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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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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제주를 여행을 할 때마다 느끼는 점은 제주를 알면 알수록 모른다는 점이다. 제주에는 매일매일 새로운 볼거리가 생기고 곳곳에 숨겨진 향토 맛 집이 수두룩하다. 다만, 우리가 알지 못할 뿐이다. 지난해에 제주도에서 음식 전문가, 도민, 여행객 및 온라인 투표를 통해서 '자리돔 물회, 갈치국, 성게국, 한치 오징어 물회, 옥돔구이, 빙떡, 고기국수' 등 7개의 음식을 제주향토음식으로 선정 한 적이 있다. 오늘은 굳이 제주에 가지 않더라도 서울에서 맛볼 수 있는 제주 향토음식 점 네 곳을 콕콕 찍어서 찾아가보기로 한다.
갈치국을 처음 접한 느낌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생각만 해도 비릿비릿 함이 스멀스멀 밀려온다. 비린내는 생선의 신선도가 떨어진다는 징표이다. 예전에 서울에서 먹었던 갈치국과 제주도에서 그날 잡아서 그날 끓여먹는 '당일바리' 갈치국 사이에 큰 차이가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다행이라고나 할까, 서울에도 비린내 걱정을 할 필요가 없는 갈치국 집이 있다. 늙은 호박, 푸릇푸릇한 배추잎과 매콤한 청양고추가 들어 있는 말간 국물 속에 갈치 한 토막을 집어넣어서 끓이는 갈치국은 보는 사람의 입맛을 당긴다. 갈치국의 맛은 소금 간을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다고 한다. 갈치는 쓸개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부위를 다 먹을 수 있다고 한다.
서울 당주동에 위치한 '한라의 집'은 제주도에서 가져오는 신선한 생선으로 음식을 만든다. 그래서 여럿이 가면 지갑을 열기가 부담스럽다. 여름철이 오기 전까지는 시원한 얼음 물속에 숭숭 썬 자리돔이 듬뿍 들어간 자리물회가 인기다. 평상시에는 갈치국이 제격이다. 도자기 같은 그릇에 담겨진 은백색 갈치와 누런 호박 그리고 푸른 채소를 눈으로 먼저 먹는다. 이어서 입으로 호박과 어우러진 갈치의 맛을 본다. 제주도식으로 늙은 호박을 사용해서 끓인 갈치국은 제주에서 먹는 것이나 진배없다. 갈치국 만으로 부족한 사람에게는 고등어구이나 갈치조림도 추천하는 메뉴다.
제주에 국수가 등장한 것은 건면을 생산하기 시작한 1910~1920년대 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별한 날에 제주 돼지고기를 삶은 국물에 국수를 넣어 끓여먹기 시작한 것이 고기국수의 기원이다. 제주돼지고기 삶은 육수는 누린내가 나지 않아서 고기국수가 빨리 대중화되었던 것이다. 제주 고기국수의 맛은 국물이 좌우한다. 맛있는 고기국수를 만들기 위해 가마솥에다 돼지고기 사골 뼈와 고기를 넣고 10시간 이상 푹 고아 낸 국물에 삶은 국수와 돼지고기 수육을 썰어 넣어서 먹는 음식이 제주의 별미인 제주 고기국수이다. 고기국수 육수에 모자반과 메밀가루를 넣어 걸쭉하게 끓인 몸국도 제주사람들 집안의 대소사에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한다. 고기국수와 몸국은 돼지 특유의 냄새도 나지 않고 돼지고기의 양도 풍부해서 여행객들에게 인기다.
