웃으며 받아먹었다. 그러나 때로는 안 먹겠다고 고집을 부리기도 했다. 나는 가끔 그에게 안마를 해 주기도 했다. 그는 양치질을 하지 않아 입에서 악취가 났다.
나는 가끔 가상 상황을 설정하고 나의 행동을 상상해 볼 때도 있었다. “만약 병동에 불이 나면 환자들을 모두 탈출시키고, 내가 최후까지 남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잘 움직이지 못하는 O를 업고 마지막에 탈출할 것이다.”라는 엉뚱한 상상이었다.
여성 환자L:
내가 병원을 그만 둘 무렵 "alarm"상황이 발생했다. 얼람상황은 긴급 상황이 발생했다는 뜻으로 보호사 두 명은 밤에도 잠을 자지 못하고 비상근무를 해야 한다. 실시간으로 CCTV화면을 모니터해야 했고, 일지에 매시간 환자의 출입 장소와 행적을 기록해야 한다.
여자병동에 신입환자 L이 들어왔다. 그녀는 집에서 손목 동맥을 면도칼로 그어 자해를 했다. 그녀는 남편과 불화하여 이혼을 요청받은 상태였다. 그런 가운데 그녀를 극도로 흥분할 만한 일이 발생, 자해소동을 일으키게 되었고, 가족에 의하여 병원에 오게 된 것이었다.
그녀에게 자기 전에 신경안정제 등 강한 약이 투여되었지만, 그날 밤부터 날이 샐 때까지 여러 가지 상황이 발생되었다. 그녀는 치약과 비누를 먹었으며, 심지어는 자기가 눈 오줌을 핥아먹기까지 했다. 그 날은 그녀로 인하여 완전히 밤을 지새우게 되었다
그 밖의 환자들:
80대의 노인 환자 중 한 분은 겉으로는 환자 같지 않았다. 자세한 병명은 알 수 없었다. 그런데 그는 현대판 고려장으로 가족의 요청에 의해서 사망 시까지 병원에서 나올 수 없는 환자였다. 여러 차례 그는 원장에게 퇴원하고 싶다고 요청했지만, 보호자의 동의 없이는 퇴원시킬 수 없어서 원장은 그때마다 곤혹스러워 했다.
그는 과거에 국가 정보기관에 근무했다고 한다. 그는 하루에 담배 4개비를 피웠다. 자로 잰 듯한 정확한 시간에 그는 담배를 타러 왔고, 병원 질서에 절대 순응하는 분이었다. 아마도 오랫동안 정보기관에서 근무한 습관이 몸에 배어 있는 것 같았다.
40대 후반의 정신분열 환자인 그는 일 년에 한번은 연례행사처럼 경찰관을 출동시키는 해프닝을 일으킨다. 병원에서는 오후 2시부터 1시간동안 공중전화를 환자들에게 개방한다. 그는 그 때 보호사의 감시를 피하여 112에 전화를 걸어 자신이 강제로 정신병동에 들어왔다고 신고를 하는 것이다. 경찰관이 출동해서 원무과장에게서 상황을 설명 듣고 돌아가지만, 그 때마다 보호사들이 피곤해 졌다.
내가 있을 때 퇴원한 환자였지만, 입원 시에 소동을 일으킨 40대 중반의 조울증 환자가 있었다. 그는 힘이 장사였다. 온몸을 강박 끈으로 묶였는데도 “나는 슈퍼맨”이라고 고함을 치면서 침대를 뒤흔들어 댔다. 그 바람에 보호사 두 명은 곤욕을 치렀다.
환자 중에 별명이 “스카이 콩콩”이라고 불리는 환자가 있었다. 그는 먹이를 노리는 독수리처럼 제자리를 콩콩 뛰면서 주변을 둘러보다가 누군가 간식을 먹고 있으면 잽싸게 뛰어가서 빼앗아 먹곤 했다.
과거 주민자치센터에서 공무원으로 일했던 환자가 있었다. 조현병인 그는 마음이 너무 약하고 거절을 못하는 성격이었다. 사나운 고참 환자들은 그의 이러한 약점을 이용하여 그에게 복도 청소와 흡연실 청소를 시켰다. 그런데 그는 과거 폐결핵을 앓아 폐가 한 쪽 밖에 없는 형편이었다.
그런 그가 흡연실 청소가 끝나면 청소하다 주운 꽁초를 피우는 것이었다. 이것은 그에게 실로 위험천만한 일이었다. 그런대도 각 방에서는 서로 그를 자기 방에 데려가려고 경쟁을 벌였다. 왜냐하면 말 잘 듣는 그에게 방 청소를 전담시키고자 함이었다. 그리고 그의 간식을 누군가가 빼앗아가는 일이 종종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보며 정신병원은 정말 약육강식의 비정한 곳이라는 것을 실감했다.
병동에서 가장 젊고, 대학의 컴퓨터학과를 갓 졸업한 환자가 있었다. 나는 그가 애처롭고 안쓰러워 비록 병동에서 생활하지만, 앞날의 꿈을 포기하지 말라고 격려를 자주 해 주었다. 그리고 잠만 자지 말고 책을 읽고, 공부를 하라고 충고했다. 그러나 그는 나의 기대와는 너무 어긋나게 행동했다.
환자K와 벌건 대낮에 방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동성애를 하지 않나... 남들이 간식 먹을 때 홀린 듯이 바라보는 추한 모습을 보이지 않나... 나는 그런 그의 행동에 크게 실망했다. 그가 병동에서 망가져 가는 모습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쳐다보며, 나는 인간의 운명은 처음부터 어느 정도 디자인 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비관적인 생각도 들었다.
병원에 오기 전에 길거리에서 노숙생활을 한 고아출신의 알코올 환자가 있었다. 그는 환자B의 똘마니 노릇을 하며 식사당번을 했다.
한번은 간호조무사가 그에게 다량의 조현병 약을 잘못 투약하는 바람에 위장에 손상을 입어 사흘간 식사도 제대로 못하고 고생한 적이 있었다.
공예가 한 때 직업이었던 환자가 있었는데, 그는 자유분방한 예술가답게 자유를 갈구하며 원장이 회진할 때 마다 퇴원을 졸라댔다. 그러나 어린아이처럼 티 없이 맑은 영혼을 가진 그가 견뎌 내기에는 병동현실은 너무 무거웠고 고통스러웠다.
여성 환자 중에는 한국의 결혼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정신병에 걸린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여성도 있었다.
첫댓글 참.. 마음이 아프네요ㅠㅠ
환자 한 분 한 분의 사연이 다 기막히지만,
공무원이었던 환자분이 마음이 약해서 정신병동에서도 다른 환자들로부터 노예처럼 괴롭힘을 당했다니 제가 다 화가 납니다.
비상시에는 모든 환자 탈출시키고 끝으로 운신을 못하는 환자를 업고 나가시겠다던 다저스님의 결심이 참으로 존경스럽습니다.
다저스님이라면 실제 상황에서 충분히 그리 하실 분임을 아니까요.
과분한 칭찬의 말씀입니다~~
원래 크게 성공하는 사람은 시련도 많이 겪는다고 합니다
달님의 미국 따님도 앞으로 미국에서 크게 성공할 것입니다~
세상의 축소판이고, 크게 다를 것은 없겠지요,
하지만,
이러저런 가식 없이 보다 적나라할 듯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