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런책이 불편해요. 9월 26일 독서부 - 우귀옥
‘나는 일하는 엄마니까’라는 이유로 난 육아를 하면서 아이에게 미디어를 빨리, 많이 노출한 엄마였다.
처음에는 텔레비전을 통해 집에서만 노출하다가 언젠가부터 차로 이동하면서도, 식당에서도 너무나 자연스럽게 아이에게 휴대폰을 들려 준 엄마였다. 그렇게 내 아이는 유튜브로 “흔한남매”를 접했던 것 같다.
“흔한남매”
초등학생을 키우는 부모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이 책은 현재 17권까지 발간되었을 정도로 초등학생들에게 인기가 대단하다.
우리 집에도 이 책이 1권부터 14권까지 있다. 딸아이가 너무 좋아하던 책이었기에 책이 나오면 바로 구입했더랬다. 14권의 책을 사주면서 난 한 번도 그 책을 읽어볼 생각은 안한 것 같다.
이번을 계기로 이 책이 어떤 책인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흔한남매의 주인공들은 처음엔 “웃음을 찾는 사람들”이라는 개그프로그램의 “흔한커플”코너로 시작했다고 한다. “웃찾사”가 폐지되면서 다른 프로그램을 찾던 중 “흔한커플”로 커플 유튜버로 콘셉트를 잡았으나 경쟁력이 없어 남매로 콘셉트를 바꿔서 올리기 시작했다. 어린이들이 구독자로 유입되면서 200만 유튜버가 되었다. 그런데 동시에 엄마들의 미움을 엄청 받았다.
엄마의 입장에선 내 아이가 좋은 것만 보고 배웠으면 하는 마음이 크지, 흔한 남매의 짓궂은 장난과 서로를 놀리고 비난하는 모습을 따라할까 봐 걱정될 수밖에 없다.
그런 부모님들의 걱정에 반항이라도 하듯 이 책은 아이들에게 인기가 대단하다. 그 이유가 뭘까?
아이들의 생각이 궁금해서 아이들에게 물어보았다.
1. 재미있어서 2. 웃겨서 (뭐가?) 그냥 웃겨서
3. 공감이 되어서 4. 지루하지 않아서
5. 글씨가 많이 없어서 6. 컨텐츠가 다양해서
7. 친구가 봐서 8. 캐릭터가 웃기고, 말을 웃기게 해서
9. 내가 한 번쯤 해보고 싶은 것을 대신 해주어서 10. 한 번쯤은 남매가 겪어볼 만한 내용이라서
11. 아이들이 좋아하는 유행어나 챌린지를 해서
그리고, 기타의 의견으로 미로찾기, 다른그림 찾기, 넌센스 퀴즈, 아재개그, 숨은그림 찾기 등 책을 읽으면서 직접 해 볼 수 있는 재미코너가 있어서라는 대답도 있었다.
반면에 한 번도 이 책을 읽어보지 않았다는 아이도 있었다. 친구들이 흔한남매에 나오는 아이들의 말투나 장난을 따라하는게 싫고, 엄마가 만화책을 아예 못 읽게 해서라고 했다.
집에 있는 “흔한남매” 책 몇 권을 읽기 시작했다. 나도 모르게 ‘킥킥~ ’거리는 대목들이 나온다. 내 어릴적 언니 동생들과 했던 장난들도 생각이 났다. 가끔은 공감이 되지 않는 대목도 있다. 그런데 계속 책장이 넘어간다. 참 쉽게쉽게 읽혔다.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아도 되었다. 유튜브 컨텐츠를 기반으로 글과 그림을 그려서인지 대사에 가끔은 음성지원이 되는 듯한 착각을 일으켰다. 그런데 크게 남는 건 없다.
시리즈가 나오면 바로바로 사야했던 딸아이도 언젠가부터 사 달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15권부턴 집에 책이 없다. 드디어~ 졸업을 한 것이다.
초등 고학년이나 중학생들에게 왜 이젠 읽지 않냐고 물어보았다.
1. 유치해요 2. 시간이 없어요 3. 공감이 안 돼요. 4. 소설책이 더 재미있어요. 4. 친구들도 안 봐서라고 한다.
뭐든 한 때가 아닌가 한다. 요즘 우리가족은 야구에 푹~~ 빠져서 산다. 시즌 막바지에 이르면서 ‘야구가 끝나면 뭐하고 살지’라고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또 다른 우리 가족을 자극할 만한 재미꺼리가 생길 건 분명하듯이, 흔한남매 또한 아이들 세계에서의 소통과 공감의 소재가 되고, 유행의 하나가 아닐까 싶다. 사실 흔한남매가 문제라기보다 좀 인기가 있다싶으면 무분별하게 억지스럽게 컨텐츠를 만들어내는 우리의 환경이 문제가 아닐까싶은 생각도 들었다.
나는 이런 책이 불편하니까 걱정이 되어서 무조건 못 읽게 하기보다 부모가 함께 읽어보고 무엇이 잘못되었고, 문제인지에 대해 이야기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