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글쓰기 학교에 오는 이유
서정석
내가 글쓰기 학교에 오기로 결심한 가장 큰 이유는 성장하고 싶기 때문이다. 나를 성장하지 못하게 하거나 나를 퇴보하게 하는 일들이 내게 일어나고 있음을 보았다. 그것은 한 장소에 오래 머물러 같은 일을 반복할 때 일어나는 일들이다. 하는 일들이 익숙해지고, 매번 같은 일들을 어려움없이 반복 행할 때, 그리고 모든 것이 당연한듯 익숙하게 진행될 때 그런 순간에 내 자신이 무감각하게 그 현실에 안주하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바로 나태함이다. 이것이 나를 멈추게 하고 있음을 보았다.
더욱이 내가 거주하고 있는 곳은 지리적으로도 격리된 듯한 분위기이다. 이곳이 시골이다 보니, 한인들의 유입은 거의 없는 곳이다. 젊은 부부들은 늘 도시로 나가고 싶어하고, 아이들의 교육을 핑계로 모두 떠날 것을 준비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런 모습을 보면 사실 나의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우리는 시골에서 도시가 아니라 도시에서 시골로 이동한 것이기 때문이다. 뉴욕의 좋은 학교를 다니다가 시골의 한 작은 중학교로 전학을 와야 했던 아이들이 감수해야할 불이익을 생각하면 미안한 생각이 든다. 그러나 다행이도 아이들이 학업을 마치고 좋은 대학으로 갈 수 있어서 감사할 따름이다.
이런 격리된 상황속에서 배우고 삶을 나누는 기회를 가질 수 없다. 다른 한인 사역자들을 만나고 교제하는 일도 없다. 교육이나 모임에 참석하여 배움을 기회를 갖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아니 없다. 보통 3시간 이상의 운전을 하거나 비행기를 이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은 수년을 지나 오면서 나를 안주하게 만들었다.
3년전에는 이것을 극복하고자 LA의 한 신학교에서 열린 강의를 듣고자 시도를 했었다. 그 강의에 참석하기 위해 비행기를 한번 갈아타고 가서 일주일 동안 강의를 듣고 온 적이 있었다. 교육의 시간은 좋았는데, 오고 가는 시간만 이틀이나 걸리고, 들어가는 교통비와 숙식비가 만만하지 않아 불편했다. 그래서 두번째 시도하기에는 너무나 큰 부담인 교육의 시간이었다. 육체적, 경제적, 시간적 소모가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행 중 당행인 것은 판데믹으로 인하여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이다. 수많은 모임과 강의들이 온라인을 통하여 오픈 되고 있는 것이 그것이다. 공간의 제한없이 이루어지고 있는 강의와 학교들을 통해 배움의 기회가 생긴 것이 내게는 큰 기회라고 생각한다. 그것도 한국에서 열리고 있는 세미나와 강의를 들을 수 있게 된 것이 내게는 참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상황 중에 설교쓰기 학교를 소개받았다. 10주간의 설교쓰기 학교는 기본적인 글쓰기에 대해 좋은 배움의 기회였다. 목사로서 매주 6번 이상의 설교를 쓰는 일을 하였지만, 글쓰기에 대해서는 한 번도 배워보지 않았다는 사실과 그 현실로 수년을 살아왔다는 내 자신이 놀라웠다. 동시에 내가 얼마나 더 배우고 연습하고 훈련해야 하는 지를 절감하게 되었다. 그리고 더욱 노력해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설교쓰기 학교의 영향으로 결심한 것이 글쓰기 학교이다. 나의 부족한 현실을 조금이라도 채우기 위한 욕심이 생긴 것이다. 잘 정리된 글에 대한 욕심이 생겼고, 간결하고 명확하여 읽고 듣는 사람들로 하여금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잘 전달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 것이다. 나의 부족함을 알기에 그 부족함을 채우고자 더 배우고 연습하고, 훈련해야 한다는 생각이 나로 글쓰기 학교에 참여하도록 만들었다.
나에게는 학교가 필요하다. 학교는 배우는 곳이다. 선생이 있고, 배우는 학생이 있으며, 커리큘럼과 목표가 있다. 나는 나를 그 속에 두어야 한다는 것을 잘 안다. 내 스스로 알아서 배우고 연습하고 훈련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을 내 자신은 잘 알고 있다. 그 이유는 나의 게으름일 수도 있고, 생각한 결심을 쉽게 잊어버리는 나의 모습 때문이기도 하다. 그리고 나는 분명히 우선 순위를 다른 곳에 둘 가능성이 높은 현실 속에 있기 때문이다. 교회의 사역에 전념하게 되거나, 내가 조금 피곤해지면 쉬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나의 배움의 욕구는 분명히 우선순위에서 밀려날 것은 뻔한 일이다.
학교에 대한 나의 이미지는 어쨌든 출석해야 하고, 가서 들어야 하고, 배움에 자리에 있게 된다는 점에서 내게 유익이다. 그리고 주어진 과제를 잘 하든 못하든 완수해야 하는 당위성이 주어지기에 나는 학교에 있어야 한다. 학교를 선택한 나는 내 자신을 푸시 하여 배우고 자라고 싶은 나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한 방편인 것이다.
학교에서 함께 공부하는 동료들이 필요하다. 가르치는 선생만큼이나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그들을 통해 내가 볼 수 없는 것을 보게 되고 듣게 된다. 다른 사람의 생각과 표현을 보면서 내 시야를 넓힐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지난 글쓰기 학교 첫 시간에 든 느낌은 한사람 한사람의 글을 보고, 들으면서 마치 책을 읽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또한 박미라의 [치유하는 글쓰기]라는 책을 보면서 격려와 힘을 얻었다. 나의 글을 통해,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글을 통해 내 자신도 치료되고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된 것이다. 지난 주 글쓰기 학교의 첫 시간에 인상적인 것이 있었는데, 한 분 마다 글을 읽고 난 뒤 그것을 함께 들은 여러분이 예상보다 긴 박수를 치는 것이 좀 어색 했었다. 그런데, 그 이유를 [치유하는 글쓰기]에서 발견한 것 같다. 내 글에 대한 격려와 칭찬 그리고 공감의 소리를 들으면서 글쓰기를 배우고 연습한다면 보다 자신감 있는 모습으로 자라고 성장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을 갖는다.
나는 글쓰기학교가 나를 성장하게 하는 학교임을 믿는다. 나의 성장을 멈추게 하고 안주하게 하는 수많은 요소들이 나를 둘러싸고 있지만, 그것을 이겨내고, 내게 주어진 기회의 시간속에 성장하기를 희망한다. 분명 배움의 시간 속에 많은 싸움과 갈등 있을 것이고, 걸음을 멈추게 하는 예상치 못한 일들이 내게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부족함과 필요를 알기에 겸손히 그리고 최선을 다하여 달려갈 것을 내 스스로에게 다짐해 본다.
첫댓글 반갑습니다. 좋은 도반이 되어주실 분 같으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