서울 성수동에 가면 그런 제주 국수를 맛볼 수 있는 집이 있다. '제주 국수'는 제주의 유명 음식점 체인점이 아니라 제주 어머니의 손맛을 그대로 제품화해서 서울에서 문을 연 제주 향토 음식점이다. '고기국수'집 맛 비결은 역시 손맛이다. 육수 위로 떠오르는 불순물을 여러차례 건져내어 잡내를 없애고 은은한 불에 고아 내면 담백하면서도 깔끔한 맛을 낸다. 기호에 따라 깨를 넣어 고소한 맛을 내기도 한다. 재료는 주로 제주 재래종 흑돼지를 사용한다. 보말 미역국 또한 이 집의 별미이다. 쫄깃쫄깃한 보말과 푹 삶아서 부드러워진 미역의 진한 국물 맛이 일품이며, 여기에 밥 한 그릇 말아서 먹으면 배가 남산만큼 불러온다. 대식가라면 제주산 고등어구이를 겸하면 더할 나위 없다.
한동안 평범한 가정집의 축사에서 사육하여 사람과 친숙하면서도 비위생적인 환경 때문에 다른 가축처럼 살아서 사랑을 받지 못하지만 죽어서는 어떤 가축 못지않게 사랑을 받는 동물이 돼지이다. 돼지는 장기와 피부 구조가 인간의 그것과 유사성이 높아서 신약 개발을 위한 임상실험에 잘 활용되기도 하고, 최근에는 세포 복제를 통한 인공장기를 개발하는데 활용되고 있다.
「삼국사기」에 의하면 돼지는 삼국시대부터 사육되었음을 유추할 수 있다. 고구려 유리왕 때 교시(郊豕) 즉 제물로 활용되었다는 기록도 있다. 제주에서 자라는 재래종 흑돼지는 감칠맛과 고소한 향으로 제주 여행객들 사이에서 인기가 매우 높은 고기이다. 특히 한라산 중턱의 청정지대에서 자라는 제주 흑돼지는 육질이 쫄깃한 것이 특징이다.
최근 서울 곳곳에 프리미엄 돼지 고기집이 많이 들어섰다. 대부분이 제주의 흑돼지 삼겹살 전문점이다. 대표적인 제주 삼겹살 전문 브랜드가 제주시에 본점을 둔 '흑돈가'이다. 서울 곳곳에 직영점을 두고 있는 흑돈가는 모든 식재료를 제주에서 직접 가져오기 때문에 제주와 맛과 품질이 동일하다. 흑돈가 삼겹살의 특징은 두툼하게 썬 고기의 앞뒤에 칼집을 내어서 고기가 잘 익고, 씹는 식감을 좋게 했다는 점이다.
잘 익은 고기는 숯불 위에서 끓인 제주의 '멜젓' 소스에 찍어 먹으면 제주 흑돼지 삼겹살의 맛을 잘 느낄 수 있다. 멜젓은 주로 서귀포지역에서 잡힌 큰 멸치를 소금에 절여 만든 젓갈로, 흑돈가의 멜젓소스는 멜젓에 고추, 마늘 등 10여 가지 양념을 숙성시켜서 만든다.
맛집이 즐비한 홍대 인근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는 제주 생고기 전문점이 있다. '제주십육돈가 홍대1호점'이 그 주인공이다. 제주에서 흑돼지를 공수하여 참나무 숯에 구워낸다. 제주산 돼지고기가 맛있는 데는 이유가 있다. 돼지고기는 기온이 16도일 때 가장 육질이 부드럽다고 하는데 제주도의 연 평균 기온이 바로 16도라고 한다. 일반 식당에서는 그날그날 들어오는 고기에 따라서 맛이 달라질 수 있지만 이 집의 장점은 언제나 동일한 흑돼지 고기 맛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이곳에서도 제주 '멜젓' 소스에 고기를 찍어 먹는다. 식당 내부도 깔끔하고, 품질 좋은 고기의 가격도 저렴해서 1인분에 9천 원이고 김치찌개는 덤으로 나온다. 이집의 특이한 점은 테이블 마다 고기를 굽는 숯불과 김치찌개를 끓이는 화구가 별도로 있어 고기도 구우면서 김치찌개도 동시에 끓일 수 있다.
유의사항
※ 위 정보는 2014년 10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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